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출판권자와 저작권자 의견 모으는 저작권법 공청회 열려... 공공대출권, 수업목적보상금에 심층적 논의 있어야 할 때
[종합] 출판권자와 저작권자 의견 모으는 저작권법 공청회 열려... 공공대출권, 수업목적보상금에 심층적 논의 있어야 할 때
  • 육준수 기자
  • 승인 2019.03.09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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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페이퍼 = 육준수 기자] 그간 작가 개인이나 출판사 차원에서만 논의되던 저작권 문제를 작가단체와 출판단체가 공동으로 논의하는 의미 깊은 자리가 있었다. 지난 2월 28일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는 작가들과 출판인들이 연구자와 함께 저작권 법규 및 제도의 개선 방향을 논의하는 세미나가 열렸다.

저작권 법규 및 제도개선 공청회 현장. 사진 = 육준수 기자
저작권 법규 및 제도개선 공청회 현장. 사진 = 육준수 기자

행사에는 주최 측의 신동근 국회문화체육관광위원회 민주당 간사(우상호 의원 대리 참여)와 더민주 오제세 의원, 이경자 한국작가회의 이사장, 김사인 한국문학번역원 원장, 윤철호 대한출판문화협회 회장이 인사말을 전했으며 후원 단체인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의 정희섭 대표, 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김영진 사무처장이 참여했다.

이밖에도 한국문인협회 이혜선 부이사장, 국제펜클럽 한국본부 김경식 사무총장, 한국학술출판협회 김진환 회장, 한국 과학기술출판협회 송광헌 회장 등 많은 출판인, 작가들이 공청회에 참석했다. 공공대출권 입법화와 작가들의 권익 보장을 위해 창설된 작가단체연합(그림책협회, 레진불공정행위규탄연대, 어린이청소년책작가연대, 창작자연대, 한국과학소설작가연대, 한국동시문학회, 한국아동문학인협회, 한국어린이문학협의회, KBBY국제아동청소년도서협의회) 소속 작가들도 직접 작가들의 입장을 이야기하기 위해 자리에 함께했다.

저작권 법규 및 제도개선 공청회 현장. 사진 = 육준수 기자
저작권 법규 및 제도개선 공청회 현장. 사진 = 육준수 기자

이날 공청회에서 발제자 및 토론자들은 각자 출판권자와 저작권자의 목소리를 대변했다. ‘수업목적보상금’에 대한 출판권자들의 권리와 판면권 도입을 주장하고, 공공대출권이 도입되면 출판권자와 저작권자의 권리를 어떻게 규정해야 할지 제안한 것이다. 그러나 발제와 토론에서 확인한 출판인과 작가들의 의견은 판이했으며, 특히 작가단체연합 소속 작가들의 의견이 출판단체와 상충했다. 이는 수업목적보상금, 판면권, 공공대출권에 대한 권리를 주장한 출판사와, 공공대출권에 대한 작가의 권리를 주장한 작가단체연합의 입장이 충돌했기 때문이다.

- 출판권자의 입장에서 본 저작권 문제, 작가 위주가 아닌 출판인과의 상생 협의점 찾아야...

공청회의 발표자로는 김명환 대한출판문화협회 출판정책연구소장, 이대희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강현철 한국법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임정자 어린이청소년책작가연대 위원장이 참여했으며 정우영 시인(한국작가회의 저작권위원장)이 좌장을 맡았다. 발제 이후에는 2부 지정 토론과, 청중들이 함께하는 자유토론이 진행되기도 했다.

발제 중 출판권자의 입장을 대변하는 주장으로는 작가에게 주어지는 ‘수업목적보상금’이 출판권자와 배타적발행권자에게도 주어져야 한다는 주장과, 공공대출권의 보상금을 작가만 대상으로 할 것이 아니라 이해당사자들의 관계를 면밀히 살펴본 후 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었다.

이대희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사진 = 육준수 기자
이대희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사진 = 육준수 기자

수업목적보상금은 대학에서 수업을 목적으로 복제, 전송, 배포된 저작물에 대해 지급하는 보상금이다. 현행 ‘저작권법 62조 2항’으로 오직 작가에게만 지급하게끔 정해져 있다. 이에 대해 이대희 교수는 출판물에 대한 권리를 저작권자만 가져가는 것이 맞는지 고려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각 저작물이 사용됐을 때에는 저작권자뿐만 아니라 전송할 권리를 가진 배타적발행권자와, ‘출판의 방법에 의한 저작물의 복제, 배포권’을 가진 출판권자의 권리 역시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는 저작물을 제작한 출판사의 권리를 요구한 것으로, 출판권자의 ‘판면권’을 요구한 것과 비슷한 문제다. 판면권은 출판물의 판면 배열에 대한 출판사의 권리를 말한다. 국내에서는 시행 중이지 않지만 영국과 호주 등 해외 20여 개 국가가 시행 중인 제도로, 많은 출판단체가 국내도입을 제창하고 있다.

