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사부터 일기 쓰기까지... ‘글쓰기 신화’ 정말 글쓰기에 도움이 될까? 김중혁, 김금희 작가로부터 듣는 ‘무엇이든 쓰는 마음’
필사부터 일기 쓰기까지... ‘글쓰기 신화’ 정말 글쓰기에 도움이 될까? 김중혁, 김금희 작가로부터 듣는 ‘무엇이든 쓰는 마음’
  • 김상훈 기자
  • 승인 2019.03.27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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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가 열린 구산동도서관마을 [사진 = 김상훈 기자]
행사가 열린 구산동도서관마을 [사진 = 김상훈 기자]

[뉴스페이퍼 = 김상훈 기자] 은평구립 구산동도서관마을이 김중혁, 김금희 소설가와 함께하는 인문학콘서트 “무엇이든 쓰는 마음”을 3월 23일 오후 2시 구산동도서관마을 3층 청소년힐링캠프에 개최했다. 이번 행사에서 김중혁 소설가와 김금희 소설가는 “무엇이든 쓰는 마음”이라는 주제로 글쓰기에 관한 여러 이야기를 나눴으며 행사장을 찾은 독자들의 질문에 답하기도 했다.

은평구에 위치한 구산동도서관마을은 지역 주민들의 요구와 노력으로 만들어진 지역밀착형 도서관으로, 작가와의만남, 낭독회, 강연회 등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지역의 문화 허브로 작동하고 있다. 이번 인문학콘서트 “무엇이든 쓰는 마음”은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에서 인문학대중화사업의 일환으로 추진하는 인문학콘서트공모사업에 선정되어 시행됐다. 

행사에 앞서 싱어송라이터 ‘시와’의 공연이 이뤄졌으며 공연 이후에는 김금희 작가와 김중혁 작가의 대담이 이어졌다. 이번 행사의 “무엇이든 쓰는 마음”이라는 주제는 참여 작가들의 저서에서 따온 것이다. 김중혁 작가의 창작 가이드 “무엇이든 쓰게 된다”와 김금희 작가의 장편소설 “경애의 마음”을 섞어 만든 제목으로, 주제에 맞춰 참여 작가들이 자신이 생각하는 글쓰기에 관한 여러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 필사부터 일기쓰기까지. 글쓰기 '신화'에 의문을 제시

문학을 공부하는 사람들에게는 ‘이것만 하면 글쓰기 실력이 늘어난다’는 일종의 ‘신화’가 존재한다. 필사는 신화의 대표격인데 기성 작가의 작품을 따라서 쓰는 것을 의미한다. 필사를 하면 자연스럽게 좋은 문장이나 문장을 쓰는 호흡을 익히게 되어 문장 실력이 늘어난다는 것이다.

김중혁 작가 [사진 = 김상훈 기자]
김중혁 작가 [사진 = 김상훈 기자]

이날 행사에서 김중혁 작가는 작가의 관점에서 ‘글쓰기 신화’에 의문을 제시하기도 했다. 가장 먼저 의문을 제기한 것은 ‘필사’다. 김중혁 작가는 “글쓰기란 자기의 호흡을 문장으로 내뱉는 것이다. 내 머릿속에 드는 생각을 가장 정확하게 옮기는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글쓰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의 호흡이라는 것인데, “누군가의 호흡을 봐버리고 익히면 그 사람처럼 생각하게 될 것 같다.”며 “물론 필사가 어울리는 사람이 있고 도움을 받는 사람이 있겠지만 저에게는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필사를 하면서 ‘내가 왜 이걸 하고 있지’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과감하게 필사를 그만두고 자신의 글을 써보라고 권했다.

김금희 작가 [사진 = 김상훈 기자]
김금희 작가 [사진 = 김상훈 기자]

김금희 작가도 이 의견에 동의하며 어딘가에 강연을 나가면 필사를 하지 말라고 조언한다고 말했다. 필사가 무언가를 하고 있다는 충족감을 주지만 그것이 글쓰기의 핵심은 아니라는 것이다. 또한 필사가 마치 '깜지'를 연상시킨다며 "새카맣게 뭔가를 했다는, 흔적만 남기는 얄팍한 공부방법을 강요했던 기억과 맞물려, 들이는 에너지에 비해 수고가 크지는 않은 것 같다.”고 지적했다.

김중혁 작가가 지적한 두 번째 신화는 “소설은 엉덩이로 쓰는 것”이다. 이는 소설에서 필요한 것은 재능보다는 노력이라는 의미로, 오래 앉아있는 사람이 제대로 소설을 쓸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김중혁 작가는 원래 취지는 동감하며 엉덩이로 쓴다는 말은 “진득하게 자신이 쓴 글을 바라보라는 이야기”인데, 이런 표현이 마치 “오래 앉아있어야 쓸 수 있다” 같은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중혁 작가는 아무것도 쓸 수가 없는 상황에서 빈 화면을 들여다보는 것보다 그 시간에 산책하거나 돌아다니며 무언가를 경험하는 쪽이 훨씬 낫다고 제안했다.

