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페이퍼 = 김상훈 기자] 김세희 소설가의 첫 소설집 “가만한 나날”이 민음사를 통해 출간됐다. 김세희 소설가는 소설집 “가만한 나날”에서 연애와 취직, 결혼 등 사회 초년생들이 겪는 관문을 세밀한 눈으로 살피고 그들의 불안과 조바심을 포착해냈다. 표제작인 ‘가만한 나날’을 비롯해 소설집에 수록된 8편의 단편소설은 사회 초년생들의 들뜨거나 지치거나 낙담한 표정을 면밀히 바라보며, 이 관찰은 그들이 접하고 있는 구조적 모순을 드러내는 데까지 이어진다.
- 겉으로는 평온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은 우리 모두의 ‘가만한 나날’
소설집의 제목이기도 한 표제작 ‘가만한 나날’은 제목부터 내용에 이르기까지 소설집 전체를 아우르는 작품이자, 사회로 갓 나온 한 사람이 구조에 복무하게 되기까지의 과정을 담고 있는 섬뜩한 이야기다. 주인공 경진의 첫 직장은 마케팅 회사로, 경진은 블로그를 운영하고 상품을 홍보하는 일을 하게 된다. 경진은 ‘채털리 부인’이라는 가상의 인물을 만들어내는데, ‘채털리 부인’이 직접 음식을 먹고 물건을 구입해 글을 남긴 것처럼 ‘리뷰 업무’를 진행한다. 경진은 이 작업을 “적성에 맞는 일을 찾았다고 생각”하고 “몸은 고되지만 의욕만은 최고로 가득한 나날”이라 여긴다. 누군가를 속이는 일이라는 죄의식은 이 작업이 지극히 평범하게 이뤄지는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된 후 “이것이 경제구나”라는 경이로움과 체념으로 사라지고 만다.
첫 직장의 설렘에서 시작해 동료들과의 은근한 알력, 자신의 작업에 대한 자부심을 얻기까지의 과정은 잘 짜인 직장 초년생의 이야기처럼 읽힌다. 그러나 경진이 자신이 누군가의 파멸에 연관됐다는 것을 알게 되는 순간 소설은 완전히 다른 장으로 진입한다.
오랜만에 ‘채털리 부인’ 블로그에 접속한 경진은 누군가의 쪽지를 한 통 받는다. 쪽지의 발신자는 어느 여성으로, 이 여성은 뿌리는 살균제 ‘뽀송이’ 제품을 사용했다가 아이 둘을 잃은 피해자였다. 현실의 ‘가습기 살균제 사건’에서 모티프를 얻었을 뿌리는 살균제 ‘뽀송이’ 사건은 무수한 피해자를 낳은 상태였고, 경진의 ‘채털리 부인’은 이 ‘뽀송이’를 날마다 사용하는 사람이자 “아기 있는 집이라면 무조건 추천”이라고 홍보했던 것이다.
경진은 자신이 직업적 자부심을 가지기까지 했던 작업이 누군가의 삶을 완전히 파괴시켜버렸다는 것을 깨닫고 두려움에 빠지지만, 이 두려움은 자신이 처벌받지 않을까, 이 여성이 자신에게 항의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었다. 이 순간 소설은 완전히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든다. ‘가만한 나날’은 더 이상 사회 초년생의 이야기가 아니라, 사회의 구조를 아무 의식 없이 따라가며 희생자를 만들어낸 구조적 복역의 이야기로 자연스럽게 변한다. 경진은 여성의 쪽지가 자신에게 항의하거나 고발하려는 목적이 아니며, ‘채털리 부인’을 같은 피해자라고 생각해 보내온 것이라 인식한 순간 큰 안도감을 느낀다.
김세희 소설가는 작품의 제목인 ‘가만한 나날’에 대해 “겉으로 보면 가만한 나날, 즉 특별한 일이 없는 평온한 나날이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역설적 의미와 긴장감이 느껴졌으면 했다."라고 설명했다. 경진의 작업으로 인해 누군가의 삶이 파괴되어버렸지만 경진은 그 사실을 모르기에 평온한 일상을 보낼 수 있었던 것이다. 김세희 소설가는 “만약 우리가 한 일이 타인과 세상에 미친 영향과 결과를 전부 알 수 있고 알고자 한다면 결코 가만한 나날일 수는 없을 것”이며 “다른 한편으로는, 우리가 분주히 보낸 하루하루가 큰 구조 안에서 볼 때 가만히 있는 것과 다를 바 없게 되는 상황을 지적하고 싶었다."라고 이야기했다. “경진은 소신과 열정을 갖고 주어진 일에 ‘뼈를 갈아 넣’었지만 돌이켜보면 사회가 길을 내놓은 대로 물길이 흘러가도록 작은 노 하나를 열심히 젓고 있었을 뿐”이었던 것이다.
