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문학웹진 거울 중단편선 “아직은 끝이 아니야” 출간 쇼케이스 개최
환상문학웹진 거울 중단편선 “아직은 끝이 아니야” 출간 쇼케이스 개최
  • 김상훈 기자
  • 승인 2019.02.28 2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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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페이퍼 = 김상훈 기자] 환상문학웹진 거울의 중단편선 “아직은 끝이 아니야”의 출간 쇼케이스가 2월 23일 오후 7시 성수동 안전가옥에서 진행됐다. 

​환상문학웹진 거울은 국내에서 가장 오랫동안 유지되어온 장르문학 관련 웹진으로, 작가들의 공동체이자 작품 발표의 장으로 기능해왔다. 거울은 거울 필진들이 쓴 중, 단편 소설을 엮은 앤솔로지를 발매해오고 있으며, 올해에는 SF전문 출판사인 ‘아작’에서 중단편선 “아직은 끝이 아니야”를 출간하기에 이르렀다.

“아직은 끝이 아니야”에는 고호관, 곽재식, 김두흠, 김민정, 김주영, 손지상, 엄길윤, 엄정진, 유이립, 이나경, 이서영, 전삼혜, 전혜진 등 13명의 작품이 실려있다. 이번 쇼케이스에는 웹진 거울의 최지혜 작가, 정보라 작가, 작품을 수록한 고호관, 김두흠, 김주영, 유이립, 이서영, 전삼혜, 전혜진 작가가 참여했다.

​- 환상문학웹진 거울을 설명하는 키워드는? ‘단편’과 ‘작가’

​행사의 첫 순서는 웹진 거울의 최지혜 작가가 거울의 역사와 활동에 대해 소개하는 것으로 시작됐다. 환상문학웹진 거울은 2003년 6월 창간호를 발행하며 만들어졌다. 최지혜 작가는 당시 워터가이드, 이매진 등의 사이트가 있었는데 웹진 거울은 하이텔 판타지 동호회에서 독자우수단편 체제와 작가들을 모셔오고, 워터가이드에서 기사 형태의 콘텐츠를, 이매진에서 단편 공모전 형식을 빌려오며 만들어진 사이트라고 설명했다. 당시 존재했던 장르문학 관련 사이트에서 장점이나 특징을 적절히 차용했다는 것이다.

거울의 최지혜 작가가 거울의 역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 김상훈 기자]
거울의 최지혜 작가가 거울의 역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 김상훈 기자]

최지혜 작가는 웹진 거울의 주요 키워드를 ‘단편(소설)’과 ‘작가’라고 제시했다. 거울이 만들어진 시기는 장편 연재 사이트들이 대거 등장하던 시기로, 단편 소설을 게시하고 소설을 서로 읽는 공간은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었다. 웹진 거울은 단편 소설을 게시하는 것을 전면에 내건 웹사이트로 정체성을 잡은 것이다. 또한 단편 게시를 위해 필진들에게 전용 게시판을 제공해주었고, 최지혜 작가는 “성처럼 외롭게 있는 작가들에게 동료를 찾고 서로 자극하는 체제를 만들어왔다.”며 “웹진 거울은 작가 개인의 지속적 성장을 자극하고 성장을 역사로 만드는 곳으로 볼 수 있다.”고 전했다.

​웹진 거울은 웹진이지만 종이책 출판도 꾸준히 진행해왔다. 2004년 “2004 환상문학웹진 거울 단편선”을 시작으로 2015년 “차마 봄이 아니거니와: 2015 환상문학웹진 거울 중단편선”(16년 출간)에 이르기까지 거의 매 년마다 필진들의 글을 엮은 소설집을 출간해왔다. “혈중환상농도 13%: 흡혈귀 단편선”, “제15종 근접조우: 외계인 단편선”, “달과 아홉 냥: 고양이 단편선” 등 기획 앤솔로지를 출간했고, 2011년에는 국내에서 거의 찾아보기 힘든 장르문학 비평집 “B평: 2011 환상문학웹진 거울 비평선”을 발간하기도 했다.

​또한 다른 환상문학 단체, 작가 연대 등과 협업 및 교류를 지속해왔고, 지금도 콜라보를 이어오고 있다. 출판사나 단체 등과 협력해 국제도서전, 와우북페스티벌, SF컨벤션 등에 참가하기도 했다. 최지혜 작가는 “앞으로 독자우수단편을 통해 작가를 발굴하고,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작가들과 새로운 작업을 하고 성장하고 역사로 만들기 위해 계속 나아가고자 한다.”며 “단편집을 필두로 올해는 출판사 아작과 콜라보로 여러 기획을 진행하려 한다.”고 전했다.

​- “아직은 끝이 아니야” SF부터 판타지, 재난 스릴러까지. ‘장르소설계의 스카우팅 리포트’

​“아직은 끝이 아니야”에는 데뷔 후 수 년이 채 지나지 않은 신인 작가부터 십 년 이상 작품 활동을 해온 중견작가에 이르기까지 총 13명의 퀄리티 높은 작품이 실렸다. 최지혜 작가가 거울을 소개한 이후에는 정보라 작가가 각각의 작품에 대한 리뷰를 이야기하고, 고호관, 김두흠, 김주영, 유이립, 이서영, 전삼혜, 전혜진 등 7명의 작가가 앞으로 나와 자신의 작품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이 이어졌다.

