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폐 위기 속 남산예술센터, 극장의 공공성 논의한 기자회견 열어... 사회 문제 다룬 시즌 프로그램 일정도 공개
존폐 위기 속 남산예술센터, 극장의 공공성 논의한 기자회견 열어... 사회 문제 다룬 시즌 프로그램 일정도 공개
  • 육준수 기자
  • 승인 2019.01.25 2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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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산예술센터가 가진 공공성에 대해 짚어봐...남산예술센터의 주인은 누구인가?
- 올해 여섯 개 시즌프로그램을 잇는 큰 맥락은 “여전히 남아있는 혹은 아직도 끝나지 않은”
남산예술센터. 사진 = 육준수 기자
남산예술센터. 사진 = 육준수 기자

[뉴스페이퍼 = 육준수 기자] 서울문화재단 남산예술센터는 지난 23일 남산예술센터 극장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기자회견에서 남산예술센터 관계자들은 남산예술센터 존폐에 대한 위기 상황과 공공성을 이야기하고 올해 남산예술센터에서 진행될 시즌프로그램 여섯 편을 공개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김종휘 서울문화재단 대표이사와 우연 남산예술센터 극장장, 시즌프로그램의 작가 및 연출가인 배해률, 박상현(작가), 서민준, 이양구 작가와 구자혜, 이래은, 류주연, 강령원, 배요섭 연출가가 참여했다.

기자회견은 김종휘 대표이사의 인사말로 시작됐으며 이후에는 우연 극장장의 발언 및 각 작품에 대한 종합적인 설명이 진행됐다. 작가와 연출가들도 발언권을 얻어 남산예술센터에 대한 생각이나 작품의 구체적 의도를 이야기했다.

- 남산예술센터의 주인은 누구인가? 예술인들, 극장의 공공성에 대한 목소리 높여

김종휘 서울문화재단 대표이사. 사진 = 육준수 기자
김종휘 서울문화재단 대표이사. 사진 = 육준수 기자

기자회견을 시작하며 김종휘 대표이사는 “남산예술센터는 지난 11년간 많은 연극인의 공공극장으로써 그 기능을 해왔다.”고 말하는 한편 “남산예술센터라는 공간은 비극성도 동시에 안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이는 남산예술센터의 존폐를 둘러싼 위기 상황을 언급한 것이다. 남산예술센터의 현 소유주는 서울예술대학(학교법인 동랑예술원)으로 서울시에서 공간을 임차 후 서울문화재단에서 위탁하여 운영 중이었다. 그러던 중 작년 서울예술대학은 문화사업의 계약 종료를 통보했고 내년 2020년으로 남산예술센터는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남산예술센터는 현대연극 중심의 제작극장인 드라마센터와 예술교육 체험을 위한 예술교육관으로 구성됐다. 드라마센터는 1962년 극작가이자 연출가인 유치진의 사재가 투입되어 만들어졌다. 그러나 남산예술센터 관계자에 따르면 해당 장소는 이전에 국유지였으며 유치진이 당초 공공적인 공간으로 활용할 것임을 강조하여 건립을 인정받은 것이다. 때문에 현재는 많은 예술인이 이 점을 문제 삼아 소유권 자체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김종휘 대표는 현행법 체계에서는 “역사의 정의라는 이름으로 이것(남산예술센터)을 환수하고 시민과 예술가에게 돌려드릴 방법이 마땅치 않다.”고 침통해했다. 그러나 계속해서 여러 지혜를 모으고 있는 단계이며 남산예술센터가 앞으로도 공공적 공간으로 기능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우연 극장장은 극장이 시민과 예술가에게 돌아가야 한다고 이야기하며 “극장을 지켜라”가 올해의 화두라고 이야기했다. 공공극장인 남산예술센터의 주인은 누구인가에 대한 연극인의 논쟁이 커지고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우연 극장장은 과거 이 극장에 대해 유치진 자료집 같은 것을 많이 보아왔으며 해외의 자료나 국가기록원의 자료까지 끌어와 연구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연 극장장은 해당 문제를 공론화시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이양구 작가. 사진 = 육준수 기자
이양구 작가. 사진 = 육준수 기자

남산문화예술센터가 공공성을 획득하기 위해서는 외부적 문제에 대한 대책 강구 뿐 아니라 서울문화재단의 행정조직에 대해서도 반성이 필요하다는 문제제기도 있었다. 외부적으로 공공성을 갖는 것도 좋지만 내부적인 조직에 문제가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드라마센터’로 시즌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이양구 작가는 질의응답 도중 발언권을 얻고, 작년 서울문화재단 조직도 개편에서 기존에 독립되어 있던 ‘남산예술센터’와 ‘삼일로창고극장’의 운영본부가 서울문화재단 지역문화본부의 하부로 편성된 점을 비판했다. 이는 문화예술인의 활동에 제약을 걸고 과중한 행정을 만들어 구성원을 지치게 하며,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라는 트라우마를 안고 있는 예술인에게 ‘검열’을 떠올리게 한다는 것이다. 이양구 작가는 두 극장을 다시 독립시켜 예술인의 자유로운 창작 활동을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종휘 대표이사는 현재 극장 독립에 대한 예술인, 행정가의 의견을 이미 청취한 상태이며 해결 방법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위탁 운영을 하고 있는 만큼 절차가 복잡하므로 현행 상에서는 지역문화본부로 유지가 된다고 전했다.

