이명수 시인, 복잡한 인간상 형상화 한 여덟 번째 시집 “카뮈에게” 출간
이명수 시인, 복잡한 인간상 형상화 한 여덟 번째 시집 “카뮈에게” 출간
  • 김상훈 기자
  • 승인 2019.01.22 21: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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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뮈에게 책 표지
카뮈에게 책 표지

이명수 시인의 여덟 번째 시집 “카뮈에게”가 시로여는세상 기획시선 14권으로 발간됐다. “카뮈에게”에 수록된 50편의 시에는 시인이 자기 본질과 정체성 찾기를 통해 깨달은 자유인의 감각과 자연과 상생하는 삶의 추구를 담고 있다.

이명수 시인은 1945년 고양 출생으로, 1975년 월간 시지 “심상”을 통해 데뷔했다. 저서로 시집 “공한지”, “울기 좋은 곳을 안다”, “바람코지에 두고 간다” 외 다수와 시선집 “백수광인에게 길을 묻다”가 있다.

데뷔 이후 44년간 시 창작을 이어온 이명수 시인은 “카뮈에게”를 ‘제2의 창작’이라는 생각으로 집필했다고 밝혔다. 이번 시집에서는 40여 년간 사진을 공부하고 찍어온 시인이 작업한 “어둠 시리즈” 중 시와 상징적으로 연관된 사진 작품 10여 편이 함께하고 있다.

시집에서 돋보이는 것은 여행시편들인데, 표제작인 ‘카뮈에게’와 ‘위험하다, 위험하지 않다’는 여행자가 화자로 등장한다. 시 속 화자로부터 드러나는 인식에서 시인의 지향성과 사유의 운동성을 읽어낼 수 있다.

‘위험하다, 위험하지 않다’는 분쟁지역을 만류하는 목소리에 “그래, 위험하다, 아니 한겨울 방구석에 처박혀/빈둥빈둥 뒹굴어도 위험하다”고 답한다. 해설을 쓴 엄경희 교수는 “‘빈둥빈둥 뒹굴어도 위험’하다는 일상에 대한 인식은 우리가 생각하는 ‘방구석’에 대한 보편적 믿음을 뒤집어 놓는다.”고 보았다. 아울러 “보호와 휴식의 공간을 거부하는 이러한 인식 이면에는 일상의 표면을 가로질러 삶의 본령에 닿고자 하는 시인의 지향성과 사유의 운동성이 놓여 있다.”며 화자는 시 속에서 형상화된 방구석을 ‘자기 갱신을 가로막는 위험한 폐쇄적 공간’으로, 여행지를 ‘예상할 수 없는 사태를 몰고 온다는 점에서 위험한 개방의 공간’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카뮈는 나에게 여행을 가치 있게 만드는 것은 두려움이라고 했다 하나, 카뮈는 멀리 여행한 적이 없다 차를 타는 것에 병적인 불안, 공포가 그를 차로 실어 날랐기 때문이다

 그런 그가 자동차 사고로 죽었다

 이스탄불 블루모스크 광탑光塔을 올려다보며 신심이 깊으면 천국에 갈 수 있을까를 생각하고 있을 때 뒤에서 폭탄테러가 일어났다

 때로는 위험한 곳이 안전하다 
 폭탄이 떨어진 자리가 더 안전하지 않은가
 카뮈여, 닥쳐올 위험에 대한 두려움보다 
 두려움 뒤에 무엇이 올까를 걱정하자 

 카뮈여, 안전한 것은 얼마나 먼가
 그러나 여기까지 오는 동안 나를 지나게 해 준 길에 대해 감사하자
 별들이 내 앞길을 비춘다 어둠의 밀도가 깊어질수록 
 별은 더 빛난다

 삶의 의미보다 삶을 더 사랑하듯
 나는 여행의 위치보다 여행을 더 사랑한다
 어느 계절을 두려움 없이 사랑하듯

 카뮈여
 두려운 것은 여행보다 먼 곳에 있다

 - '카뮈에게' 전문

시인은 방구석과 여행지 중 어느 곳으로 걸음을 옮겼을까. 표제작 ‘까뮈에게’에서 자기 갱신을 선택한 시인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시의 화자는 “때로는 위험한 곳이 안전하다/폭탄이 떨어진 자리가 더 안전하지 않은가/카뮈여, 닥쳐올 위험에 대한 두려움보다 두려움 뒤에 무엇이/올까를 걱정하자”고 역설적으로 이야기한다. 엄경희 교수는 “이 위험한 자리는 삶이 전격적으로 육박하며 체감되는 우연성의 자리이면서 동시에 닥쳐올 두려움보다 두려움을 겪은 뒤의 자리”이며 “‘다른 사람의 걸음’이 ‘다시 또다시’ 시작되어야 함을 극명하게 인식케 하는 자리”라 할 수 있다고 보았다. 또한 “‘여기까지 오는 동안’을 감사하게 하는 자리이기도 하다.”며 “여행의 위치보다 여행 자체를 살아보는 ‘특이점’의 장소가 바로 그의 여행지”라고 설명했다.

엄경희 교수는 “시인이 끊임없이 ‘다른 사람의 걸음’으로 만 리를 떠도는 근원적 이유”를 찾고자 의식의 운동성이 어디를 지향하고 있는지를 살펴본다. 시 속에서 드러나는 ‘공’의 상징이 복합화되는 과정을 살펴본 엄 교수는 “시인은 ‘꺼내다’와 ‘들어가다’를 반복하면서 일상과 신성 사이를 오가는 경계인”이며 “그가 접촉하는 신성의 세계는 자기의 본질을 찾아가는 만 리의 여정에 의해 이루어진다. 경계의 넘나듦을 통해 그는 자신이 신성을 간직할 수 있는 ‘인간’임을 거듭 확인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명수 시인의 여덟 번째 시집 “카뮈에게”를 가리켜 엄경희 교수는 “시집을 통해 그가 보여준 경험과 상상력의 그물망은 구도행이나 수도행 이상의 복잡한 인간상을 입체화한다.”고 해설했다. 이명수 시인은 “앞으로의 계획은 제주에 칩거하며 ‘마음 알아차림’의 명상에 정진할 생각이며, 매년 2회 해외 오지 탐사, 사람들이라는 일관된 주제로 사진작업을 이어 갈 것”이라고 전했다. 또한 “‘나’에 관한 화두로 시에 전념할 것이며, 이는 나를 찾아 떠나는 성스러운 순례 여행길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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