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작은서점들에게 진짜 지원 해주고 싶었다' "작가와 함께하는 작은서점 지원사업" 윤석정 시인과의 만남
[인터뷰] '작은서점들에게 진짜 지원 해주고 싶었다' "작가와 함께하는 작은서점 지원사업" 윤석정 시인과의 만남
  • 김상훈 기자
  • 승인 2019.03.22 16: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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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가 골목길을 걸쳐 깊숙이 들어간 곳에 위치한 한 작은 서점. 저녁 시간이 다가오자 동네 주민들이 하나둘 모이기 시작한다. 열 명이 채 들어가기 어려울 것 같은 작은 공간에 도란도란 모인 동네 주민들은 어깨가 닿아도 개의치 않는다. 행사 시간이 다가오자 서점 안으로 시인이 들어서고, 곧 시인과 함께하는 낭독회가 시작된다. 낭독회에 모인 동네 주민들은 저마다의 목소리로 시를 낭송하고, 시를 읽은 감상을 말한다."

[뉴스페이퍼 = 김상훈 기자] 이는 “작가와 함께하는 작은서점 지원사업”으로 인해 볼 수 있게 된 풍경이다. 지원사업을 통해 행사를 열기 어려운 작은 서점에서도 작가와의 만남이나 낭독 행사가 이뤄지게 된 것이다. 서점을 대상으로 낭독회나 작가와의 만남 행사를 지원하는 사업은 기존에도 있었지만 작은 서점들은 이를 지원하기가 여의치 않았다. 작은 서점은 서점주인 혼자서 운영하기 때문에 행사를 진행할 인력이 부족하거나 복합한 서류 처리에 어려움을 겪는 등 애로사항이 많았다. “작가와 함께하는 작은서점 지원사업”은 서점의 목소리를 듣고 이러한 문제를 인지했고, 서점, 작가, 독자 모두가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도록 기획됐다. 전국의 서점 75곳이 참여하는 이 사업으로 인해 오늘도 어느 작은 동네서점에서는 작가와 독자가 만나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는 행사들이 이어지고 있다. 

문래동의 책방 '청색종이'에서 ‘청색종이 인문학교’가 열렸다. 이 행사는 “2018 작가와 함께하는 작은서점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마련됐다 [사진 = 뉴스페이퍼]
문래동의 책방 '청색종이'에서 ‘청색종이 인문학교’가 열렸다. 이 행사는 “2018 작가와 함께하는 작은서점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마련됐다 [사진 = 뉴스페이퍼]

“작가와 함께하는 작은서점 지원사업”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작가회의가 주관, 국민체육진흥공단이 후원하는 사업이다. 이 사업은 서점이 행사를 열 수 있게 지원하면서 동시에 작가에게도 일자리를 지원한다. 시민들은 서울이나 대도시로 나오지 않고도 작가와 만날 수 있고 지역 문화거점으로 거듭난 서점에서 문화를 향유할 수 있다. 현재 중형 규모의 서점 15곳과 작은 서점 60곳이 참여하고 있으며, 서울부터 충청, 전라, 경상, 제주에 이르기까지 참여 서점도 전국적으로 퍼져있다. 사업을 통해 참여하거나 참여할 예정인 작가의 수는 약 500명에 달한다. 

뉴스페이퍼에서는 서울의 청색종이, 노원문고, 책방서로, PIT A PAT, 청맥살롱, 고양시의 책방이듬, 대구의 시인보호구역 등 각지의 서점을 찾아 행사를 취재하였고, 이 과정에서 “작가와 함께하는 작은서점 지원사업”에 대한 서점주인 및 작가들의 호평을 들을 수 있었다. “작가와 함께하는 작은서점 지원사업”이 기존의 지원 사업과 다른 점은 무엇일까? 뉴스페이퍼에서는 “작가와 함께하는 작은서점 지원사업”의 기획을 맡아 총괄하고 있는 한국작가회의 윤석정 시인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윤석정 시인, “지원사업이 작은서점들에게 진짜 ‘지원사업’이 될 수 있도록 기획”

“작가와 함께하는 작은서점 지원사업”에서 방점은 ‘작가’와 ‘작은서점’에 찍혀있다. 사업은 작가들에게 직, 간접적으로 일자리를 지원하고 작은 서점에게는 대관료를 지급해 양쪽 모두를 금전적으로 지원하도록 설계됐다. 사업은 크게 “문학거점서점과 상주문학작가”, “작은서점과 파견문학작가”로 구분된다. 

