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입장에서 책을 소개하는 문화예술위 도서 서평단 ‘붘어(BOOKER)’, 작가들과 만나 ‘책의 입장’ 더욱 깊게 이해하는 시간 가져
책의 입장에서 책을 소개하는 문화예술위 도서 서평단 ‘붘어(BOOKER)’, 작가들과 만나 ‘책의 입장’ 더욱 깊게 이해하는 시간 가져
  • 육준수 기자
  • 승인 2019.04.09 2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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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페이퍼 = 육준수 기자] 책 읽는 습관을 가진 사람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2018년에 발표한 ‘2017 국민독서실태조사’에 따르면 성인과 학생의 연간 독서량은 각각 8.3권과 28.6권으로, 지난 번 조사인 15년에 비해 0.8권과 1.2권이 감소했다. 또한 독서자의 독서시간은 되레 증가하여 책은 읽는 사람만 읽고, 읽지 않는 사람은 더욱이 멀어진 것으로 파악된다.

​대중들이 책과 점점 멀어지는 상황에서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독서 활동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자 나섰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국내 문학도서를 선정 및 보급하여 국민의 문학 향유 기회를 확대하는 ‘문학나눔 도서보급사업(문화체육관광부 주최,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주관)’의 일환으로 ‘문학 더 나눔’ 프로그램을 진행하여 도서 서평단 ‘붘어’를 구성했다. 붘어 구성원들은 문학나눔 도서 중 몇 권을 증정받아 매주 목요일 자신의 SNS에 서평을 업로드하며, 책의 입장에서서 멀어진 독자들과의 사이를 이어주는 이른바 ‘책 대변인’들이다.

붘어 오프라인 독서회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 = 육준수 기자
붘어 오프라인 독서회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 = 육준수 기자

서평단 ‘붘어’는 지난 1월 31일 1기 발대식을 진행했으며, 작가와 붘어 서평단이 직접 만나는 두 차례 오프라인 독서회를 통해 책에 대해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 3월 30일에는 두 번째 오프라인 독서회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 30분까지 분과별로 진행됐다. 수필 분야에서는 정철훈 작가의 수필 “문학아 밖에 나가서 다시 얼어 오렴아”, 시 분야에서는 오은 시인의 시집 “왼손은 마음이 아파”, 소설 분야에서는 김백상 소설가의 소설 “에셔의 손”, 아동문학 분야에서는 정유경 작가의 아동청소년 도서 “파랑의 여행”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 때로는 아픔이 시가 되기도... 자신의 얼굴 들여다보는 시집. 오은 시인의 “왼손은 마음이 아파”

시 분야 오은 시인의 선정 도서는 작년 8월 현대문학에서 출간된 시집 ‘왼손은 마음이 아파’이다. 이 시집은 개인적 사정으로 인해 오은 시인이 큰 아픔을 겪고 있을 때에 쓴 두 권의 시집 중 한 권이다. 아픔은 올해까지도 이어졌으며 나아지려면 아직 많은 시간이 남았다. 그럼에도 오은 시인은 돌이켜보면 “그때는 몰랐는데 지금 보니 제가 울지 않으려 시를 썼구나, 그래서 한 해에 시집을 두 권이나 낼 수 있었구나”라는 생각을 한다고 이야기했다.

오은 시인. 사진 = 육준수 기자
오은 시인. 사진 = 육준수 기자

같은 맥락에서 “글을 쓸 때 내 안에서 튀어나오는 말들이 있다.”고 오은 시인은 이야기했다. 생각한다기보다는 멍하니 떠올리는 장면들이 자신의 인생에서 중요한 부분으로 떠오르기도 한다는 것이다. 오은 시인의 말대로 열심히 고민한 생각보다, 멍하니 있다 나오는 버릇이나 습관이 인생에 있어 중요하게 작용하기도 한다. 어린 시절에 각인된 작은 기억 하나가 무의식에 반영되어 현재의 나를 만들어간다.

아픔에 대해 더욱 잘 이해할 수 있는 오은 시인의 시는 ‘O와 o’이다. 독자의 질문을 받은 오은 시인은 이 시에서 알파벳 대소문자 O, o는 시인 본인을 나타낸다고 답했다. 대문자는 밖에서 보는 시인을, 소문자는 실제의 시인을 나타낸다. 이날 독서회에 오면서 시인으로서의 책무를 가진 오은 시인, 평소에 밖에서 사람과 만날 때 떠들면서 웃음을 주는 역할을 주로 하는 오은 시인은 ‘대문자 O’에 해당한다. 그러나 그런 사람일수록 오히려 내재된 곳에는 더 큰 아픔이 있을 수 있으며, 보이는 나와 다른 진짜 나 ‘소문자 o’가 있을 수 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대문자 O’가 오은 시인이 아니라고는 말할 수 없으나, O와 o에 대해 알아가는 것이다.

