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학번역원, 맨부커 상 수상 "한국문학 해외진출 전반에 큰 힘이 될 것"
한국문학번역원, 맨부커 상 수상 "한국문학 해외진출 전반에 큰 힘이 될 것"
  • 성슬기 기자
  • 승인 2016.05.17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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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페이퍼 = 성슬기 기자] 소설가 한강의 연작단편소설집 <채식주의자>가 세계 3대 문학상 중 하나로 꼽히는 2016년 맨 부커상 인터내셔널 상을 수상했다. 1969년에 제정되어 영어로 쓰인 최고의 소설에 수여되는 맨 부커상의 자매상인 맨 부커 인터내셔널상 부문은 2005년 신설되었다. 어떤 언어로 쓰였든 영어로 널리 읽히는 작가의 공을 기리는 취지에서 설립된 이 상은 2016년부터는 번역상의 의미도 포함하여, 영어로 번역되어 영국에서 출간된 작품에 상을 수여하게 되었는데, 그 첫 해에 한강 작가가 상을 수상하였다는 것은 더욱 큰 의의를 지닌다.

노벨상 수상작가인 터키의 오르한 파묵과 중국 문단 최고의 작가로 꼽히는 옌렌커 등을 제치고 이제 막 영미권에 소개되기 시작한 한국 작가가 상을 탔다는 것은 한국문학의 쾌거가 아닐 수 없다. 지난 15년간 한국문학을 해외에 알리기 위해 힘써 온 한국문학번역원(원장 김성곤)의 노력이 커다란 결실을 맺은 것이다. 상금으로는 작가인 한강과 번역가 데보라 스미스가 5만 파운드를 나누어 수여받게 된다.

주한스웨덴대사관저에서 진행된 한강 소설가와의 만남

한강 <채식주의자>는 영국 케임브릿지 대학과 런던대 SOAS 한국문학 박사과정을 졸업한 데보라 스미스((Deborah Smith)의 번역으로 2015년 1월 영국 포르토벨로(Portobello) 출판사에서 출간되었다. <채식주의자>는 한국문학번역원의 지원을 받아 베트남에서 2010년 출간된 데 이어 스페인어, 중국, 포르투갈, 폴란드에서 차례로 출간된 후 영미권 진출을 노리던 중이었다. 그 노력에 빛이 보이기 시작한 것은 데보라 스미스가 2013년부터 런던 도서전 한국 주빈국 행사의 준비위원으로 활동하면서인데, 영국의 대표 문예지 <그란타(Granta)>를 인수한 포르토벨로 출판사 편집자에게 <채식주의자> 영역 샘플과 함께 홍보 자료를 건네면서이다. 그 자료를 본 편집자는 <채식주의자>에 큰 흥미를 느꼈고, 이듬해 2014 런던 도서전 주빈국 행사에 한강 작가가 참가해 런던과 에든버러 등에서 문학행사를 했을 때, 영국독자들의 열광적인 반응을 확인한 출판사는 <채식주의자>의 출간을 확정짓게 되었다. 이후 출판사는 <그란타>의 네트워크를 십분 활용, 현지 문단과 독자를 대상으로 사전 마케팅에 총력을 가했고 드디어 출간된 <채식주의자>는 평단에 큰 반향을 몰고 왔다. 이어 2월 호가스(Hogarth) 출판사에서 미국 판을 출간한 직후, 가디언지와 뉴요커에서는 각각 “그로테스크한 동시에 우아한 새로운 스타일의 소설”이라는 서평이 실렸다. 

한강 작가와 번역가 데보라 스미스 (한국문학번역원 제공)

한강의 <채식주의자>는 선집 등에 단편이 수록되어있던 것을 제외하면, 영어로 번역되어 본격적으로 소개된 한강의 사실상 첫 작품이다. 그러나 그 이전에 한강의 작품은 한국문학번역원 지원을 받아 프랑스어, 스페인어, 중국어 등으로 번역되어 6개 언어권에서 8건이 출간된 바 있으며, 현재 4개 언어권 5건이 번역, 출간 준비 중에 있다. 특히 2014년 프랑스에서 출간된 <바람이 분다, 가라>는 프랑스 유명 일간지 르몽드 지에서 “격정적이면서 아련한 이 소설을 통해 작가는 문체와 시각의 변화를 다루는 능수능란함을 펼쳐보인다”는 극찬을 받기도 했다. 