글쓰기에 도움이 된다고 언급되는 것 중에는 일기 쓰기가 있다. 계속해서 꾸준히 무언가를 쓴다는 행위가 글쓰기 실력을 키우는데 도움이 된다는 취지에서 일기 쓰기가 장려되곤 한다. 김중혁 작가는 “일기 쓰기란 또 하나의 신화 같은 생각이 든다.”며 일기 쓰기의 위험함으로 자신을 포장하는 것과 손쉬운 반성을 언급했다.

우리는 살면서 올바르거나 좋은 생각만을 할 수는 없고, 욕망이 섞인 생각이나 일방적인 불평불만을 떠올릴 때도 많다. 김중혁 소설가는 글쓰기를 할 때 “저열하거나 하찮은 생각을 한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더 좋은 생각을 한 사람으로 포장하고자 하는 유혹이 생겨난다.”고 말했다. 김중혁 작가는 이때 “자신을 속이고 스스로를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려는 순간에 유혹을 뿌리칠 수 있는가”가 중요다가고 강조했다.

또한 일기를 쓰면서 쉽게 반성하는 태도도 조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반적으로 일기를 쓸 때 하루에 일어났던 사건을 되짚으며 ‘나는 ~하지 않겠다’, ‘나는 ~라고 다짐했다’ 같이 반성을 하는 일이 많은데, 이런 반성이 글쓰기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김중혁 소설가는 “너무 잦은 반성이 오히려 무딘 감각을 가져오는 게 아닐까. ‘반성했으니 넘어가자’라고 넘겨버리는 것은 아닐까. 오히려 진짜 반성이란 쉽게 써버리지 않고 오랫동안 생각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며 “쉽게 반성하는 구절이 쌓여버리면 내 생각이 변하게 될 것 같다. 글쓰기가 참 힘든 일이라 생각한다.”고 전했다.

행사가 진행된 구산동도서관마을 [사진 = 김상훈 기자]
행사가 진행된 구산동도서관마을 [사진 = 김상훈 기자]

- 작법부터 글 쓰는 환경까지 다양한 주제로 대담 나눈 김중혁, 김금희 작가

이번 행사는 “글을 쓰는 마음”이라는 주제에 걸맞게 작법부터 글쓰는 환경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주제의 대화가 1시간 내내 이어졌다.

첫 글이 무엇이었냐는 질문에 김금희 소설가는 초등학교 때 백일장에 나가 상을 탄 글이 생각난다고 말했고, 중학교 때 사춘기를 겪으며 음악에 빠져있었다는 김중혁 작가는 그 시기 “글쓰기가 저에게는 방어막이자 벽이었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 주변의 모든 것이 싫게 느껴지고 어느 누구와도 만나고 싶지 않은 사춘기를 겪는 시기, 글을 쓰는 일은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어 행복감을 느꼈다는 것이다. 김중혁 작가는 “어떤 글을 썼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글 쓸 때의 감정은 기억난다. 그 기분이 제 첫 글이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김중혁 작가와 김금희 작가의 대담 [사진 = 김상훈 기자]
김중혁 작가와 김금희 작가의 대담 [사진 = 김상훈 기자]

김중혁 작가는 “돈을 벌면 카페를 하나 살까 한다.”고 농담을 말해 객석을 웃음바다로 빠뜨리기도 했다. 소설가로서 작업 환경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니, 두 작가 모두 카페에서 글쓰기 작업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작업실을 얻어보았는데 결국 작업실에서는 잠만 자고 카페에서 작업을 하게 되었다는 김금희 작가는 “너무 조용한 카페에서는 글을 쓸 수가 없다.”며 사람들 속에서 작업을 하는 것이 좋다고 이야기했다.

카페에서 작업을 한다는 김중혁 작가는 “어떤 소설의 어떤 대목을 쓸 때 어떤 카페에서 썼다는 게 기억이 난다.”며 “카페가 주는 제일 큰 힘은 매번 사람들이 지나다니고 있고, 다른 순간과 환경을 제공해주어 작가의 감정이 무뎌지지 않게 해주는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두 작가의 대담이 끝난 이후에는 시민들로부터 질문에 응답하는 시간이 이어졌다 [사진 = 김상훈 기자]
두 작가의 대담이 끝난 이후에는 시민들로부터 질문에 응답하는 시간이 이어졌다 [사진 = 김상훈 기자]

이밖에도 두 작가는 대표작, 20년 후의 작품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해 이야기했다. 한편 구산동도서관마을을 처음 방문했다는 김중혁 소설가는 “동네 골목을 좋아해 어느 마을을 가건 골목 투어를 하는데 구산동도서관마을은 구조가 굉장히 특이해 골목 같다는 생각을 했다.”라며 행사 시작 전에 도서관 이곳저곳을 돌아보았다고 이야기하기도 했다. 두 작가의 대담이 끝난 이후에는 행사장을 찾은 독자들로부터 질문을 받기도 했으며 행사 말미를 사인회가 장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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