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늘샘의 문예담론 '목소리' - 3. '미적 영토'라는 새로운 현실 공간에 대하여
[연재] 늘샘의 문예담론 '목소리' - 3. '미적 영토'라는 새로운 현실 공간에 대하여
  • 김상천 문예비평가
  • 승인 2019.02.10 0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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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적 영토'라는 새로운 현실 공간에 대하여. 이미지 편집 = 한송희 에디터
'미적 영토'라는 새로운 현실 공간에 대하여. 이미지 편집 = 한송희 에디터

[뉴스페이퍼 = 김상천 문예비평가] 우리는 하나의 담론으로 '미적 영토aesthetic territory'라는 개념을 생각해 볼 수 있지 않을까... 평단에 아직 변화되고 있는 사회 현실을 대체할 만한 적절한 개념 도구가 없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아름다움이라는, 그것이 기쁨이고 슬픔이고를 떠나서 미의 세계-있음이라는 미적 실재를 부정할 수 없으니 하는 말이다 그리하여 우리는 물질적 공간 또는 현실적 영토와는 다른 공간을, 정신적 실재 또는 미적 공간이라는 새로운 영토를 상정해 볼 수 있다 다시 말해 미적 영토는 대중들의 뇌리 속에 새롭게 생성된 심미적 공간으로 가령, 당대 헬라인들의 가슴에 따스한 봄에는 아름다운 봄처녀 페르세포네와 함께한다는 인식이 하나의 심미적 실재로 실존했던 것처럼, 또 하나의 사회적 현실로 기능하고 있는 미적 영토 또한 오늘에도 여전히 하나의 심미적 실재realite로 실존하먼서 거친 진실hard truth을 뜨겁게 시화poetizing시키는데 기여한다 

쇠파이프도 엿가락처럼 
휘어진다는 악마의 벨트! 
등짝이 까맣게 타버린 채 
탄가루 뒤집어쓰고 죽은 용균아!  

악마의 벨트에 빨려 들어간 몸. 
머리와 몸통이 두 동강 난 
처참한 순간! 
어둠 속엔 도와줄 이 
아무도 없었구나!  

뼈가 으스러지는 
고통 속에서 죽어갔을 용균아! 
쿨럭쿨럭 쏟아진 붉은 피 
탄가루에 뒤섞여 까맣게 흔적도 없이 
외롭게 죽어갔을 내 아들아! 
서러운 내 새끼야!  

탄가루 미친 듯이 
흩날리는 어두컴컴한 작업장! 
엄마는 굉음 속에서 
짐승처럼 울부짖고 통곡했단다.  

어두컴컴한 작업장 
일을 시킨 자가 누구냐? 
이 지옥 같은 공간으로 너를 
밀어 넣은 자가 누구더냐? 
사람이 우선인 사회라는데 너를 
죽음으로 몰고 간 자가 대체 누구란 말이냐? 

열심히 일하라고 격려한 
엄마가 죄인이 되는 나라! 
성실함이 죄가 되고 
끝내 죽음이 되는 나라! 
머리를 들이 밀고 
일하지 말라고 했어야 했는데 
땅을 치고 가슴을 쳐도 
자꾸만 미칠 것만 같구나!  

묵묵히 성실한 너를 
죽음으로 몰고 간 세상! 
악마의 벨트처럼 영혼을 
빨아들이는 흡혈귀 같은 세상! 
위선과 뻔뻔함만 남은 
껍데기 같은 이 거만한 세상!  

다시는 다시는 
이 더러운 세상에 태어나지 말아라 
다시는 다시는 
이 나라에 태어나지 말아라  

스물네 살 꽃 같은 내 아들아! 
여리고 착하디착한 내 아들아! 
가슴이 아프도록 
보고 싶은 내 새끼야!  

지상을 떠나 어서 하늘로 
네 곁으로 돌아가고 싶구나! 
네가 못다 이룬 꿈! 
엄마가 꼭 이루련다!  

부디 일 끝내고 
하늘에서 만나거든 
너를 안아주마! 너를 꼭 껴안으며 
사랑한다고 말해주마!  

오늘도 보고 싶은 내 새끼야! 
사랑하는 내 아들아! 
빛으로 되살아나는 세상! 
엄마가 만들 거야!  

하늘에서 별이 되어 
엄마를 지켜봐주렴!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사랑하는 내 아들아! 
우리의 용균아! 

-하성환 님의 '해맑게 웃던 너의 죽음 앞에서-짧은 생을 마친 청년 노동자에게 바치는 시’

여기, '내 새끼야!' 하고 지상을 떠난 아들을 끝없이 호명하고 있는 엄마의 처참한 심정은 분명 실재하는 현실이다 실재하는 건 물질만이 아니다 그러나 최후의 착취 수단으로, 외주 노동자로 전락한 스물네 살 꽃 같은 아들을 악마의 벨트에 잃은 엄마는 영혼마저 빨아들이는 저 '외주자본주의outsourcing capitalism', '뱀파이어 자본주의vampire capitalism' 현실을 결단코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리하여 마적 실재로서의 처참한 현실 공간을 넘어 아들과 만날 수 있는 새로운 공간이 필요했다 머 그것은 더 이상 열심히 살려고 노오력한 게 죄가 되지 않고,  헛된 죽음이 되지 않는 하나의 '전복적subversive' 공간으로서의 미적 영토의 세계다  

What matters best, 

가장 중요한 것은 이 전복적 공간으로서의 미적 영토의 세계가 하나의 대중기만으로서의, 신비적 도피의 공간으로서의 마취적 판타지의 세계가 아니라는 점이다 그리하여 사별한 모자가 다시 만나는 이승에서의 재회의 공간은 엄마가 재설정한 새로운 공간, 즉 아들의 못 이룬 꿈이 '빛으로 되살아나는' 재생의 현실 공간이다 그러니 '미적 영토'는 가능 세계의 공간이고, 우리의 욕망이 실현된 꿈의 공간이며, 마적 현실을 넘어 선 증강된 현실augmented reality공간이지 않은가 여기, 구원서사로서의 미적 영토의 힘이 있다 

난 그렇게 본다 

...... 

김상천 문예비평가         
“텍스트는 젖줄이다”, “명시단평”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