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야생동물(라쿤카페) 금지법의 안락사 조장이 ‘가짜뉴스’라고?
[기자수첩] 야생동물(라쿤카페) 금지법의 안락사 조장이 ‘가짜뉴스’라고?
  • 육준수 기자
  • 승인 2019.02.09 05: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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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페이퍼 = 육준수 기자] 이용득 의원이 작년 8월에 발의한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다시 말해 ‘야생동물카페 금지법’이 최근 주목을 받고 있다. 해당 법안은 식품접객업을 영위하는 업소에서 야생동물 사육을 금한다. 이 법안은 야생동물카페가 질병을 전파하고 라쿤의 탈출로 생태계 교란을 야기하며, 동물복지를 저해시키기 때문에 이를 막겠다는 명목으로 진행됐다.

그러나 해당 법안은 향후 동물을 어떻게 할지 명확한 대안이 없는 상태에서 시행되었으며 동물카페를 운영하는 점주들의 목소리를 청취하는 과정도 없었다. 동물의 복지를 신장시키기보다는 동물카페를 없애는 데에 초점을 맞춘 듯한 행보였다.

이색동물카페 단체의 기자회견. 사진 = 뉴스페이퍼
이색동물카페 단체의 기자회견. 사진 = 뉴스페이퍼

이런 가운데 이색동물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점주들이 조직한 ‘이색동물카페 단체’는 지난 1월 28일 기자회견을 열고 발대식을 진행했으며, ‘야생동물카페 금지법(라쿤카페 금지법)’이 오히려 동물들의 안락사를 조장할 수 있다는 허점을 지적했다. 또한 동물카페가 전염병이나 동물학대의 온상지라는 누명에 정면으로 맞서 카페들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앞장서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본 기자는 이 행사가 있기 몇 주 전부터 야생동물카페들의 주장에 팩트를 체킹해왔으며 어느 정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하여 기사화하였다.

그러나 지난 6일 이형주 동물복지연구소 어웨어 대표는 네이버 ‘동그람이’ 포스트에서 “법 바뀌면 라쿤 안락사된다는 업주들의 ‘가짜뉴스’”라는 글을 게재했다. 이색동물카페 단체의 주장은 모두 거짓된 정보라고 매도했다. 해당 내용을 직접 취재했던 기자로서 경악을 금치 못했다. 취재에 근거하여 작성한 기사를 명확한 근거 없이 ‘가짜뉴스’라 하며 이색동물단체와 기자를 거짓말쟁이로 몰아가는 것이 믿어지지 않았다.

이형주 어웨어 대표의 “법 바뀌면 라쿤 안락사된다는 업주들의 ‘가짜뉴스’” 포스팅 갈무리.
이형주 어웨어 대표의 “법 바뀌면 라쿤 안락사된다는 업주들의 ‘가짜뉴스’” 포스팅 갈무리.

본 기자는 이용득 의원실과 환경부에 직접 전화하여 야생동물카페 금지법 시행 이후 구체적인 방안을 문의한 바 있다. 이용득 의원실에서는 3개월 내에 점주들이 ‘알아서’ 처리 방안을 보고해야한다고 하며 자세한 부분은 환경부가 정할 일이라고 답변했다. 법안을 발의한 이용득 의원실에서는 너구리를 처리할 방안을 정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후 추가취재에서 환경부에 처리방안이 있냐는 문의를 넣어보니 오히려 법안이 통과도 안 된 상황이 아니냐며 당황해했다. 마찬가지로 방안을 정한 바 없다는 것이다.

점주들에게는 3개월 내에 처리 계획을 내놓으라는 법을 발의하고서는 그 처리방안에 대해서는 의원실도, 환경부도 법이 통과된 이후에나 고민해보겠다는 것이다. 동물카페 점주들하고는 일체의 소통이 없었다는 것을 이색동물카페 단체와의 취재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이색동물카페 단체의 점주들이 자신의 동물들을 빼앗기고 더 나아가서는 안락사를 당하지 않을까 공포에 질려하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더욱이 본 기자는 이후 추가취재에서 동물원들에게 연락하여 ‘카페들의 동물들을 받을 수 있냐.’고 질문했다. 동물원들은 ‘동물의 입양은 어렵다.’는 입장을 표했다. 상식선에서 스무 개가 넘는 동물카페의 동물을 받아줄만한 동물원이 없다는 것은 납득 가능한 일이었다.