안도감을 느낀 경진의 선택은 ‘채털리 부인’의 블로그를 삭제하는 것이었지만 이 사건을 완전히 잊어버리지는 못한다. 경진은 자신의 잘못이 아니라며 스스로를 정당화하려 노력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위로를 받고자 한다.
“그때로 돌아간다 해도 나는 뽀송이를 정성껏 리뷰했을 것이었다. 불법 대부업 광고도 아니고, 그냥 가정용 살균제였다. 대기업에서 만들었고, 전국의 마트에서 팔린 제품. 거기에 치명적인 독성 물질이 들어 있다는 걸 알 방법은 없었다. 그건 해롭지 않은, 해로울 리가 없는 제품이었다. 그래야 마땅했다.”
김세희, "가만한 나날", '가만한 나날', 123p
김세희 소설가는 경진이라는 인물에 작가로서 바라는 바를 담아냈다기보다 “현실적이고 일반적인 윤리의식을 갖고 있는 대부분의 사람이라면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반응할까를 생각했던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대부분의 사람은, 슬픈 일이지만, 타인이 엄청난 비극을 겪은 상황에서도 그것보다 그가 나를 찾아와 책임을 따져 묻지는 않을 것 같다는 점에 먼저 안도할 것”이며 “성찰은 그다음에, 천천히 시작되”는 것이다. 피해자가 자신에게 따져 묻지 않을까 두려워하는 경진, 일반적인 일이었다고 스스로에게 변명하는 경진은 평범한 사람들의 모습인 셈이다.
최종적으로 경진은 직장을 떠나게 되지만 이는 경진이 선택한 것이 아니라 광고 업계의 흐름이 바뀜에 따라 직장이 문을 닫게 되었기 때문이다. 경진은 과거의 자신의 행위를 돌아보고는 부끄러움을 느끼며, “나는 어디에서도 『채털리 부인의 연인』을 좋아한다고 말하지 않는다. 나는 그런 사람이 되었다.”는 문장으로 소설은 끝이 난다.
‘가만한 나날’의 섬뜩함은 누군가의 열정과 노력이 기성체제의 구조에 복무하는 것으로 이어지고, 나아가 적극적으로 구조를 지지하려 드는 장면에서 비롯된다. 경진이 스스로를 되물을 수 있게 된 것은 회사를 떠난 다음이었는데, 회사를 떠나는 것마저 자의가 아닌 타의에 의한 것이었다. 개인을 옭아매는 이 기성체제의 구조와 각 개인은 어떻게 관계되어야 할까? 김세희 작가는 이러한 질문이 “크고 어렵지만, 하루하루 일상에서 맞닥뜨리는 절실한 물음”이라고 답했다.
김세희 작가는 한편으로는 “윤리의 문제에서 개개인의 양심이나 선택보다 사회의 구조가 어떻게 만들어져 있는지 세밀하게 살피는 쪽에 좀 더 관심이 간다.”라고 이야기했다. 때문에 ‘가만한 나날’은 경진이 각성한 주체로 거듭나는지에 대해서 그려내지는 않는다. 소설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그런 사람’은 윤리적 민감성을 가진 주체일 수도 있고 관계적 자아가 형성된 사람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보다 중요한 것은 “한 개인이 선의를 갖고 최선을 다해서 행한 일조차 타인에게 비극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게 사회가 디자인되어 있다는 점”이다.
“다른 구조였다면 경진의 열정과 노력은 타인과 사회에 좋은 영향을 미쳤을 테고, 선택할 수 있다면 당연히 경진은 그쪽을 선택했겠지요.
선의를 가진 인물들조차 결과적으로는 세상을 더 나쁘게 만드는 데 기여하게 되는 사회 구조에 문제의식을 느낍니다.”
- “‘소확행’에 매료된 청년들의 삶은 어디에서 왔을까?”
독립과 연애, 취업, 결혼 등 사회 진출 첫걸음의 이야기들이 모인 “가만한 나날”은 2, 30대에 대한 면밀한 관찰 리포트이면서 성장소설이자 연애소설이기도 하다. 해설을 쓴 신샛별 평론가는 “결혼도 출판도 마다하고 이른바 ‘소확행’에 매혹돼 있는 지금-여기 청년들의 삶은 도대체 어디로부터 왔는가. 그들 내면에 어지럽게 번져 있는 파문들, 그 얼룩의 근원을 추적하면서 김세희는 이 소설집에 실린 여덟 개의 원형적 서사를 발굴해 냈다.”고 말했다.
