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늘샘의 문예담론 ‘목소리’ - 5 텍스트에 담긴 인문정신 ①오이디푸스와 아버지 살해
[연재] 늘샘의 문예담론 ‘목소리’ - 5 텍스트에 담긴 인문정신 ①오이디푸스와 아버지 살해
  • 김상천 문예비평가
  • 승인 2019.03.13 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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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샘의 문예담론 ‘목소리’ - 5 텍스트에 담긴 인문정신 (1). 이미지 편집 = 한송희 에디터
늘샘의 문예담론 ‘목소리’ - 5 텍스트에 담긴 인문정신 (1). 이미지 편집 = 한송희 에디터

3회에 걸쳐 ‘텍스트에 담긴 인문정신’을 분재한다.  

①오이디푸스와 아버지 살해 

[뉴스페이퍼 = 김상천 문예비평가] 인류의 역사에는 인문정신이라는 저류가 간단없이 흐르고 있다.  

1. 내 여인이 인사할 때/한껏 거룩하고 성스럽게 보여/누구든 혀를 떨며 굳어지고/눈 들어 쳐다보질 못하네 2. 맑고 신선하며, 달콤한 물가,/거기 내게만 여인으로 보이는 그녀/아름다운 자태를 드리우네 3. 꽃 따러 돌아다니는/그녀를 보았을 적/바로 가까이 가 말했다/“그대를 사랑하오” 미소를 머금은 그녀/

1은 중세의 끝에 선 단테의 시로 여기서 ‘내 여인(베아트리체)’은 인간적인 사랑의 대상이기보다는 신적인 사랑의 이미지로 인식되고 있다. 즉 단테에게는 아직 중세라는 신의 장막이 그를 가리고 있다. 2는 이태리 르네상스기의 근대 시인인 페트라르카의 시다. 여기서 성스러운 이미지의 베아트리체는 자태가 아름다운 현실의 여인(라우라)으로 나타난다. 그녀는 천사가 아니라 평범한 여인이다. 3은 근대 최초의 소설로 평가받는 보카치오의 <데카메론>이다. 꽃 따러 다니는 여인, 그녀(피암메타)는 우리 생활 속의 여인이고 우리가 사랑할 수 있는 여인이다. 이처럼 근대를 연 인문정신의 기저에는 신에서 인간으로의 이행이 있다. 즉 인문정신에는 무엇보다 자유를 본질로 하는 ‘인간성humanity’이 그 핵심을 이루고 있다. 

이런 인문정신은 그리스로부터 발원하였다. 오늘 ‘인문정신!’ 하먼 먼저 떠오르는 것이 저 위대한 고전기 그리스 정신이다. 헤겔은 <역사철학강의>에서 “그리스에 오니 마치 고향에 온 것 같은 기분이 든다”며 그 이유를 “그곳에 정신의 토대가 단단히 박혀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리스 문명과 사상에 대한 높은 이해를 가졌던 그가 그리스에서 ‘정신의 단단한 토대’를 발견한 것은 사실 놀랄 일도 아니다. 오늘 인문학이라고 하며 다루고 있는 대부분의 주제가 바로 그리스 얘기로 가득 차 있기 때문이다. 

자, 그렇다먼 인문정신의 본거지라 할 수 있는 저 그리스로 가 보자. 첫째로 만나게 되는 인물은 오이디푸스다. 다양한 해석이 있지만 여기서 오이디푸스는 기존세력에 대한 저항을 상징한다. 그의 이야기는 소포클레스의 <오이디푸스 왕>이라는 비극으로 잘 알려져 있다. 비극은 아리스토텔레스의 말대로, '공포감'과 '연민'을 일으키는 역사적 이행기의 예술형식으로 사회가 통일에서 분열로 가는 시대의 반영물이다. 중요한 것은 분열의 성격. 비극 <오이디푸스 왕>은 뛰어난 주인공인 오이디푸스가 군주인 아버지를 살해하고 왕비인 어머니를 근친상간함으로 인해 벌을 받게 된다는 것을 줄거리로 한다. 즉 오이디푸스는 당대적 금기-아버지(제우스신 상징)의 신성한 권력에 도전해서는 안 된다-를 건드린 ‘문제적’ 영웅이다. 

그리스 제국의 분열기, 당대의 문제를 문제적으로 반영한 이 국가적인 행사인 비극을 보먼서 그리스인들은 자신들의 운명을 보았다. 즉 비극 공연은 폴리스 시민들이 자신과 시민공동체를 성찰하는 중요한 공공채널이었던 것이다. 아버지의 권력에 도전함으로써 비극을 겪는 아들의 이야기는 지금 우리에게도 많은 시사점을 주고 있다. 아버지의 권력에 도전하기는커녕 스트롱 맨이었던 아버지를 추앙하다 못해 신격화하는 사회는 발전할 수 없다. 

인문학은 기존의 문화적 씨줄에 새로운 창조적 날줄을 더하는 일이다. 그것은 그대로 역사적인 인문정신과도 통한다. 인문정신, 그것은 어설픈 풋나기들의 코스프레에, 국적 없는 베껴먹기에 있는 게 아니라 관행과 통념의 개가죽을 과감하게 벗기는 ‘대담한’ 발본의 정신에 있다. 

난 그렇게 본다. 

 

김상천 문예비평가          
“삼국지 - 조조를 위한 변명”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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