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시집 “베개는 얼마나 많은 꿈을 견뎌냈을까요” 펴낸 권민경 시인, 서아책방에서 독자와 만나
첫 시집 “베개는 얼마나 많은 꿈을 견뎌냈을까요” 펴낸 권민경 시인, 서아책방에서 독자와 만나
  • 육준수 기자
  • 승인 2019.02.19 21: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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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페이퍼 = 육준수 기자] 지난 1월 19일 서아책방에서는 권민경 시인이 참여한 “책방에서 만난 작가” 행사가 진행됐다. 2011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으로 데뷔한 권민경 시인은 지난 12월 첫 시집 “베개는 얼마나 많은 꿈을 견뎌냈을까요”를 문학동네 출판사를 통해 출간했다. 시집 “베개는 얼마나 많은 꿈을 견뎌냈을까요”는 시인의 독특한 감성으로 고통과 몸을 이야기하는 50여 편의 시가 수록되어 있다.

“책방에서 만난 작가” 행사에서 권민경 시인은 어떻게 시를 쓰게 되었는지부터 시를 쓰는 의미에 관해 이야기했으며, 시인의 작업에 궁금증을 가진 독자들로부터 질문을 받아 답하기도 했다.

- 권민경 시인, ‘게임에 나오는 힐러 같은 시인 되고 싶어’

권민경 시인. 사진 = 육준수 기자
권민경 시인. 사진 = 육준수 기자

고등학교 때 입시 미술을 했던 권민경 시인은 막상 대학을 가고 나서 디자인이 자신의 적성에 맞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한 학기를 다닌 후 대학을 자퇴하고, 홈페이지를 만들어본다거나 포토샵을 배우고 글쓰기를 익히는 등 다양한 분야에 골몰하는 시기를 보낸다.

권민경 시인이 본격적으로 문학을 배우겠다고 생각하게 된 것은 헤르만 헤세의 소설 "나르치스와 골드문트"를 읽게 되면서부터다. “나르치스와 골드문트”를 읽고 “하늘에서 뭐가 내려오듯 글을 써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이야기한 권민경 시인은 이후 문예창작과에 진학했고, 시 스터디그룹에 가입하고 은사님을 만나게 되며 시를 쓰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시를 쓰게 된 권민경 시인이 집중한 것은 육체와 마음의 고통이다. 권민경 시인은 어린 시절부터 몸이 많이 약했다고 이야기했다. 앓아눕는 것은 예사고 수술도 몇 차례 받았다는 것이다. 이런 육체적 고통은 정신적 지점까지 이어졌으며 때문에 권 시인은 시를 쓰는 것은 아픔을 치유하는 일이었다고 말한다. 힘들었던 일을 시로 씀으로써 자신의 고통을 이해하고 앞으로 걸어 나갈 힘을 얻었다는 것이다.

권민경 시인이 함께하는 '책방에서 만난 작가' 행사가 진행 중이다. 사진 = 육준수 기자
권민경 시인이 함께하는 '책방에서 만난 작가' 행사가 진행 중이다. 사진 = 육준수 기자

이번 시집에서 권민경 시인은 자신이 겪었거나 주변에서 본 다양한 형태의 아픔을 호명하며 그에 대한 감정을 이야기했다. 시집의 제목인 “베개는 얼마나 많은 꿈을 견뎌냈을까요”는 수록작 ‘안락사’에서 따왔다. 시 ‘안락사’는 고양이 한 마리가 안락사당하는 상황을 상상하며 쓴 작품이다. 권민경 시인은 안락사의 상황을 상상하며 썼지만, 쓰고 나서는 ‘안락사’ 속 고양이가 시인 자신처럼 느껴졌다고 이야기했다.

커튼 뒤에서 잃어버린 어제를 찾았죠. 베개는 얼마나 많은 꿈을 견뎌냈나요. 머리맡엔 단단한 구름과 말캉한 악몽이 쌓이고, 기억들을 팡팡 털어도 베개는 풍성해지지 않아요. 부풀어오르지 않아요. 걸어온 길들은 푹 꺼져서 다신 되돌아오지 않아요.

- 시 '안락사' 부분

시에 나오는 ‘베개’는 아픔과 죽음의 무게를 보여주는 상징물이다. 악몽과 기억들에 짓눌린 베개는 아무리 팡팡 털어도 원래의 풍성한 모습으로 돌아오지 못한다. 오랜 시간 아픔을 겪었던 권민경 시인은 이 베개에 자기 자신을 투영하고 있다.

시 ‘종양의 맛’과 ‘편도선의 역사’, ‘노루생태관찰원’, ‘외상 후의 기록’ 등의 시에서도 무수한 아픔의 형태와 그에 대한 권 시인의 시선이 드러난다. 특히 시 ‘노루생태관찰원’은 친한 동생이 간 수술을 했을 당시를 생각하며 쓴 시다. 권민경 시인은 “저도 많이 아팠고 수술도 많이 했지만, 이 시를 쓰면서 그때 생각을 많이 했다.”고 이야기했다.