김세희 소설가가 바라본 20대는 어떤 모습일까? 또 그 모습을 만들어내는데 어떤 어려움이 있었을까. 이하는 김세희 소설가와 나눈 질답 일부이다.
![김세희 소설가 [사진 = 민음사 제공]](/news/photo/201903/39717_25284_1730.jpg)
Q. 작가님의 작품 속에 등장하는 2, 30대의 젊은 주인공들은 첫 출근을 비롯해 최초의 불안과 마주하고 이 불안은 최초의 회의(懷疑)로 이어집니다. 이들의 ‘처음’은 보수적인 관점에서 사회에 나선 이들이 마땅히 겪어야 할 ‘통과의례’처럼 여겨질 수 있으나, 작가님의 작품에서는 ‘마땅히 하여야 하는 것’으로 읽히지는 않았습니다. ‘그건 어쩔 수 없는 거야’, ‘어른이 되는 과정이야’라는 말들로 합리화돼버리곤 하는 순간에, 등장인물이 겪을 불안과 초조, 혹은 어지러운 심리가 그려지며 소설이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게 된 듯합니다. 주인공들이 겪는 이 최초의 불안과 회의를 설정하며 특별히 고려하셨던 부분은 무엇일까요? 또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어려움은 없으셨는지요.
A. 말씀해주신 대로 처음 직장생활을 경험하는 인물들이 여럿 등장하는데요. 저는 입사(入社)가 세상에 대해 배우는 과정인 동시에 자기 자신에 대해서 몰랐던 면을 발견하는 과정이기도 하다는 점이 늘 흥미롭게 여겨졌어요.
예를 들어 <감정 연습>의 상미는 자신에 대해 “내심 중요한 순간에는 올바른 행동을 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이라고 생각해왔던 인물이잖아요. 하지만 인턴 과정을 거치면서 애꿎은 자신의 경쟁자를 미워하게 되고 그런 자신에게 놀라면서 실망하지요. 또 한편으로, 어릴 적에는 전쟁에 대해 굉장한 공포심을 품고 있었는데 이제는 전쟁에 대해 다른 느낌이 든다는 걸 깨달아요. 정작 파주에 살고 있으면서도 전쟁이 그다지 실감 나지 않는데, 지금 이 인물에게는 오히려 하루하루가 전쟁 같고 그 고난이 더 가깝게 여겨지기 때문이에요. 그리고 이 삶이라는 전쟁터에서 자기가 가해자의 역할에 설 수 있는 사람이라는 걸 깨닫기도 했고요. 이런 굴절, 인물 안에 생겨난 변화를 설득력 있게 담아내고 싶었어요.
그런데 이렇게 뭔가 전달하고 싶은 게 있을 때, 어떤 주장을 하기 위해 소설 속의 상황을 단순화하고 있지는 않은지 의심하게 돼요. 이건 <감정 연습> 뿐 아니라 다른 작품을 쓸 때도 늘 의식하는 부분인데요. 삶의 실상은 언제나 복합적이고 그걸 결코 다 파악할 수가 없잖아요. 어떤 주장을 하기 위해 삶의 한 대목을 단순화해서 재현하고 있지는 않은가 늘 경계해요.
Q. 2, 30대 삶의 방식은 기성세대들에게 충격적으로 다가온 듯합니다. 특히 지난 수년 사이 이뤄진 젠더 한계의 극복 과정과 파편화된 삶의 패턴은 유독 도드라집니다. 작가님께서는 세대론이라는 관점에 동의하시는지요? 또한 지금 20세에서 30세 초반의 청년들이 가지고 있는 특유의 정서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A. 저는 이 소설집에 실린 단편들을 쓸 때 저와 제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쓴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니까 우리 세대의 이야기를 쓴다는 자각은 있었지만, ‘세대론’에 대해 깊이 의식하지는 못했어요. 그런데 출간 이후 이 소설집이 세대론의 관점으로 주로 읽히면서 그 점에 대해 생각이 많아집니다. 세대론은 중요한 관점이지만 하나의 관점일 뿐이지요. 계급, 젠더 등 다른 관점들보다 더 중요한 관점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제가 겪었고 또 소설에 쓴 이야기들은 세대론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가령 <현기증>에 등장하는 동거 커플 원희와 상률은 정확히 같은 세대, 같은 계급이고 같은 조건에 있지만 원희가 여성이라서 감당해야만 하는 것들을 상률은 알지도 이해하지도 못하지요.
