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한글학회의 비민주적 선출규정을 논박함
[오피니언]한글학회의 비민주적 선출규정을 논박함
  • 박용규 교수
  • 승인 2019.03.21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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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페이퍼 = 박용규 연구위원] 한글학회 이사회가 작년 7월 16일에 단독으로 만든 선출규정을 가지고, 오는 2019년 3월 23일에 한글학회는 임원(이사, 회장, 부회장)을 선출하겠다고 공고하였다. 이번 한글학회 평의원회에서 뽑는 임원 선출은 다음과 같은 결정적인 하자를 가지고 있다. 

첫째, 총회의 의결을 거치지 않았다는 점이다. 한글학회 회칙에는 ‘중요한 사항은 총회의 의결을 거친다.’고 회칙 14조 6항에 나와 있다.(“제14조(회원총회 기능) ① 이 회의 회원총회에서는 다음의 일을 한다. 5. 회칙 개정. 6. 그 밖에 중요한 사항 의결.”) 

‘임원 선출규정’과 ‘평의원 선출규정’은 대단히 중요한 사항이다. 단체나 조직에서 선출규정은 가장 중요한 사항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글학회 권재일 회장은 “이사회만이 선출규정을 제정, 개정할 수가 있다. 정회원은 선출 규정을 개정할 수 없다. 정회원은 선출 규정을 고치고자 발의할 수 없다.”라고 강변했다. 선출규정은 총회 의결 사항이 아니라고 하였다. 한글학회 리의도 이사도 같은 말만 하였다. 일부 이사는 선출 규정은 내규이고, 내규는 이사회가 제정하고 개정하는 게 관례라고 강변하였다.

그야말로 독재적 비민주적 발상이다. 누가 한글학회의 이사회(이사 11명)에게 ‘선출 규정’을 확정하고 결정하라고 위임했는가? 한글학회 회칙 전문에서 결단코 찾을 수 없다. 한글학회 정회원은 위임하지 않았다. 한글학회 이사회는 정회원이 알 수 없는 내규니 관례를 가지고 ‘선출 규정’을 확정할 권리가 없다. 정회원은 회칙도 총회에서 개정할 수 있는데, 정회원이 총회에서 ‘선출 규정’을 개정·의결할 수 없다는 게 말이 되는가. 한글학회 회칙에 “이사회가 ‘선출 규정’을 제정, 결정한다.” 라고 명문화한 내용이 없다.

그렇다면 한글학회 이사회가 제정한 ‘임원 선출규정’과 ‘평의원 선출규정’도 총회 의결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

둘째, 작년 3월 정기총회에서 위임을 받아 회칙 개정 심의회의(심의위원: 5명)가 2018년 5월 17일에 확정한 ‘한글학회 임원 선출 규정 (안)’과 ‘한글학회 평의원 선출 규정 (안)’을 한글학회 이사회가 총회에 상정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회칙 정관에 의거하면, 정기총회가 최고의 의결기구이다. 회칙 개정 심의회의가 확정한 ‘한글학회 임원 선출 규정 (안)’, ‘한글학회 평의원 선출 규정 (안)’과 한글학회 이사회가 단독으로 만든 ‘선출 규정(안)’을 동시에 총회에 상정하여, 정회원의 의결을 받으면 될 일이었다. 그러나 한글학회 이사회는 어떤 ‘선출규정’도 총회에 상정하지 않았다.  

‘선출 규정’은 단체의 정관에서 가장 중요하기에 총회의 의결을 거쳐야만 효력이 발생한다. 총회의 의결 과정을 거치지 않은 선출 규정은 정당성을 확보하지 못하였기에 원천 무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글학회 이사회는 자신들의 기득권을 계속 유지·장악하기 위해, 회칙 개정 심의회의가 확정한 ‘선출규정(안)’을 짓밟고 자신들에게 유리한 ‘선출규정’을 만들었다. 

첫째, 회칙 개정 심의회의가 확정한 ‘평의원 선출규정(안)’에는 정회원의 평의원 후보자 추천 인원에 제한이 없었으나, 이사회가 만든 ‘평의원 선출 규정’에는 “평의원 후보자 1명의 추천에는 정회원 10명 이상의 동의가 있어야 하며, 정회원마다 평의원 후보자를 1명만 추천할 수 있다.”라는 문구를 삽입하였다. 즉 이사회는 정회원 1명의 평의원 후보자 추천 인원을 1명으로 제한하였다.

