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망”으로 알려진 “도쿠가와 이에야스”, 재판부 판결로 원래 이름 되찾나
“대망”으로 알려진 “도쿠가와 이에야스”, 재판부 판결로 원래 이름 되찾나
  • 김상훈 기자
  • 승인 2019.01.24 2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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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문화동판 고 대표에 징역 8개월, 집행유예 1년 선고
솔 출판사와 대한출판문화협회 ‘실형 선고 환영’ vs 동서문화동판 ‘대법원까지 갈 것’
'대망'과 '도쿠가와 이에야스' 표지
'대망'과 '도쿠가와 이에야스' 표지

[뉴스페이퍼 = 김상훈 기자] 일본 소설 "도쿠가와 이에야스"를 무단 번역해 "대망"으로 판매해온 출판사 동서문화동판(전 동서문화사)의 고정일 대표가 1심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서적 발행 기간이 길고 발행 부수도 많은 점에 비추면 저작권 계약을 정식으로 맺은 출판사가 입은 피해가 상당해 죄질이 좋지 않다"고 보았다.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1억 5천만 부 이상 판매된 일본의 유명 베스트셀러로, 국내에는 동서문화동판의 전신인 동서문화사가 1975년 '대망'이라는 이름으로 번역, 판매하며 알려졌다. 그러나 이는 정식적인 저작권 계약을 하지 않은 해적 출판 상태로, 당시에는 한국이 국제 저작권 협약을 체결하지 않았기에 출판계에 해적 출간이 성행하고 있었다.

95년 이후 저작권법이 개정됨에 따라 "도쿠가와 이에야스"를 국내에서 출판하려면 원저작자의 동의를 얻어야 했다. 솔 출판사는 1999년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원출판사인 고단샤와 계약을 맺고 국내에 "도쿠가와 이에야스"를 정식 출판하게 된다.

문제는 동서문화동판이 1975년 번역했던 ‘대망’을 재출간하며 시작됐다. 솔 출판사는 "동서문화사 측이 허락 없이 책을 출판했다."며 검찰에 고발했으며, 동서문화동판 대표 고 씨는 "1975년 판의 단순 요역, 표기법, 맞춤법을 바로잡은 것"이라며 혐의를 부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8단독 박대산 판사는 23일 저작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동서문화동판 대표 고 씨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박 판사는 "1975년 판과 2005년 판의 수정 정도, 표현 방법의 차이 등을 보면 동일한 저작물이라고 볼 수 없다"며 “75년 판을 수정·출간하게 허용한다면 사실상 저작권 없이 원저작물을 무제한 번역해 출간할 수 있는 결과에 다다르게 된다"고 지적했다. 박 판사는 "서적 발행 기간이 길고 발행 부수도 많은 점에 비추면 저작권 계약을 정식으로 맺은 출판사가 입은 피해가 상당해 죄질이 좋지 않다"고 보았다.

솔 출판사 임우기 대표는 뉴스페이퍼와의 통화에서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해적 출판은 일본 출판계가 한국 출판을 불신하게 된 대표적인 사건”이라며 “솔 출판사에서는 동서문화사의 해적 출판을 중단시키고자 16년 이상 대화를 하려 했으나, 동서문화사 측은 문제가 없다는 듯 굴었다.”고 지적했다. 임 대표는 “출판계가 이것을 하나의 반성 기재로 철저히 삼아야 한다.”며 의미가 깊은 판결이라고 환영의 말을 전했다.

국내 출판사 주요 단체인 대한출판문화협회는 24일 입장문을 내고 "역사소설 '대망'을 저작권법 위반으로 판단하여 실형을 선고한 것에 대해 환영하는 바"라고 밝혔다. 대한출판문화협회는 "이번 판결을 계기로 그동안 피해를 입고 소송을 제기한 솔출판사를 비롯해 창해, 동녘, 황금가지 등 여러 출판사들의 권리와 이익이 보호받게 되기를 바라며 일각에 남아있는 해적출판이 근절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한편 동서문화동판 고정일 대표는 뉴스페이퍼와의 통화에서 동서문화사가 해적출판을 했다는 지적에 대해 원저작자인 야마오카 소하치와 편지를 통해 출판을 해도 된다는 말을 전달 받았다고 주장했다. 또한 저작권법 위반에 대해서는 2005년판 ‘대망’은 1975년 판에서 사소한 오류를 수정했을 뿐 같은 판본이며 저작권법에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고 대표는 한국 출판사들의 상당수가 95년 이전(국제저작권 조약 체결 이전) 해외 작품을 번역했던 것을 활용해 여전히 출판하고 있다며, 이러한 판결이 용인된다면 한국 출판계에 타격을 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동서문화동판 고정일 대표는 이번 판결에 대해 1심이 끝난 것일 뿐 동서문화동판이 위법행위를 했는지 여부는 대법원 판결까지 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 대표는 이번 판결에 대해 항소를 진행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