한편으로 세대론에 한정해서 말해볼 때, 혼란스러운 점이 있어요. 경기변동 등으로 인해 분명히 달라진 삶의 조건이 있잖아요. 예를 들어 20~30대가 과거에 비해 내 집을 마련하기가 힘들고, 마련한다 해도 부동산 가격이 훌쩍 올라 자산을 불릴 확률이 희박하다는 건 팩트예요. 하지만 그게 불행하거나 불쌍한 걸까요? 그 점이 좀 혼란스럽습니다. 저는 이 소설집에 실린 이야기를 쓰면서 ‘우리가 이렇게 불쌍하게 살고 있다’라고 생각하지는 않았거든요. <현기증>에서 원희는 자신이 갖고 있던 결혼이라는 이미지, 즉 교육과정이나 미디어에서 접한 이미지와 맞지 않는 현실 때문에 깊이 좌절해요. 그런데 저한테는 왜 그런 형태의 결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그 좌절감 자체가 문제적으로 여겨졌던 것이거든요. 자기 안에 내면화된 어떤 기준 때문에 자신의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일 자체를 문제적으로 그리고 싶었어요. 달라진 삶의 조건과 맞지 않는, 그런데 이미 내 안에 깊이 들어와 있는 이전 시대의 관습들, 가치관들, 그 어긋남이 주는 갈등과 상처 같은 것들이요. 소설에는 쓰지 않았지만 아마도 저는 달라진 삶에 맞게 제도와 의례의 구체적인 절차, 그리고 가치관을 바꿔야 하는 게 아닐까 생각했던 듯해요. 하지만 지금은 그것이 혹시 빠른 체념이나 순응인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어요. 마땅히 느껴야 할 분노를 누락한 것이 아니었을까 하는 의심이 생겨났어요.
Q. 작가님이 그려내신 삶의 모습은 20대 말에서 지금 막 30대로 접어든 젊은이들의 삶의 궤적과 굉장히 일치한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가만한 나날” 속 작품들은 작가님이 직접 보고 겪고 느끼신 사건이 상당 부분 반영되어 있다고 생각됩니다. 향후 지금 세대에 대한 관찰을 이어가실 것인지, 아니면 또 다른 누군가의 목소리를 찾아가실지 방향이 궁금합니다.
A. 말씀해주신 대로 이 소설집에는 제가 직접 보고 느낀 일들이 많이 들어가 있어요. 저는 지금껏 상상보다 ‘관찰’을 바탕으로 소설을 써온 듯해요. 저 자신의 경험조차 관찰하는 시선으로 바라보는 스스로를 발견할 때가 많고요. 저는 저를 포함해서 주변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어떤 기분을 느끼는지, 항상 궁금하고 알고 싶어요. 그래서 앞으로도 기본적으로는 관찰을 기반으로 우리 시대의 삶의 모습을 담아낸 작품들을 쓰게 될 것 같아요. 아무래도 제가 속한 세대의 이야기가 많겠지만, 동시대를 살아가는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기지 않을까 싶습니다.
Q. 이 소설집이 2, 30대 독자들에게 위로, 공감 등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한편으로는 아예 세대가 다른 독자에게는 완전히 다른 이야기로 읽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기성세대라 불리는 4, 50대, 앞으로 많은 처음을 경험하게 될 10대에게는 어떻게 읽히길 바라시는지 들을 수 있을까요.
A. 말씀대로 20~30대 독자분들은 이 소설집을 읽고 공감을 많이 해주시는 듯해요. SNS에서 “내 이야기 같다”는 리뷰를 볼 때 가장 기뻐요. 다른 세대에게 어떻게 읽힐지는 저도 궁금한데요. 하지만 같은 사회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읽고 싶어 하는 마음은 다른 세대의 독자들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어요. 제 소설집을 읽은 분들이 주변의 사람들과 사회를 조금이나마 더 이해하게 되었다고 느낀다면, 이해의 폭을 1밀리미터라도 늘려준다면 더없이 기쁠 것 같습니다.
Q. 첫 소설집을 낸 소감을 간략하게 듣고 싶습니다.
A. 덤덤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훨씬 더 기쁘고, 이 작은 책이 너무나 소중하게 여겨집니다. 첫 책을 내자 비로소 작가가 된 것 같은 느낌도 들고요. 이 설레고 두근거리는 마음을 당분간 소중하게 간직하고 싶어요.
연애부터 결혼, 취직에 이르기까지 김세희 소설가가 그려내는 이 다양한 첫걸음들은 슬픔과 불안, 상처, 성장을 담아내고 있다. 성장소설이나 연애소설처럼 읽을 수 있는 소설들은 그 이면에서 무언가 이상하지 않으냐고, 어긋나있는 것은 아니냐고 질문을 던진다. 그 무언가는 당연하게 생각했던 업무일 때도 있고, 직장 내부의 문화일 때도 있고, 결혼의 과정이나 연인과의 관계일 때도 있다. 김세희 소설가의 이 질문들은 우리가 당연히 여겨왔던 것들에 작은 파문을 남기며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을 변화시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