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서사학회, 한국 SF의 의미 모색하는 기획 학술대회 "기술 비평 시대, 한국 SF의 의미" 성료
대중서사학회, 한국 SF의 의미 모색하는 기획 학술대회 "기술 비평 시대, 한국 SF의 의미" 성료
  • 김상훈 기자
  • 승인 2019.04.11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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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서사학회 학술대회가 열린 서강대 정하상관 [사진 = 김상훈 기자]
대중서사학회 학술대회가 열린 서강대 정하상관 [사진 = 김상훈 기자]

[뉴스페이퍼 = 김상훈 기자] 대중서사학회(회장 박숙자 서강대 교수)가 4월 6일 서강대 정하상관에서 기획 학술대회 ‘뉴미디어 시대와 대중서사’ 첫 번째 행사를 개최했다. 대중서사학회는 올해 총 4회에 걸쳐 SF, 로맨스, 판타지 장르를 중심으로 기획 학술대회를 개최할 계획으로, 4월 6일에는 “기술 비평 시대, 한국 SF의 의미”라는 주제로 SF를 다각적으로 살펴보았다.

​대중서사학회는 문학, 영화, 연극, 드라마, 가요, 만화, 게임 등에서 나타나는 대중 서사 원리를 연구하고자 1993년 창립된 학회다. 매년 학술대회를 열며 한국연구재단 등재학술지 "대중서사연구"를 발간하고 있다. 이번 기획 학술대회는 대중서사학회와 이화여자대학교 이화인문과학원이 주최하였으며 서강대가 후원했다.

대중서사학회 박숙자 회장 [사진 = 김상훈 기자]
대중서사학회 박숙자 회장 [사진 = 김상훈 기자]

대중서사학회 박숙자 회장은 기획 학술대회를 통해 “대중서사의 본원으로 돌아가고자 했다.”고 밝혔으며 “대중사의 큰 흐름 안에서 SF가 어떤 역할과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는지 이야기하고자 한다.”고 행사의 취지를 설명했다.

​발표에는 이지용(건국대), 김효진(미국 텍사스테크대), 서동주(서울대), 오윤호(이화여대), 노대원(제주대)가 참여했으며, 한국 SF의 장르적 특징부터 포스트휴먼, 인조인간의 사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주제가 발표됐다.

​- 이지용 연구자, ‘한국 SF 서사, 다양한 사고실험 위한 방법론으로 작용할 수 있어’

​이지용 씨는 “한국 SF의 장르적 특징과 의미”라는 제목의 발표를 통해 한국 SF의 역사와 특징, 의미를 살펴보고 ‘현상으로서의 SF’를 고찰했다. 이지용 씨는 먼저 “SF를 정의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며 SF가 끊임없이 변화하며 의미가 확장해왔다고 설명했다. SF가 과학의 발전과 함께 비약적으로 확장을 거듭해왔으며 휴고 건즈백의 ‘과학기술과 이를 통한 예언적 로맨스’라는 정의에서 로버트 A. 하인라인의 ‘현실을 기반으로 미래에 일어날 일들을 상상하는 것’ 정의를 거쳐, 다르코 수빈의 ‘독자들의 상상력이 적극적으로 반영된 대안적인 장르’로 정의되기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데이비드 시드는 “SF는 하나의 장르로 규정하는 것은 현대에 어울리지 않으며, 다양한 서브 장르들이 서로 교류하는 방식이나 영역으로 이해하는 것이 적합하다.”고 보기도 했다.

이지용(건국대) [사진 = 김상훈 기자]
이지용(건국대) [사진 = 김상훈 기자]

이지용 씨는 “현대에 SF를 규정하는데 단순히 특정한 표현 방식이나 이야기의 형태 등으로 정의하는 것은 효과적이지 않은 방식”이며 “SF가 무엇인지를 정의하려고 하는 것보다 SF가 어떤 형태를 가지고 발생해 지금까지 변화해 왔으며, 현재 우리에게 어떤 형태로 인식되며 의미작용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서 집중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국으로 시선을 돌려 한국 SF의 역사와 특징을 살펴보면 최초로 소개된 SF는 계몽적 목적을 가지고 도입됐다. 서구의 SF가 과학문명을 비판하고자 시작됐다면 동양의 과학소설은 계몽을 위해서 시작되었으며, 이지용 씨는 “한국의 SF는 도입기 이후로 분단과 전쟁, 그리고 독재라는 거대담론의 시기를 지나면서 1970년대에 이르기까지 사회적인 영향력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같은 시기 미국이나 일본이 SF를 발전시키고 있었으나 한국은 초기 도입 이후 대중문화로까지 정착할 환경이 마련되지 못한 것이다. 대부분이 교시적인 작품이었으며 특히 과학교육을 위한 도구로 활용되었고, 문윤성의 “완전사회” 같은 예외적인 작품은 대중들에게 주목받지 못했다. 