윤석정 시인은 “지원사업이 정말로 지원사업이 되도록 하는 것”을 특별히 신경 썼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서점을 대상으로 하는 지원사업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사실상 작가 지원의 형태이거나 작은 서점에 부담이 가는 구조일 수밖에 없었다. 낭독회, 작가와의 만남을 연다고 해서 책이 팔리는 일은 많지 않은데, 정작 행사를 진행하면서 느끼는 부담은 고스란히 서점의 몫이었다. 행사를 연 후 따라오는 복잡한 행정처리 또한 부담이 컸다. 

전국의 작은서점과 거점서점
전국의 작은서점과 거점서점

“작가와 함께하는 작은서점 지원사업”은 작은 서점의 부담을 줄이고자 먼저 행정력과 인력을 갖춘 중형 규모 서점을 ‘문학거점서점’으로 신청을 받았으며, 이 거점서점 아래 작은 서점 두 곳이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설계했다. “문학거점서점”에는 상주작가가 함께하며 지역 주민들을 위한 다양한 문학프로그램을 기획 및 진행하는데, 거점서점 아래의 작은 서점 기획과 행사를 함께 준비하게 된다. 서류처리 등 복잡한 행정절차를 돕는 것 또한 거점서점의 역할이다. 이렇게 선정된 문학거점서점은 전국 15곳(불광문고, 책방서로, 청색종이, 동네책방개똥이네책놀이터, 더숲, 한양문고주엽, 책이있는글터, 우리문고, 계룡문고, 한길문고, 삼일문고, 진주문고, 시인보호구역, 책과아이들, 시옷서점)이다. 각각의 문학거점서점마다 두 곳의 작은서점이 함께하고 있다. 

문학거점서점 및 문학거점서점에서 지원하는 작은서점들 이외에 개별적으로 신청을 받은 작은서점은 30곳 정도가 있다. 문학거점서점과 매칭되지 못했거나 도움 없이 스스로 행정절차, 프로그램 기획을 할 수 있는 서점들에게도 신청을 받았다. 문학거점서점과 작은서점 대부분을 직접 돌아봤다는 윤석정 시인은 “처음에는 어려워하셨는데, 지금은 할만하다는 목소리가 많으시다. 사업 기획 단계에서 행정절차를 최대한 단순화시키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더숲 갤러리에서 "작가와 함께하는 작은서점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정우영 시인 낭독회가 마련됐다 [사진 = 뉴스페이퍼]
더숲 갤러리에서 "작가와 함께하는 작은서점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정우영 시인 낭독회가 마련됐다 [사진 = 뉴스페이퍼]

서점에 직접 대관료를 지급하는 것은 “작가와 함께하는 작은서점 지원사업”을 설계하며 가장 중점적으로 고려됐던 부분이다. 지금까지 지원사업에서는 서점을 대상으로 금전 지원이 거의 이뤄지지 않았는데, 이는 서점이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개인사업자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서점들이 지역의 문화거점 역할을 하리라는 기대가 있었고, 행사를 열게 하는 간접적 지원방식으로는 작은 서점이 도움을 받기 어려웠기에 직접적인 금전 지원은 이 사업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겨졌다. 

윤석정 시인은 “창작기금 등을 작가에게 주는 것은 있었으나 서점을 대상으로 대관료를 준 적은 없었기 때문에 사업을 시작하고 몇 주 동안은 이것 때문에 힘들었다.”며 “행정가였다면 안 되니까 안 된다는 마인드로 끝내버렸을 것이다. 정말 지원을 해주고 싶어서 여러 과정을 거쳤다.”고 말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민체육진흥공단 등과 수 주에 걸친 논의가 이뤄졌고, 합법적이고 정확한 방법은 무엇일지를 고민했다는 것이다. 결국 한국작가회의가 예산 변경을 통해 대관료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진행하기에 이르렀으며 윤석정 시인은 “한국작가회의에서 작은서점이 대관료를 헛되이 쓰는 게 아니라는 것을 책임지겠다고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원사업에 선정된 문학거점서점에는 대관료 및 문학 프로그램 운영비로 50만 원을, 작은서점은 70만 원을 지원하고 있다. 

