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은 시인, ‘성추행 의혹 폭로' 최영미 시인 대상으로 한 손해배상 소송 패소
고은 시인, ‘성추행 의혹 폭로' 최영미 시인 대상으로 한 손해배상 소송 패소
  • 육준수 기자
  • 승인 2019.02.15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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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 시인이 자신의 성추행 의혹을 폭로한 최영미 시인과 언론사를 대상으로 한 손해배상 청구소송 1심에서 패소했다. 최영미 시인의 말이 허위가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다. 다른 의혹을 폭로한 박진성 시인의 손해배상 책임만이 인정됐다.

15일 오후 2시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 14부(이상윤 부장판사)는 고은 시인이 최영미 시인과 박진성 시인, 언론사를 상대로 총 10억 7천만 원을 청구한 소송에서 최 시인과 언론사에 대한 청구를 기각하고 박 시인에 대한 청구만을 받아들인다고 선고했다.

재판부는 최영미 시인이 폭로한 1994년 성추행 의혹을 허위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최영미 시인의 진술이 구체적이고 일관되어 있어 “특별히 허위로 의심할만한 사정이 보이지 않았다.”고 밝히며 고은 시인 측이 낸 반박 증거에 대해서는 “의혹이 허위임을 입증하기에는 부족”했다고 전했다.

이날 판결에 대해 최영미 시인은 “이 땅에 정의가 살아 있다는 것을 보여준 재판부에 감사드립니다.”라며 “저는 진실을 말한 대가로 소송에 휘말렸습니다. 다시는 저와 같은 피해자가 나오지 않으면 좋겠습니다.”라고 이야기했다. 또한 “여러분의 관심과 지지가 없었다면 견디기 힘든 시간”이었을 거라며 “진실을 은폐하는데 앞장선 사람들은 반성하기 바랍니다.”라고 일침했다.

최 시인에게 제보를 받고 보도한 언론사들 역시 손해 배상 책임을 지지 않게 됐다.

그러나 박진성 시인에 대해서는 “시인이 법정에 나오지 못했기 때문에 얼마나 일관되고 구체적인 진술을 하는지 검증할 기회를 갖지 못했다.”며 “박 시인이 피해자 여성을 특정하지 못하는 점 등을 종합해보면 이 의혹은 허위인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박진성 시인은 고은 시인에게 1천만 원을 배상해야 한다.

다만 언론사들의 경우에는 제보 내용을 검토하고 주변 취재를 한 것이며, 보도의 공익성이 인정되어 손해배상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받았다.

아래는 최영미 시인이 페이스북에 밝힌 입장 전문이다.


원고 고은태의 손해배상 청구를 기각한다는 판결이 나왔습니다. 제가, 우리가 이겼습니다! 이 땅에 정의가 살아 있다는 것을 보여준 재판부에 감사드립니다.

저는 진실을 말한 대가로 소송에 휘말렸습니다. 다시는 저와 같은 피해자가 나오지 않으면 좋겠습니다. 성추행 가해자가 피해자를 뻔뻔스레 고소하는, 사회 분위기를 만들면 안 됩니다.

진실을 은폐하는데 앞장선 사람들은 반성하기 바랍니다.

저보다 더 많은 것을 알고 있는 문단의 원로들이 도와 주지 않아서, 힘든 싸움이었습니다. 용기를 내어 제보해준 사람들, 진술서를 쓰고 증거 자료를 모아 전달해준 분들의 도움이 컸습니다.

여러분의 관심과 지지가 없었다면 견디기 힘든 시간이었습니다. 미투시민행동을 비롯한 여성단체들 , 그리고 사명감과 열정이 넘치는 훌륭한 변호사님들을 만난 행운에 감사드립니다.

저를 믿고 흔쾌히 사건을 맡은 여성변호사회의 조현욱 회장님, 준비서면을 쓰느라 고생하신 차미경 변호사, 안서연 변호사, 장윤미 변호사, 서혜진 변호사님. 참 수고 많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