한강 작가는 2002년 ‘한-영 젊은 작가 문학 세미나’를 시작으로 한국문학번역원의 지원을 받아 독일 라이프치히 도서전, 영국 런던 도서전, 도쿄 도서전, 부에노스아이레스 도서전 등에서의 문학 교류 행사를 통해 해외 독자들과 꾸준히 소통해왔다. 특히 작년 여름에는 영국문학번역센터(BCLT) 및 노리치 작가센터와 협력하여 개설된 번역 워크숍에 한강 작가가 참여한 가운데, 액 일주일간 <채식주의자> 번역가인 데보라 스미스와 번역가 지망생들이 함께 한강의 단편 <에우로파>를 번역하였다. 작가와 영어 번역가들이 긴밀하게 소통하며 문학적 표현을 영어로 옮기는 과정은, 작가의 말처럼 “느리게, 더 느리게” 보다 더 나은 언어를 찾아가는 여정이었다. 이러한 노력들이 켜켜이 쌓여 오늘날의 성공을 이루어냈다.

<채식주의자>의 오늘날 성공은 무엇보다 좋은 작품과 능력 있는 번역자가 만났기에 가능할 수 있었다. 따라서 문학적 감각을 갖춘 재능 있는 원어민 번역가를 발굴, 지원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알 수 있다. 번역가 데보라 스미스(Deborah Smith)는 2009년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 영문학 전공 후 비로소 한국어와 한국문학을 접하게 되었다. 오히려 한국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었기에 “신비스럽게, 그래서 매력적”이라고 생각한 데보라 스미스는 런던대학교 SOAS의 한국학 석사과정을 시작하게 되었다. 그녀는 한국문학번역원이 주한 영국문화원 등과 공동으로 주관한 2014 런던 주빈국 행사 준비위원으로 활동하게 되면서 본격적으로 한국문학 번역가로서의 경력을 쌓게 되었다. <채식주의자> 뿐만 아니라 그녀가 번역하여 올해 출간된 <소년이 온다(Human Acts)>도 현지에서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또한 그녀는 2013년부터 한국문학번역원의 지원을 받아 배수아 작가의 작품을 번역하고 있다. 2014년 말 한국문학번역원의 초청으로 한국을 방문한 그녀는 미국 유명 출판 관계자를 만나, 오픈 레터(Open Letter Books)에서 올 10월과 2018년 초에 각각 배수아의  <에세이스트의 책상>과 <올빼미의 없음>을,  그리고 딥벨럼(Deep Bellum Publishing)에서는 내년 초에  <서울의 낮은 언덕>을 출간하기로 했다. 그렇게 배수아 작가 작품의 미국 출간 계획이 연달아 잡힘에 따라 데보라 스미스는 올 가을 배수아 작가와 함께 한국문학번역원의 지원을 받아 미국 최대 번역가 모임인 미국 문학번역가 협회(ALTA: The American Literary Translators Association)의 연례회의에 파견되어 뉴욕 등지에서 낭독행사를 벌일 계획이다. 또한 현재 그녀는 박사과정을 끝낸 뒤 아시아와 아프리카의 언어로 쓰인 소설을 영역으로 출간하는 비영리 출판사 틸티드 악시스(Tilted Axis)를 설립, 연간 대략 네 편의 책을 내놓을 예정에 있는데 이 출판사는 한국문학번역원과 업무협약을 체결, 한국문학 3종을 시리즈로 내는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그동안 한국문학번역원은 한강 작가의 저작권을 보유한 에이전시 KL 매니지먼트 등 민간기구와 적극 협력하여 한국문학 전반의 해외 인프라와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데 주력하고, 국내 에이전시나 출판사가 한국문학을 보다 효과적으로 출간하고 홍보하는 데 지원을 아끼지 않아왔다. 예컨대 한국문학번역원은 에이전시 소속 23인 작가에 대한 267건의 번역을 지원해왔으며, 그 중 KL매니지먼트 소속 작가 15인에 대해서는 132건의 번역을 지원한바 있다. 또한 한국문학번역원은 출판사나 에이전시 등에 초록샘플 번역을 3,500건 넘게 지원해오며 번역 샘플을 통해 해외 출판사들이 한국문학 작품 출간에 관심을 가지도록 유도해왔다. KL 매니지먼트 소속 작품의 초록샘플 또한 29종에 대한 번역을 지원하여, 그 중 몇몇은 그러한 노력으로 해외 저명 출판사의 출간으로 이어질 수 있었다. 또한 해외 출판사의 지원과 교류 행사를 위해서도 그러한 노력은 계속되어 왔다.