2017년 회비 낸 정회원 158명을 이사회가 제정한 ‘평의원 선출 규정’에 적용하여 계산해 보자. 정회원 1명이 평의원 후보자를 1명만 추천하게 되면, 평의원 후보자 총 90명 가운데서, 정회원 1명이 평의원 후보자로 추천을 받으려면 정회원 10명의 동의를 받아야 하기에, 정회원은 총 15명(17%)만 평의원 후보자를 추천하게 된다. 이사회가 나머지 평의원 후보자 75명(83%)을 추천하게 된다. 

이처럼 이사회는 자신들이 평의원 후보자 추천권을 80% 이상 갖고자 해서, 독단적으로 ‘선출규정’을 만들었던 것이다. 

권재일 회장은 정회원의 부적절한 집단 행위를 막기 위해서 평의원 후보 추천을 1명으로 제한하였다고 하면서, 그 이유로 “만약 정회원 당 평의원 후보 추천 가능 수를 1명이 아니고, 10명이라 해 봅시다. 어떤 10명의 회원이 똘똘 뭉쳐 서로를 추천하면 10명이 모두 추천된다. 그러한 집단이 두세 집단만 조직해도 평의원회를 장악하게 된다.”라는 주장을 폈다.

그러나 권 회장의 주장도 보편타당하지 않다. 이사들의 기득권 유지를 대변한 것에 불과하다. 10명의 정회원이 10명을 서로 추천해도, 평의원 후보자는 10명이 추천될 뿐이다. 추천된 10명이 총회에서 서로 뽑아준다고 해도, 그 득표를 가지고는 이들이 평의원에 당선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들이 절대로 평의원회를 장악할 수가 없다. 따라서 권회장의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평의원이 되고자 하는 사람은 누구나 정회원 10명 이상의 동의를 받으면 된다. 이사들도 정회원 10명 이상의 동의를 받아 평의원 후보자로 나가면 된다. 왜 이사들은 정회원의 동의를 받지 않으려고 하는가? 이사들은 특별한 사람인가? 이사들이 무슨 권리로 평의원 후보자 추천권을 80% 이상 독점하려고 하는가? 이런 ‘선출 규정’은 민주주의 원칙에 위반하는 것이다. 

‘평의원 선출 규정’에서, 정회원 1명의 평의원 후보자 추천 인원을 1명에서 5명으로 늘리면, 더 많은 정회원 인원이 평의원 후보자로 추천될 수 있다. 이렇게 고칠 때 더 민주적이다. 이렇게 될 때에야 정회원의 평의원 추천권과 선출권이 보장되기 때문이다.   

둘째, 이사회는 자신들이 추천한 평의원 후보자 83%(75명)를 전원 당선시키고자, ‘평의원 선출 규정’ 개악하여, “평의원 5명 투표를 10명 투표로” 늘렸다. 사실 5명 투표도 많다. 10명까지 투표 인원을 늘린 이사회의 의도는, 자신들이 추천한 평의원 후보자를 대거 뽑히기 위해서였다. 정회원 1명이 이사·회장·부회장을 뽑는 것도 아닌데, 평의원을 10명씩이나 투표해야 하는가? 창립 111주년을 맞이하는 민족학회인 한글학회가 할 짓인가? 이사회는 정회원이 추천한 평의원 후보자 17%(15명)를 평의원 선출에서 전부 낙선시키려는 의도에서 ‘선출규정’을 만들었던 것이다.

궁극적으로 이사회는 자신들이 만든 ‘선출규정’을 총회에 상정할 경우, 정회원의 따가운 비판을 받기에 아예 총회에 상정하지 않기로 결정했던 것이다.  

111년의 역사를 가진 민족학회인 한글학회가 이래서는 안 된다. 이래서는 한글학회가 한글·국어단체의 대표 자격이나 맏형의 위상을 가질 수가 없다. 한글학회 권재일 회장은 2018년 10월 22일 「뉴스페이퍼」의 질문에 대한 답변에서 “선출 규정을 총회에 붙이더라도 아무 문제없이 통과될 것”이라고 밝힌 바가 있다. ‘선출 규정’을 총회에 상정하면 끝날 일이다.

한글학회의 ‘선출규정’과 같은 중대한 규정은 총회의 의결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 그래야만 한글학회가 안으로 발전할 수가 있고, 밖으로 더 당당할 수 있다. 

 

※ 뉴스페이퍼는 본 오피니언에 대한 반론을 투고 받고 있습니다.

 

박용규

민족문제연구소 연구위원
전 고려대 한국사연구소 연구교수
"조선어학회 항일 투쟁사" 저자
한글학회 개혁위원회 운영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