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많던 문학 청소년들은 어디로 갔을까?’ 문예반 되살리려 교사들이 모였다! 계간 “쓰고쓰게” 창간
‘그 많던 문학 청소년들은 어디로 갔을까?’ 문예반 되살리려 교사들이 모였다! 계간 “쓰고쓰게” 창간
  • 김상훈 기자
  • 승인 2019.03.19 18: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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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한 식당에서 기자간담회가 진행됐다 [사진 = 뉴스페이퍼]
광화문 한 식당에서 기자간담회가 진행됐다 [사진 = 뉴스페이퍼]

[뉴스페이퍼 = 김상훈 기자] 중고등학교 문예반은 청소년들이 문학의 꿈을 꿀 수 있도록 요람 역할을 해왔고, 한국 문학계의 내로라하는 작가들은 문예반을 거치며 작가의 길을 걷기도 했다. 대표적으로 안도현 시인이 고등학교 문예반 활동을 하며 시인이 되리라 생각했다고 알려져 있고, 이밖에도 정희성, 윤후명 작가 등을 비롯한 국내 유명 작가들이 문예반을 거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첫 체험이 중요한 청소년 시기에 중고등학교 문예반은 읽고 쓰는 독서 교육의 장일 뿐 아니라 미래의 작가를 육성하는 장이기도 했다.

그러나 현대에 이르러 문예반은 사실상 남아있지 않다. 문예반의 자리를 독서토론부 등 읽기에 집중된 활동이 대체하며 쓰기 활동은 이뤄지지 않게 됐기 때문이다. 출판도시활판인쇄박물관과 독서와창작연구소가 서울 시내 학교 120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문예반이 남아있는 학교는 한 곳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생들의 진로와 연계된 학내 활동을 살펴보는 학생부종합전형 도입으로 이러한 사정은 나아지지 않았을까? 일선 교사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오히려 손해를 봤습니다. 가령 학생부종합전형으로 학생부에 쓰기에는 문예반보다 독서토론반에서 책을 정해 감상을 표현하는 쪽이 훨씬 깔끔하고 효율적으로 준비할 수 있게 됐어요. 효율의 시대가 되어 교사도 그렇고 학생도 그렇고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대학을 갈 수 있을 것인가를 중점으로 합니다. 학교 교지도 대체되고 있어요. 학생들의 글이 교지에 실리곤 했는데, 교지를 안 만드는 학교가 대다수입니다. 여러 가지 장치가 활성화되어야 비로소 문예활동이 활성화될 거에요.”

국어교육은 읽기와 쓰기가 동시에 이뤄져야 하며, 특히 쓰기는 창의성과 감정을 표현하는 가장 주요한 방법이지만 교육현장에서 문예반이 없어지고 읽기 위주의 교육만이 이뤄지는 실정이다. 이러한 상황에 문제의식을 느낀 교사들이 문예반을 부흥하고 학내 쓰기 교육을 활성화하고자 모였다. 3월 19일 오전 11시 30분 광화문의 한 식당에는 현직 교사들이 직접 만드는 계간 문예지 “쓰고쓰게”의 창간 기자간담회가 진행됐다.

​- “삶의 소중한 가치, 학생들이 어떻게 남기게 할 것인가”

계간 문예지 “쓰고쓰게”는 편집부터 교정, 교열, 청탁, 집필에 이르기까지 책을 만드는 전 과정을 현직 교사들이 직접 하는 문예지다. 초등학교부터 중학교, 고등학교 교사까지 현직 교사들과 도서관 사서가 대거 문예지 운영에 참여한다. 

쓰고쓰게 창간호 표지
쓰고쓰게 창간호 표지

창간호는 현기영 작가로부터 듣는 “왜 글을 써야 하는가”, 현직 교사들이 직접 쓴 시와 소설 8편, 학교 안의 이야기를 여러 각도로 들어보는 “지금 학교” 등의 코너와 특집 좌담 “교육과 문학, 삶과 예술”이 수록됐다. 특히 특집 좌담에서는 교육에서 문학이 어떻게 중요하며, 삶과 예술이 어떤 관계를 맺어야 하는가를 논의했다.

진관고 최승애 교장 [사진 = 뉴스페이퍼]
진관고 최승애 교장 [사진 = 뉴스페이퍼]

진관고 최승애 교장은 “창간호를 만들기에 앞서 현장에 있는 교사가 아이들의 일상과 추억을 어떻게 남기게 하고, 그 일상과 추억을 어떻게 전달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나눴다.”며 인간의 내면을 남길 수 있는 글쓰기가 학교현장에서 제대로 이뤄지고 있지 못함을 지적했다. 최승애 교장은 “특히 교사들이 시간에 쫓기고 교육수요자들의 요구에 의해 입시교육에 매몰되었다.”며 “교사들이 어떤 형태로든지 모여 함께 고민하고, 아이들이 선호하는 글쓰기의 흐름도 공부하면서 함께 나아가자는 것이 시작이었다.”고 전했다.

“쓰고쓰게”는 현장 교사들이 모여 문학이란 무엇이며 어떻게 글쓰기를 가르칠 수 있을 것인가를 고민한 결과물인 셈이다. 이들의 모임은 서울시 교육청에서 마련한 책마을창작학교 연수에서 시작되었는데, 연수 이후 열정적인 교사들이 창작교육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되었다. 학생들이 어떻게 하면 글을 쓰게 할 수 있을지를 고민한 교사들은 먼저 교사들이 역량을 갖춰야 한다고 인식하게 되었고, 교사들의 창작 작품 및 성과와 사례를 공유하는 문예지의 창간에 이른 것이다.

압구정고 김미연 교사 [사진 = 뉴스페이퍼]
압구정고 김미연 교사 [사진 = 뉴스페이퍼]

김미연 압구정고 교사는 “교사들이 현직에 있으며 따로 시간을 만들어 잡지를 만든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여기 모인 선생님들은 창작에 대한 열정과 소망을 갖고, 순수문학이 학교에서도 퍼지길 바라는 마음이 컸다.”며 선생님들이 직접 편집과 교정, 사례 청탁 등을 진행하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쓰고쓰게”는 문예 교육을 하고 싶은 교사의 네트워크 잡지이자 차후에는 학생들이 직접 창작한 글을 올리는 공간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2호부터는 전국의 유치원, 초중고, 대학교, 대안학교 교사 및 교직원 등을 대상으로 시, 소설, 수필 등 분야를 망라하고 작품 공모를 받는다. 잡지에 수록된 작품은 ‘쓰쓰문학상’ 수상 후보 자격을 갖추게 된다.

진관고 최승애 교장은 “‘쓰고쓰게’가 앞으로 나아가며 교사뿐 아니라 학생들의 글쓰기 매개체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단체사진 [사진 = 뉴스페이퍼]
단체사진 [사진 = 뉴스페이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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