- 남산예술센터, 사회 문제와 이슈 담을 수 있는 시즌 프로그램 준비해

우연 남산예술센터 극장장. 사진 = 육준수 기자
우연 남산예술센터 극장장. 사진 = 육준수 기자

우연 극장장은 종합적인 설명을 시작하며 올해 시즌 프로그램 여섯 작품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수식어는 “여전히 남아있는 혹은 아직도 끝나지 않은”이라고 말했다. 이미 지나갔으니 끝난 일이라고 생각할 수 있으나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사회의 문제를 주제로 삼고 있다는 것이다. 각 작품은 광주 오일팔, 삼성반도체 사건, 세월호 참사 등을 다루고 있다.

배해률 작가의 “7번국도”는 작년 남산예술센터의 상시투고시스템 ‘초고를 부탁해’를 통해 기획된 작품이다. 작년 ‘서치라이트’에서 낭독공연으로 관객과 만났으며 올해 시즌 프로그램으로 만들어졌다. 오는 4월 17일부터 28일까지 공연될 예정이다. 이야기는 7번 국도를 지나는 택시에서 시작된다. 삼성 반도체 사건으로 딸을 잃은 부모가 한 군인을 태우게 된다. 이야기는 7번 국도에서 과거 사람이 많이 죽었다는 데까지 이어지며 택시에 탄 군인이 실재하는 청년인지 의문사로 세상을 떠난 군인인지 의문이 증폭된다.

배해률 작가. 사진 = 육준수 기자
배해률 작가. 사진 = 육준수 기자

박상현 작가(연출 겸)의 “명왕성에서”는 세월호 참사를 주제로 당시의 실제 증언과 인터뷰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다. 5월 15일부터 26일까지가 공연 예정일이다. 참사 5주길를 맞이하여 사회적 참사로 희생된 이들을 진혼하는 씻김굿의 의도를 가지고 있다. 박상현 작가는 “촛불시민혁명이 있고 정부가 바뀌었다.”며 세월호 사건의 진상조사가 이뤄지고 모든 문제가 해결되리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또한 진상규명이 끝나면 세월호를 다룰 작품을 쓸 계획이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바다에서 “배만 올라왔을 뿐 해결은 멈춰 있다.”며 바로 연극 제작에 착수했다고 말했다.

박상현 작가. 사진 = 육준수 기자
박상현 작가. 사진 = 육준수 기자

이양구 작가는 서울예대의 남산예술센터(구 드라마센터) 계약종료 통보 건을 연극 “드라마센터”를 통해 다룰 예정이다. 이 작품은 9월 18일부터 29일까지 무대에 오를 예정으로 현재 제작을 준비하고 취재 중인 상황이다. 작품에서는 드라마센터를 세운 유치진의 행적을 추적하며 과거사를 바로 잡고 공공극장의 의미에 질문을 던지려 한다. 이양구 작가는 “여기가 원래 총독부 땅으로 국유지인데 유치진 선생이 연극계에 공공극장이 필요하다는 명목으로 국가로부터 불하를 받았다.”며 작품에서 드라마센터를 어떻게 다룰지 현재 공부 중이라고 말했다.

5.18민주화운동을 기억하는 한강 소설가의 소설 “소년이 온다”는 배요섭 연출가에 의해 “휴먼 푸가”라는 연극으로 재탄생한다. 배 연출가는 공연 창작집단 뛰다와 함께 연극과 미술의 경계를 넘나드는 작업을 시도할 예정이며 연극은 11월 6일부터 17일까지로 예정되어 있다. 배요섭 연출은 한강 소설가가 본래 작품이 연극으로 만들어지는 것에 부정적 입장이었으나, 작품을 그대로 빼다 박아 연극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재해석하여 새로운 이야기를 만드는 것임을 알고 수락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배 연출가는 소설을 바탕으로 5.18이라는 주제를 “퍼포머의 몸이나 오브제로 어떻게 새로이 변주되느냐.”에 초점을 맞추려 한다고 말했다.

서민준 작가. 사진 = 육준수 기자
서민준 작가. 사진 = 육준수 기자

이밖에도 작년 장강명 작가의 소설 “그믐, 또는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을 정진새 각색, 강량원 연출로 연극화한 작품이 재연된다. 이 작품은 올해 10월 9일부터 27일까지 무대에 오른다. 또한 제8회 벽산희곡상 수상작인 서민준 작가의 원작 “묵적지수”는 달과아이 극단과 공동제작하며 오는 6월 26일부터 7월 7일까지 공연된다. “묵적지수” 춘추전국시대에 사상가 묵자가 초혜황과 모의전을 벌인 일화를 현실에 대입시킨 작품이다.

또한 남산예술센터는 제작 전 단계의 작품을 사전에 공유하고 발표하는 “서치라이트” 프로그램의 공모를 3월 19일부터 29일까지 받고 있다. 공모를 통해 선정된 작품은 소정의 제작비와 공간을 지원 받아 다른 연극인이나 관객과 작품을 공유해간다. 2018년 서치라이트에 발굴된 프로그램 중에는 올해 시즌 프로그램으로 공연되는 “7번국도”가 있다.

기자회견 현장. 사진 = 육준수 기자
기자회견 현장. 사진 = 육준수 기자

이날 기자회견은 질의응답을 끝으로 마무리됐다. 남산예술센터의 올해 시즌 프로그램 일정이나 서치라이트 공모는 남산예술센터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오는 2월 7일 오후 2시부터는 상반기 공연인 “7번국도”, “명왕성에서”, “묵적지수” 세 편을 한꺼번에 관람할 수 있는 패키지 티켓 예매가 오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