오은 시인과 붘어 서평단원들. 사진 = 육준수 기자
오은 시인과 붘어 서평단원들. 사진 = 육준수 기자

오은 시인의 시집 “왼손은 마음이 아파”가 가진 ‘책의 입장’은 “자신의 아픔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이며, 아픔을 겪고 있을 때 자신의 얼굴을 바라볼 수 있게끔 돕는 것이다. 오은 시인은 “여러분도 울지 않고 하려는 일이 있으면 나를 쓰러지지 않게 붙들어주는 게 무엇이 있는지 생각해보시라.”고 서평단에 조언해주었다.

- SF가 낯설더라도 계속 상상하며 읽을 수 있는 책, 김백상 소설가의 “에셔의 손”

소설 분야 선정 도서는 김백상 소설가가 2018년에 허블 출판사에서 펴낸 SF 소설 “에셔의 손”이었다. “에셔의 손”은 김백상 소설가의 첫 작품으로 전뇌(전자두뇌)가 보급되어 기억 삭제가 가능해진 시대를 배경으로 한 추리 형식의 SF 소설이다. 소설에서는 전자두뇌를 둘러싸고 기억을 지우는 자와 고통받는 자 등 여러 인물이 쫓고 쫓기는 상황이 그려진다. 한국과학문학상 장편 대상과 SF어워드 장편 대상의 수상작이기도 하다.

김백상 소설가. 사진 = 육준수 기자
김백상 소설가. 사진 = 육준수 기자

이날 붘어 서평단의 공통적인 의견은 소설 “에셔의 손”이 SF 장르임에도 불구하고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서평단은 그간 SF 장르의 소설은 낯선 면이 있어 읽기가 어렵다는 생각을 종종 해왔다고 고백했다. 과학적 지식이 없으니 SF는 어렵지 않을까 라고 지레 겁을 먹거나, 읽어봤음에도 전문적 용어들이 많아 이해하기 어려워 책을 덮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은 SF 장르임에도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었으며, 추리적인 성격으로 인해 몰입감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야기를 들은 김백상 소설가는 “사실 저도 SF를 잘 모른다.”고 겸양을 떨며, 글을 쓰면서 “내 이야기가 어떻게 읽힐까”에 대한 깊은 고민이 있었다고 이야기했다. SF라는 장르의 특성을 생각하며 읽는 이에 대해 생각하다 보니 자신의 SF적 상상력이 추리적 성격과 결합된 듯하다는 것이다. 한 서평단원은 그런 작가의 감정이 잘 전달되어 왔다며 “에셔의 손”은 “계속 상상하면서 읽을 수 있었던 책”이었다는 소감을 밝혔다.

김백상 소설가가 함께하는 오프라인 독서회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 = 육준수 기자
김백상 소설가가 함께하는 오프라인 독서회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 = 육준수 기자

이밖에도 이날 독서회에서는 수필 분야의 정철훈 작가와 “문학아 너 밖에 나가서 다시 얼어오렴아”와 아동청소년 분야 정유경 작가의 “파랑의 여행”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이 있었다. “문학아 밖에 나가서 다시 얼어오렴아”는 분단이라는 한국문학의 한계에 대한 극복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이며, “파랑의 여행”은 정유경 작가가 5년 만에 펴낸 동시집이다. 두 작가와의 토론회에 참여한 서평단원들 역시 책에 입장에 대해 고민해보고 작가와 이야기를 나누는 등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붘어’ 프로그램을 기획한 관계자는 오프라인 독서회를 마련한 이유에 대해 묻자 붘어 서평단이 작가와 독자를 이어주는 역할을 한다는 점을 환기했다. 서평단이 작가와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을 통해 서평단의 생각은 더욱 깊어지며, 그만큼 독자에게 보다 좋은 서평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본다는 것이다. 또한 그밖에도 ‘붘어 1기’로 애써준 서평단원들이 작가와 만나 직접적 즐거움을 느끼길 바랐다고 이야기했다.

붘어 1기의 활동은 곧 마무리된다. 그러나 붘어 활동이 끝나고 서평단원들은 계속해서 책을 읽을 것이며, 그 책에 대한 소감을 여전히 SNS에 올릴 것이다. 인원은 바뀌겠지만 앞으로도 계속되어 갈 서평단 ‘붘어’의 활동이 많은 이들에게 책을 소개하고, 책의 입장을 헤아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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