이렇게 팩트체킹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어웨어 이형주 대표는 본지의 기사를 가짜뉴스라고 말했으며 “법이 통과되면 환경부가 동물원 등 타 기관들과 협조해 어디에서 남은 동물을 보호할지 구체적인 계획을 마련”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 말은 바꿔 말하면 현재까지 동물들의 처리 방안이 구체적으로 논의되지 않았다는 뜻이며, 본 기자의 취재가 옳았다는 증언이기도 하다. 이색동물카페 단체가 문제라 지적한 부분은 바로 이 부분이었으며, 기자는 이 부분을 팩트체킹하였고 충분히 타당하다는 판단 하에 기사를 작성한 것이다.

받아줄 동물원이 없는 상태에서 ‘알아서 처리’하라고 이야기한다면 라쿤들은 어디로 가게 될 것인가? 작년 9, 11월 제주도에서 구조된 라쿤들이 동물원으로 간 것이 아니라 안락사를 당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단 몇 마리의 라쿤조차도 수용하지 못하고 안락사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이 터지고 있는 와중에 이용득 의원의 불소통은 라쿤카페 점주들의 불안만을 자극하고 만 것이다. 안락사라는 단어가 법안에 들어있지 않을지언정 동물들을 알아서 처리하라고 떠넘긴 것과 같은 현 상황은 폐업 위기에 놓인 점주들에게 선택지는 이미 정해진 것과 다름이 없다. 이형주 대표는 점주들이 “법안에 나와있지도 않은 안락사”를 언급한다고 이야기했으나, 오히려 ‘안락사’를 직접 언급하지 않고 안락사를 종용하는 태도가 더욱 문제이다. 언어에는 ‘상징’이라는 것이 있다. 문장에는 ‘의도’라는 것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어 하나에 집착하여 팩트체킹이 된 기사를 ‘가짜’라고 낙인찍는 행위에 본 기자는 몹시 유감을 표한다.

블라인드앨리의 한송희씨. 사진 = 뉴스페이퍼
블라인드앨리의 한송희씨. 사진 = 뉴스페이퍼

너구리카페인 ‘블라인드앨리’의 한송희씨는 기자회견에서 기르고 있는 너구리들을 ‘아이들’이라고 표현했다. 아주 어린 시절부터 젖병을 먹여가며 키운 너구리에게 ‘야생동물’이라는 프레임을 씌우고 애완인을 학대자로 몰아가는 것은 잘못됐다는 지적을 한 것이다. 또한 한송희씨는 본지 기자와의 취재에서 법안이 발의되고 진행되는 과정에서 어떠한 설명 한 번 듣지 못했다며 “우리 애들은 도대체 어디로 보내지는 것이냐.”고 두려움을 토로했다.

이형주 어웨어 대표는 “다양한 야생동물 종의 습성에 맞는 서식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애초에 불가능한 카페에서 동물의 ‘복지’를 찾는 것부터가 어불성설”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이색동물카페 점주들은 한송희씨처럼 동물을 유년기 때부터 분양받아 직접 키운 경우가 대다수였다. 야생에서 동물을 납치해온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야생에서 라쿤의 수명은 고작 2~3년에 불과하다. 하지만 라쿤카페에서 키우고 있는 라쿤들의 나이가 4살을 넘기고 있다는 사실이 시사하는 점은 분명하다. 라쿤카페 라쿤들은 야생에 있을 때보다 더 오래 살고 있는 것이다. 누군가가 길가에 있는 고양이를 키운다고 하여 학대라고 주장할 수 있을까. 본지 기자는 해외에서 라쿤에 대한 인식이 길고양이와 다르지 않음을 익히 알고 있다.

본 기자는 기사를 취재하고 내보냄에 있어 한 치의 부끄럼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짜뉴스’라고 이야기를 해야 했다면 최소한 어떻게 된 연유인지 본 기자에게 물어볼 수 있지 않았을까. 이것은 마치 라쿤카페 점주들에게 어떠한 말과 토의도 없이 법을 발의하고 있는 이용득 의원의 모습과 겹쳐 보인다.

이색동물카페 단체는 협약문을 통해서 동물 등록제로 유기 및 방치를 막을 것이며 전염병 전파를 방지하기 위해 검진과 예방접종을 정기화하여 기존의 논란을 해결해나가겠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본 기자는 이것이 긍정적인 방향 나아가는 첫 걸음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이러한 구체적 개선방안을 논의하기보다는 대책 없이 동물카페가 사라지는 게 답이라 한다면 이것이 정말 동물 복지를 위한 것인가?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본 기자의 기사를 ‘가짜뉴스’라 한 어웨어 이형주 대표에게는 강한 유감을 표한다. 본 기자의 메일은 항상 공개되어 있다. 언제든지 본 기자는 소통하고 취재할 마음이 있다. 이 글에도 메일 주소가 공개되어 있음을 알아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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