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김용균 씨 49재 하루 앞으로 다가온 26일, 한국작가회의 추모 시낭송회 개최
고 김용균 씨 49재 하루 앞으로 다가온 26일, 한국작가회의 추모 시낭송회 개최
  • 김상훈 기자
  • 승인 2019.01.26 20:3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고 김용균 씨 광화문광장 시민분향소 [사진 = 김상훈 기자]
고 김용균 씨 광화문광장 시민분향소 [사진 = 김상훈 기자]

[뉴스페이퍼 = 김상훈 기자] 화력발전소에서 비정규직으로 근무하다 세상을 뜬 고 김용균 씨의 49재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유가족과 ‘청년 비정규직 고 김용균 시민대책위원회’가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고 있으며, 27일 6차 추모제가 예정된 가운데 26일 오후에는 시인, 소설가 등 작가들이 함께하는 추모 시 낭송회가 광화문광장 시민분향소에서 이뤄졌다.

한국작가회의 자유실천위원회와 젊은작가포럼이 공동으로 연 추모 시낭송회에는 10여 명의 작가들과 30여 명의 시민들이 함께해 비정규직 노동의 참혹함과 나아지지 않는 사회에 대한 규탄, 고 김용균 씨에 대한 애도의 발언이 이뤄졌다.

발언 중인 정세훈 시인 [사진 = 김상훈 기자]
발언 중인 정세훈 시인 [사진 = 김상훈 기자]

행사에 앞서 정세훈 시인은 “대한민국은 산업화가 되던 6, 70년대에도 이처럼 무자비한 죽음은 별로 없었다.”며 “그로부터 50년이 지나고 4차 산업으로 나아가는 이 시점에서 노동자들이 죽어나간다는 슬픈 현실 앞에 우리 작가들이 이 자리에 섰다.”고 말했다. 정 시인은 “정규직 노동자, 비정규직 노동자 할 것 없이 모두 똘똘 뭉쳐 이 무자비한 천민자본주의에 대응하고 투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작가회의 자유실천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유용주 시인은 “한국작가회의는 1974년부터 김용균 씨와 같은 분들과 함께 해왔다.”며 “세월이 흘렀는데 아직까지 이런 일이 있다는 것은 우리가 좋은 세상을 물려주지 못한 잘못이 크다.”고 사과의 말을 전했다.

추모 시 낭송회가 열린 광화문광장 시민분향소 [사진 = 김상훈 기자]
추모 시 낭송회가 열린 광화문광장 시민분향소 [사진 = 김상훈 기자]

추모 시 낭송회는 한국작가회의 젊은작가포럼의 젊은 시인들과 자유실천위원회에서 활동하는 시인들이 함께했다. 2019년 한경 신춘문예로 갓 데뷔한 설하한 시인은 미국의 노동자들에게 일어났던 대규모 피폭사태를 소재로 한 ‘라듐걸스’를 낭독했다. ‘라듐걸스’는 시계에 야광도료를 칠하는 일을 하다가 피폭을 당한 여성노동자들을 의미한다.

야광시계를 만들던 소녀들
붉은 혀끝으로 붓끝을 모으며 숫자위에 야광도료를 발랐다지
소녀들이 어둠속에서 혀를 빼물면 혀끝이 초록색으로 푸르스름하게 빛났지
공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소녀들의 혀였지
- ‘라듐걸스’ 부분

시를 낭독한 설하한 시인은 “지금 정치권에서는 의원의 투기 의혹 등으로 김용균 씨의 이야기는 거의 다루지 않고 있다.”며 “같은 이유로 사람이 죽지 않도록 막기 위해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한다.”고 전했다.

시 낭독 후 발언 중인 설하한 시인 [사진 = 김상훈 기자]
시 낭독 후 발언 중인 설하한 시인 [사진 = 김상훈 기자]

김연필 시인은 최지인 시인이 쓴 ‘비정규’라는 시를 낭독했다. 비정규직 아버지를 둔 자식이 화자로 등장하는 ‘비정규’에서 화자는 아버지처럼 비정규직인 신세다. 아버지가 자신을 걱정하지 않도록 화자는 아버지보다 집에 늦게 들어가며 “저녁이 될 때까지 계속 걸”어야 하는 신세다.

아버지께서 당신의 귀가 시간을 여쭤본 이유는
날이 추워진 탓이었다 골목은
언젠가 막다른 길로 이어졌고
나는 아버지보다 늦어야 했으니까
아버니는 내가 얼마나 버는지 궁금해하셨다

- '비정규' 부분

‘비정규’를 낭독한 김연필 시인은 “한국이라는 나라는 인간을 대체 가능한 노동력으로 보며 국민을 대해왔다고 생각한다. 시대가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을 주변 사람들을 보며 느끼게 된다.”며 “사람은 절대 대체 가능한 존재가 아니다. 이런 일은 앞으로 일어나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발언 중인 문동만 시인 [사진 = 김상훈 기자]
발언 중인 문동만 시인 [사진 = 김상훈 기자]

고 김용균 씨와 비슷한 또래의 자녀를 둔 시인들은 큰 비애를 표하기도 했다. 고 김용균 씨의 어머님을 보고 눈물이 쏟아졌다는 전비담 시인은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 아이를 잃은 부모를 보는 것만큼 말이 막히는 순간이 없는 것 같다. 나를 비롯해 모든 어머니들이 아이를 키우는 일 하나밖에 없는 것처럼 사셨을 것이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정성들여 키운 아이를 내보냈는데 왜 사회는 이런 식으로 죽음으로, 차별과 무시 속으로 내모는지 가슴이 너무 아프다.”며 비정규직 노동자의 차별과 죽음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전했다.

문동만 시인 또한 고 김용균 씨가 자신의 큰 딸과 동갑이라고 이야기하며 “고 김용균 씨가 혼자 죽어갔던 그 시간이 너무 가슴이 아프다.”고 비통한 심정을 이야기했다.

영연석 씨의 노래 공연이 이뤄졌다 [사진 = 김상훈 기자]
연영석 씨의 노래 공연이 이뤄졌다 [사진 = 김상훈 기자]

이날 낭송회에서는 이밖에도 김성규, 최백규, 권순자, 봉윤숙 시인과 임승훈 소설가가 낭송을 진행했으며, 민중가수, 노동가수 등으로 불리우는 지민주, 연영석 씨의 노래 공연이 이뤄졌다. 낭송회가 끝난 이후에는 참여 작가들이 고 김용균 씨 시민 분향소에서 헌화를 진행했다.

한편 유가족과 ‘청년 비정규직 고 김용균 시민대책위원회’는 27일 오후 3시 광화문광장에서 6차 범국민 추모제를 개최한다. 대책위는 추모제와 더불어 정부에 재발 방지 대책 수립과 발전소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등을 촉구할 예정이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