내일 수술한다는 동생의 카톡
내 몸의 수술자국을 세본다
내게도 이런 날이

(중략)

수술을 앞둔 동생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했다 나도 모르게
남편에게도 한 적 없는 말
그러면서 잘도 혼인했고

건방지게 동병상련이라니
임파선 떼어낸 데가 자꾸 조여와
예민해 있던 과거의 나에게
청혼하는 과정

- 시 '노루생태관찰원' 부분

권민경 시인은 “요새 시집을 읽고 아픈 이야기를 가볍게 하니까 오히려 치유를 받는다고 말해준 분이 많다.”고 이야기했으나 한편으로는 “이번 시집은 몸의 이야기를 많이 다룬 작품이라 다음 시집에서는 마음의 아픔에 대해 다룰 생각인데, 사람들에게 치유가 될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몸의 아픔에 대해 가볍게 이야기하는 것은 가능했으나, 마음의 아픔에 대해 가볍게 이야기하는 것은 어렵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그러나 권민경 시인은 향후 “게임에 나오는 힐러처럼 힐을 해줄 수 있는 사람, 아프면 빨간 약을 마시라고 주는 친구 같은 시인이 되고 싶다.”며 고통과 치유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나갈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 시에 대한 다양한 질문 나눠보는 시간 이어져

권민경 시인으로부터 시를 쓰게 된 이야기부터 시집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이후에는 행사에 참여한 독자들로부터 다양한 질문을 받는 시간이 이어졌다. 독자들은 시를 안 써질 때의 극복 방법, 시를 노하우 등을 물어보았다. 이하는 독자들과 권민경 시인이 나눈 질의응답 일부이다.

독자들과 질의응답을 하며 즐거워하는 권민경 시인. 사진 = 육준수 기자
독자들과 질의응답을 하며 즐거워하는 권민경 시인. 사진 = 육준수 기자

Q. 소설을 쓰다가 시를 쓰게 되는데 어려움은 없으셨나요?

A. 요즘 문예창작과를 보면 시를 쓰는 분은 소수다. 그런데 소설 과목은 필수 과목이 아니었는데 시는 필수 과목이라 자연스럽게 소설에서 시로 바꿀 수 있었던 것 같다. 시를 쓰는 사람들이 자기만의 세계관이 뚜렷하고 멋도 부리는 분들이라 저와 성향은 잘 맞지 않았으나, 시라는 장르 자체는 정말 매력적이었다.

Q. 시가 잘 안 써지거나 시상 안 떠오를 때는 어떻게 하나요.

A. 동기 시인은 ‘시가 차올라야 쓴다’고 이야기한다. 그게 무슨 이야기냐면, 사실은 논다는 이야기다. 시가 안 써진다고 시를 붙잡고 쓰는 게 아니라 다른 것을 한다는 이야기인데, 저는 유튜브를 보는 등의 방법으로 놀곤 한다. 다른 분들이 영화를 보거나 음악을 듣거나, 소설이나 그림을 보며 딴짓을 하듯 저도 딴짓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면 시상이 떠오르더라. 시 쓰는 분들이 말하는 ‘여러 경험 하라’는 게 사실 잘 놀라는 이야기다.

Q. 시에 대한 생각을 쉬는 건가요? 관심을 끊는다는 의미일까요?

A. 세상의 모든 것에는 이미지가 있다. 예를 들어 개그 프로만 봐도 거기 안에 여러 이미지 있고, ‘막장 드라마’에도 섬뜩한 이미지가 있다. ‘시를 안 써야지’, ‘끊어야지’가 아니라 뭐든 하면서 보내면 이미지가 채워지는데, 그 이미지를 캐치하는 훈련이 필요하다. 이미지나 시상을 멀리서 안 찾으려 해도 되고, 안 써지더라도 조급해하지 말고 열심히 딴짓하고 지나면 뭐든 써지게 된다.

Q. 시를 쓰는 노하우가 뭔가요? 시인들이나 시 작법서에서 이야기를 하지 않으시더라.

A. 요새는 글틴이라는 청소년 글쓰기 사이트에서 멘토 중인데, 어린 학생들, 고등학생만 쓸 수 있는 시가 있다. 그런데 학생들이 자기 이야기를 멀리 두고 추상적인 시를 많이 쓴다. 근데 이런 시는 공감을 사기 힘들다.

여기 계신 분들 모두 다 대단한 자기만의 우주를 갖고 있는데, 자기 우주가 아닌 외계에서 시를 쓰는 분들이 있으시다. 그냥 내 안의 것을 꺼내 보여주면 사람들이 대단하다고 느낄 수 있는데 멀리서 찾으려 한다. 내 이야기를 다 구구절절하게 쓰라는 게 아니라 힌트는 내 안에 있다는 것이다.

어떤 고등학생이 좋은 의도로 독립운동가를 응원하는 시를 썼는데, 21세기 지금을 살아가는 고등학생이 뭐라고 말하는 내용이었다면 좋았겠는데, 저 넓은 광야로 가버리더라. 자신만의 이야기를 찾아야 하고, 시를 고치는 것에도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 급할 때는 일주일 후에 자신이 쓴 시를 보지만, 시간이 좀 더 있으면 한 달 정도 묵혀두고 볼 때가 많다.

권민경 시인의 독자 사인회가 진행 중이다. 사진 = 육준수 기자
권민경 시인의 독자 사인회가 진행 중이다. 사진 = 육준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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