번역가 데보라 스미스의 예에서도 알 수 있듯이, 좋은 한국문학 작품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좋은 번역가의 양성과 확보다. 맨 부커 인터내셔널 상이 번역가에게 작가와 동일한 상금과 대우를 하는 것은 그만큼 번역이 어렵고 중요하다는 인식에서 출발하는 것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가와바타 야스나리, 모옌, 오르한 파묵 등 아시아의 노벨문학상 수상자는 가독성이 뛰어난 원어민 전담 번역가들을 통해 작품성을 획득하여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는데 성공할 수 있었다. 따라서 한국문학 전문가 양성은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사안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 

한국문학번역원 번역아카데미는 국내 유일의 전문 문학번역가 양성 기관으로, 매해 영, 불, 독, 서, 노어권에서 한국문학 번역가를 지망하는 원어민 학생들을 초청하여 2년의 정규과정 교육을 통해 전문성을 극대화하고 있다. 이전에 주로 한국학 연구자와 교수들이 1세대 번역가로 활동했다면, 이제는 한국 문화와 한국어를 접한 뒤 애정을 갖고 전하려는 젊은 원어민 번역가들이 주축이 되어 한국문학을 번역하고 있고, 이들 가운데 상당수가 번역아카데미 출신이라는 것은 의미심장한 일이다. 2002년부터 배출된 졸업생 500여 명 중 벌써 몇몇은 번역가로서 크게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데, 번역 아카데미 출신인 이르마 시안자 힐 야네스(Irma Zyanja Gil Yáñez)가 스페인어로 번역한 구병모의 <위저드 베이커리>는 멕시코에서 젊은 세대들에게 선풍적인 반향을 일으키고 있으며 역시 아카데미 출신인 소라 킴 러셀(Sora Kim-Russell)이 영어로 번역한 배수아의 <철수>는 미국 펜(PEN) 번역상 최종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또한 프랑스어권 졸업생들의 번역실습 결과물을 모아 출판한 한국 현대 단편 모음집 <택시 운전기사의 야상곡>은 노벨상 수상작가 르 클레지오의 상찬을 받기도 했다. 이처럼 젊은 원어민 번역가들이 한국문학 전문 번역가로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교육, 교류를 지속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한국문학번역원에게 시대가 요구하는 역할일 것이다. 앞으로 한국문학번역원은 번역아카데미를 대학원대학교로 전환하여 한국문학 전문번역가 육성사업의 수준을 높이고 그 범위도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한국문학번역원은 이번 한강 작가의 맨 부커 인터내셔널 상 수상이 한국문학 해외진출 전반에 큰 힘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맨 부커 상을 수상한 작가의 지명도가 높아지는 것은 물론, 한강 작가의 작품을 먼저 접하게 된 영미권 독자들이 다른 한국 문학 작품에도 흥미를 가지고 찾아 읽게 되면서 문학 한류까지 이어질 수 있게 되리라 기대하는 것이다. 이를 위하여 한국문학번역원은 현지 출판시장을 리드하는 번역가 및 출판사와 지속적으로 협력하여 세계시장에서 어필할 수 있는 한국문학작품 발굴에 앞장설 계획이다. 예컨대 올 연말부터는 배수아 작가의 미국 연속 출간이 시작되고, 내년 초에는 미국 저명 출판사인 하코트(Houghton Mifflin Harcourt)에서 김영하의 『너의 목소리가 들려』, 그리고 그레이울프(Graywolf Press) 출판사에서 한유주의 『불가능한 동화』의 출간이 예정되고 있다. 또한 번역원에서는 올해 펭귄 클래식 시리즈에서 『홍길동전』이 출간된 것을 시작으로 고전, SF, 추리소설 등 해외 독자들이 접할 수 있는 한국 문학 작품 장르의 저변을 확대해나가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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