환상문학웹진 거울 앤솔로지 "아직은 끝이 아니야" 수록 작가들과의 대담이 진행됐다 [사진 = 김상훈 기자]
환상문학웹진 거울 앤솔로지 "아직은 끝이 아니야" 수록 작가들과의 대담이 진행됐다 [사진 = 김상훈 기자]

앤솔로지의 표제작인 “아직은 끝이 아니야”는 오탈자가 실수가 아니라 자연적으로 발생한다는 발상에서 출발하는 작품이다. 대통령의 활동을 쓴 기사에서 오탈자가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바람에 신문사는 크나큰 위기에 놓이고, 이를 해결하고자 주인공이 ‘오자의 자연 발생설’을 추적하는 독특한 내용을 담고 있다. “아직은 끝이 아니야”를 읽은 정보라 작가는 “글 쓰는 사람이라면 자다가 깨어날 정도로 무서운 이야기”라며 “글 쓰는 사람의 궁극의 악몽 같은 이야기”라고 감상을 전했다.

​고호관 작가는 이 같은 감상에 “개그를 의도하고 썼는데 호러로 받아들이셨다니, 역시 개그는 안 되는구나 싶다.”라고 이야기했다. 이어 “과학잡지 기자로 일하면서도 ‘이건 자연발생 하는 것이 아닌가’라고 생각한 게 두 가지 있다. 하나는 오타고 하나는 초파리였다.”라며 “회사에서 책을 만들고 글을 편집해보시면 아시겠지만 정말 눈에 불을 켜고 봐도 오타가 나온다. 진짜 자연 발생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고 창작의 배경을 설명했다.

"아직은 끝이 아니야"의 고호관 작가 [사진 = 김상훈 기자]
"아직은 끝이 아니야"의 고호관 작가 [사진 = 김상훈 기자]

이서영 작가의 “구제신청서”는 이윤령이라는 71세 여성의 혼을 회수하러 간 저승 차사가 이윤령 옆에 있는 원혼과 이윤령의 혼을 두고 고스톱을 치는 이야기다. 저승 차사는 원혼과 고스톱을 치면서 원혼의 기억을 읽게 되고, 이윽고 이윤령과 원혼이 독특한 관계라는 것을 알게 된다. 이서영 작가는 작품의 발상이 심즈3라는 게임에서 비롯됐다고 설명했다. 심즈 시리즈는 플레이어가 분신인 ‘심’을 통해 먹고 마시고 자는 활동부터 취직부터 결혼, 출산, 양육, 죽음에 이르기까지 일생을 플레이하는 게임이다. 이서영 작가는 2014년 경 자신의 캐릭터로 부자의 집을 찾아가 부인을 죽이고 재혼 후 남은 가족을 전부 죽이는 플레이를 해보게 된다. 그러나 전 부인이 사망 후 귀신인 채로 자신의 캐릭터를 따라다니고 버그로 인해 귀신을 없앨 수도 없어, 전 부인의 귀신과 자신의 캐릭터는 평생 함께 지내게 된다. 

​이서영 작가는 “제 캐릭터는 할머니가 되었고, 죽음의 순간에 사신이 찾아왔는데 그 귀신만 제 캐릭터의 임종을 지키고 있었다.”라며 “제일 처음 그 귀신이랑 제 캐릭터는 엄청 사이가 안 좋은 상태였는데, 죽을 때가 되니 제 캐릭터와 귀신이 오랜 친구 관계가 있더라. 이 플레이 내용을 소설로 쓰게 되었다.”고 소설을 쓰게 된 배경을 재미있게 설명했다. 

"인간의 이름으로!"를 쓴 김주영 작가 [사진 = 김상훈 기자]
"인간의 이름으로!"를 쓴 김주영 작가 [사진 = 김상훈 기자]

김주형 소설가는 “인간의 이름으로!”라는 단편 소설을 발표했다. “인간의 이름으로!”는 청소와 가사 등에 사용하는 ‘양육 로봇’을 망치로 부숴버린 한 소녀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소녀의 영상이 사람들에게 알려지며 사람들은 소녀를 ‘로봇 파괴녀’로 부르고 학교에서는 질 떨어지는 불량학생으로 취급한다. 김주영 소설가는 “시설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경험을 바탕으로 쓰게 됐다.”며 시설에서의 경험에 대해 이야기했다. 행동도 거칠고 욕도 많이 하는 아이들이기에 선생들마저도 아이들을 감당하기 어려워했다는 것이다. 김주영 소설가는 “아이들의 감정을 받아줄 수 있는 존재를 만들어주고 싶었다.”고 이야기했다.

쇼케이스가 열린 성수동 안전가옥 [사진 = 김상훈 기자]
쇼케이스가 열린 성수동 안전가옥 [사진 = 김상훈 기자]

앤솔로지 “아직은 끝이 아니야”에는 이밖에도 휴대폰 OS에 고양이가 이식된 이야기 "안드로이드 고양이 소동"(전삼혜 작), 고양이 털 알레르기가 있는 소녀가 구조한 새끼 고양이를 둘러싼 이야기 "고양이 덫"(손지상 작), 인터넷 대신 '피그말리온넷'만이 존재하는 세상에서 벌어지는 탐정물 "피그말리온 넷은 왜 다운됐는가"(유재중 작), 죽음의 냄새를 추적해가는 한국적 고딕 소설 “냄새”(이나경 작)에 이르기까지 한국 장르문학을 대표하는 다채로운 이야기들이 수록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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