- ‘지역 곳곳에 향유의 공간 있어야... 동네책방이 사랑방 역할 해줄 것’

“작가와 함께하는 작은서점 지원사업”은 작가와 서점 모두에게 금전적 지원을 하며 작은서점의 활성화, 일자리 제공 등의 기능을 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시민들에게까지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 작은서점을 매개로 질 좋은 문화행사가 전국적으로 열리며 문화 향유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윤석정 시인은 “문화 향유는 지역 곳곳에서 이뤄져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공간이 있어야 한다.”라며 작은 서점이 문화의 사랑방 역할을 해줄 것을 기대했다고 밝혔다. 설령 그 규모가 수백 명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동네주민들이 부담 없이 작은서점에서 문화를 즐길 수 있다는 것은 긍정적인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지역에 유명 작가를 부르는 것은 작은서점들에게는 부담스러운 일이었지만 이번 지원사업을 통해 가능하게 되었다며 용인의 한 작은서점의 사례를 이야기했다. 임후남 시인이 연 작은서점 ‘생각을담는집’은 도심지에서 한참 떨어진 곳에 자리하고 있다. 대중교통이 불편하기에 서울에서처럼 작가를 초청할 수 없었던 ‘생각을담는집’은 지난 3월 16일에는 문태준 시인과 함께하는 작가와의만남 행사를 진행했다. 오는 23일에는 박지웅 시인, 4월 6일에는 박혜선 동시작가가 함께하는 문학프로그램이 예정되어 있다. 윤석정 시인은 임후남 시인으로부터 지원사업이 자신에게 힘을 줬다는 말을 들었다고 설명했다. 작가들을 부르기 어려운 환경에서 지원사업을 통해 평상시에 부르고 싶었던 작가와 시인들을 부를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사업을 설명하는 윤석정 시인 [사진 = 뉴스페이퍼]
사업을 설명하는 윤석정 시인 [사진 = 뉴스페이퍼]

폐업을 고려하고 있었으나 지원사업에 선정되어 사업을 지속하게 된 서점도 존재한다. 지방 도시에 위치한 한 서점은 경영난으로 인해 폐업을 고민하고 있다가 지원사업에 선정되었고, 이를 기회로 사업 컨설팅 등을 받으며 지속가능성을 확보했다. 작은서점은 수익이 크게 나지 않기 때문에 임대료 등의 문제에 직면하면 폐업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 지원사업이 작은서점들을 조금이라도 더 오래 유지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면서 동시에 행사를 주최하여 지역문화거점으로 거듭날 기회를 제공해주고 있는 것이다. 

3월 초에 워크숍을 진행했다는 윤석정 시인은 “지원사업에 선정된 서점들이 SNS를 통해 각자의 프로그램을 공유하고 있고, 이러한 과정을 거쳐 네트워크를 형성하게 되었다.”며 “워크숍을 9시간 가까이 진행했는데 다들 열의 있게 참여해주셨고 반응도 좋았다.”고 말했다. 워크숍에 참여한 서점들은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며 용기를 얻어갔으며, 작가들은 서점을 대표한다는 책임감을 얻어갔다는 것이다. 

윤석정 시인은 “서점은 책이라는 콘텐츠, 이야기라는 콘텐츠가 담겨 있다.”며 “서점을 단순히 물건을 파는 곳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사람들이 모이는 그것 자체가 새로운 컨텐츠를 만들어낸다.”며 서점을 통해 만들어지는 새로운 가치를 강조했다. 서점주인들로부터 “지금까지 자기들을 위해 해주는 사업은 없었다는 말을 들었을 때, 이 일을 하고 있다는 게 너무 뿌듯했다.”며 “사랑방 역할을 할 수 있는 동네 커뮤니티를 지키는 일이 지속적으로 이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작가와 함께하는 작은서점 지원사업”은 오는 5월까지 이어질 예정이며, 이후에는 상주문학작가와 서점 대표들의 에세이와 사업 내용 등을 수록한 백서를 만들어 배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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