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소통은 내 몸 - 박상률
산소통은 내 몸 - 박상률
  • 박상률 작가
  • 승인 2016.05.05 00:53
  • 댓글 0
  • 조회수 17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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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소통은 내 몸

 

산소통이 없으면 나는 잠을 못 잔다
나는 산소통을 껴안고 잔다
산소통이 베개이어서가 아니다
산소통이 엄마 팔이어서가 아니다
산소통은 베개도 아니고
산소통은 엄마 팔도 아니다
그렇지만 나는 산소통이 없으면 잠을 못 잔다
산소통은 내가 자는 동안 숨을 쉬게 해준다
산소통이 있어야 나는 숨을 쉴 수 있다
학교에 갈 때도 산소통과 같이 간다
화장실에 갈 때도 산소통과 같이 간다
그런데 산소통은 운동을 할 줄 모른다
그래서 체육시간엔 내가 산소통을 지킨다
아빠는 내가 갓난아기 때 숨을 잘 쉬라고 가습기를 사왔다
엄마는 가습기에 살균제를 부었다


살균제는 가습기 대신 내 폐를 살균시켰다
그래서 산소통은 그때부터 내 몸이 되었다

 

 

*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이란

2011년부터 가습기 살균제로 인해 산모와 영유아가 사망하거나 폐질환에 걸린 사건이다. 막대한 희생자를 낳았음에도 제대로 된 조사와 수습이 이뤄지지 않았다. 만성 폐질환을 앓게 된 피해자 임 군은 12년째 산소호흡기 없이는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하다. 13세에 불과한 임 군은 앞으로도 산소통이 없으면 생활을 할 수가 없다.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은 200여 명의 사망자와 폐질환 환자가 1500명에 달하는 끔찍한 참사다.

 

박상률 작가 1990년 ‘한길문학’에 시를, ‘동양문학’에 희곡을 발표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청소년문학에 관심과 애정이 많아 계간 ‘청소년문학’의 편집주간을 오랫동안 맡았다. 저서로는 "봄바람", "도마 이발소의 생선들", "개님전" 등 다수의 작품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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