김명환 대한출판문화협회 출판정책연구소장. 사진 = 육준수 기자
김명환 대한출판문화협회 출판정책연구소장. 사진 = 육준수 기자

김명환 소장 역시 발표를 통해 판면권이 도입되어야 하며 수업목적보상금에 대한 ‘저작권법 62조 2항’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출판권자의 권리를 지키는 것이 저작권 산업을 발전시키는 데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강현철 연구위원은 ‘공공대출권’에 대해 이야기했다. 공공대출권은 도서관에서 책을 대출해주면서 줄어든 저작자의 수익에 대해 국가 차원에서, 혹은 다른 별도 규정을 만들어서 보상금을 지급하는 제도이다. 공공대출권 역시 해외 30여 개 국가에서 시행 중이지만 국내에서는 시행되지 않고 있다.

강현철 한국법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사진 = 육준수 기자
강현철 한국법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사진 = 육준수 기자

강 연구위원은 공공대출권이 꼭 필요한 제도이지만 이해관계에 대해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와 출판권자의 입장이 충돌하고 있으며 예산과 직접적으로 연결된 도서관에서도 큰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강 연구위원은 입법을 하기에 앞서 세부적 내용을 정하고, 충돌과 부담을 줄일 구체적 운영 방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공공대출권을 운영하고 있는 해외 30여 개 나라가 각기 다른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음을 짚으며, 이 법이 우리에게 어떻게 적용될 수 있을지는 논의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 작가들 입장에서 본 저작권 문제, 작가의 기본권마저 안 지켜지는 상황.. 고유한 권리마저 빼앗는 상황은 없어야

임정자 어린이청소년책작가연대 위원장. 사진 = 육준수 기자
임정자 어린이청소년책작가연대 위원장. 사진 = 육준수 기자

그러나 행사에 참여한 작가단체연합의 입장은 이와 달랐다. 작가단체연합의 대표 격인 임정자 어린이청소년책작가연대 위원장은 작가의 입장에서 보면 작가와 출판사 사이에는 인세 체불, 후인세 관행, 표준 계약서 미준수, 대량납품, 학습서 제작 출판사의 저작물 무단 게재 등 저작권 피해 사례가 무수히 많다고 이야기했다. 상생 이전에 작가의 기본권마저 지켜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임 위원은 공공대출권보상권(공공대출권)의 입법화를 위해 수차례의 설명회와 거리 시위, 문체부와의 면담 등을 갖기도 했다. 임 위원장은 공공대출권이 ‘지켜지지 않고 있는 작가의 당연한 권리’ 중 하나라며, 공공대출로 인한 보상금은 저작권자에게 돌아가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김윤정 작가가 샘플북(좌)과 최종출판본(우)을 보여주고 있다. 사진 = 육준수 기자
김윤정 작가가 샘플북(좌)과 최종출판본(우)을 보여주고 있다. 사진 = 육준수 기자

청중으로 참여한 김윤정 작가는 자유토론 시간을 이용하여 판면권에 문제를 제기했다. 김윤정 작가는 출판사에서 나온 최종출판본과 자신이 기존에 만들었던 샘플북을 보여주며 샘플과 결과물이 거의 다르지 않다는 점을 지적했다. 작품의 기획 및 판면배열을 출판권자가 아닌 작가 본인이 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김윤정 작가는 출판사가 판면권을 이유로 작가들의 권리를 가져가는 것은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저작권에 대한 출판계와 작가들의 입장은 상이하게 달랐으며 약간의 다툼이 일기도 했다. 토론 중 출판계의 한 인사는 답답함을 참지 못하고 “직접 책을 만들어보라”고 이야기했으며, 이에 황당함을 느낀 작가단체연합의 소속 작가가 목소리를 높이고 사과를 요구하기도 했다.

시대가 바뀌며 저작물의 형태는 무척이나 다양해졌다. 때문에 저작권법도 현재에 적합하게끔 재정립해야 한다. 이날 공청회는 저작권자와 출판권자가 저작권법의 개선에 대해 함께 논의하는 첫 번째 자리였다. 작가와 출판인들은 의견을 하나로 통합하지는 못했으나, 적어도 서로의 입장에 차이가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저작권법은 많은 작가와 출판인들의 생계와 권리가 달린 문제인 만큼,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서로 간에 소통하고 의견을 확인하는 자리를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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