변화의 가능성이 보이기 시작한 것은 80년대 후반부터 90년대에 이르는 시기로, 이지용 씨는 “80년대 후반 한국 SF는 가장 재미있는 작품을 만나게 되는데 복거일의 ‘비명을 찾아서’였다.”고 설명했다. “비명을 찾아서”는 서문에서 이 작품이 SF의 하위장르라는 사실을 밝히고 있는데 이지용 씨는 “이는 한국에 SF가 도입된 이후에 이례적이고 본격적인 선언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비명을 찾아서” 이외에 한국에서 SF가 하나의 장르로 인식되었다는 증거는 다른 작품에서 찾아보기 어려우며, 1990년대 이후 PC통신 시대가 접어들며 SF 팬이 네트워크에 모이게 되고 SF를 장르적으로 규정하는 의미들이 발현되기 시작한다. 이지용 씨는 “90년대 이후 문화 다양성이 확대되고, PC통신에 폭넓은 스펙트럼의 이야기들이 게시됐다.”며 “이 당시 특징적인 작가는 듀나라고 할 수 있다.”고 밝혔다.

 듀나는 1994년 하이텔에 ‘미메시스’, ‘시간을 거슬러 간 나비’, ‘시간여행자의 허무한 종말’ 등의 작품을 발표하며 활동을 시작했는데, 이지용 씨는 “듀나는 이전까지의 SF 작품들에 비해 장르가 가지고 있는 다양한 의미의 층위들을 명확하게 이해하고 있는 작가였다고 할 수 있다.”고 보았다. 여기에 더해 듀나는 SF의 공간과 등장인물, 소재의 현지화 작업을 시도하는데, 듀나의 작품인 “대리전”에서 행성 간 여행을 즐기는 외계인은 미국의 맨허튼이나 유럽이 아니라 한국의 부천을 활동 무대로 삼는 것을 보여준다. 이를 이지용 씨는 SF가 가지고 있던 요소를 효과적으로 내재화하면서 “모방적 수용에서 벗어나 변형적 수용의 양상으로 진입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지용 씨는 “한국 SF는 듀나를 지나면서 비로소 장르적으로 의미를 획득할 만한 작품들을 손에 넣게 된다.”며 2000년대 이후 “SF적 상상력과 세계관을 이해하고 이를 작품에 적극적으로 대입하는 작가들이 생겨나기 시작한다.”고 전했다.

​한국 SF가 가지고 있는 장르적인 의미란 무엇일까. 이지용 씨는 “SF가 특별한 의미를 지닐 수 있는 것은 현 시대의 흐름과 맞닿아 있는 장르이기 때문”이며 “우리의 현재에 영향을 미치는 이슈들은 SF와 전혀 무관하지 않다.”고 보았다. 인공지능 프로그램인 알파고, 페미니즘 이슈 등은 이미 SF 작가들이 수많은 사고실험을 거쳐왔으며, SF는 문학의 형식으로 꾸준히 서사 지형의 의미 작용에 관여해왔다는 것이다. 이지용 씨는 “한국 SF 서사는 직면한 현실에 대한 새로운 통찰의 가능성과 닥쳐올 미래에 대한 다양한 사고실험들을 위한 새로운 방법론으로 작동할 수 있는 가능성을 이미 충분히 내재하고 있다.”며 그렇기에 SF에 대해 이야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복도훈 교수가 토론자로 참여했다 [사진 = 김상훈 기자]
복도훈 교수가 토론자로 참여했다 [사진 = 김상훈 기자]

김효진(미국 텍사스테크대) 씨는 “한국 독자들의 SF 정의 양상과 의미”라는 발표에서 2018년이 한국 SF에 있어 새로운 출발을 보여준 한 해였다고 회고하고, 한국 내 SF 팬덤에 대해 고찰해보고자 시도했다. 김효진 씨는 서울에서 진행된 3개 SF 독서모임 구성원들과 대면 인터뷰를 진행하여 구성원들이 생각하는 SF란 무엇인지부터 SF를 왜 읽는가, 좋아하는 작품은 무엇인가 등을 질문했다.

서동주(서울대) 교수는 “일본에서의 재난과 SF 상상력”이라는 제목으로 1954년 영화 “고질라”의 계보와 2016년 개봉한 영화 “신고질라”에서 보여주는 상상력을 살펴보았다. 서동주 교수는 피폭의 기억으로부터 비롯된 “고질라”가 2011년 후쿠시마 제1원전 폭발을 계기로 2016년 “신고질라”로 부활하게 되었다고 보았으며 “신고질라”에서 보여준 새로운 상상력에 초점을 맞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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