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김민기, 「길」
(10) 김민기, 「길」
  • 김병우 칼럼니스트
  • 승인 2016.07.12 2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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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갈래길 누가 말하나

이 길 뿐이라고

여러 갈래길 누가 말하나

저 길 뿐이라고

여러 갈래길 가다 못갈 길

뒤돌아 바라볼 길

여러 갈래길 다시 걸어갈

한 없이 머나먼 길

여러 갈래길 다시 만날 길

죽기 전에라도

여러 갈래길 다시 만날 길

죽은 후에라도

- 김민기, 「길」

 

 

나만의 곡을 들켰을 때, 사람들은 우울해한다. 자신만의 것조차도 위협받고 조롱받는 지금엔 더욱 그렇다. 그들은 단지 자신만이 그 곡을 알고 있었다는 사실에만 집착하는 게 아니다. 자신이 그 곡을 들으면서, 특별해진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안다. 그것이 속물적인 위안이라는 것을. 그러나 그들은 행했고 오늘도 행한다. 우리는 지금 그런 가여운 시대를 살고 있다.

개인과 개인의 영역에 대한 존중을 간과한 사회학, 정치학은 새로운 파시즘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남들의 하찮은 취향’을 조롱하는 사람은 자신의 취향을 존중받을 권리 또한 없다. 그들 또한 달을 가리키면서 손가락의 방향을 지적하는 무리들인 셈이다. 따지고 보면 이 또한 구획짓기의 산물이다. 누구도 온전히 소유할 수 없기에, 소유하기 위해 발버둥 칠 것이고, 누구도 온전히 구별될 수 없기에 어떤 방식으로든 구분지으려 애쓸 것이다. 아는 게 없든 아는 게 든 사람이든 ‘구획짓기’는 인간의 본능이기 때문이다. 그러한 점이 선순환으로 이루어진다면야, 좋겠지만, 모든 일들에는 선과 악이 있다. 어느 것 하나가 온전히 이루어진 순환은 세상에 없다. 작용과 반작용처럼. 역사는 이미 수도 없는 구획짓기의 악순환들을 지금도 생생한 목소리로 증언한다. 조롱은 어떤 식으로든 문제가 된다.

뿐인가. 하나의 해석은 오로지 하나로만 해석되어야 한다는 현실은 우리의 상상력을 더욱 말라가게 만든다. 나는 ‘1번의 답은 무조건 텅스텐이다.’와 ‘회사원이 잠자코 월급만 받으면 되지.’라는 생각의 회로를 구분 짓지 못하겠다. 회의장에서는 오로지 회의만 해야한다는 생각, 일자리에서는 오로지 일만 해야한다는 생각, 세입자는 오로지 집주인에게 꼬박꼬박 내야한다는 생각. 무서운 점은 이런 단순한 생각이 단순하다는 이유만으로 힘을 발휘한다는 데에 있다. 생각을 키워본 일이 없는 사람들은 이유를 찾기 위해 고민한다. 단순한 생각은 이런 사람들에게 차라리 매혹적으로 다가온다. 더 이상 생각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차라리 단순한 이유를 근거 삼아 자신을 짜올린다. 나는 그들의 계획이 무서운 게 아니라, 그들이 계획 짓지 않는 곳에서 그들 뜻대로 되어간다는 사실이 무섭다. 이유를 찾는 데 피로한 사람들을 이용하는 그들의 무의식이 무섭다.

김민기의 노래들을 사회적으로만 해석하는 사람은 어리석은 사람이다. 그러나 김민기의 노래에서 사회적인 면을 빼고 해석하는 사람 또한 어리석은 사람이다. 좋아하는 노래를 꼽자면 단연 ‘길’이다. 그것도 71년도에 녹음한 1집. 꼭 정성조 쿼텟이 반주한 그 버전이어야 한다. 이 노래에서 피아노와 플루트의 엇갈림 속에서 김민기의 목소리는 말 그대로 뻗어나간다. 그렇게 질문한다. 이 길은 누가 길이 하나뿐이냐고, 이 길 또한 결국 다시 만날 길이라고.

이 곡이 앨범에서 자리한 위치도 남다르다. 그 당시 발매한 LP에서 이 곡은 B면의 첫 머리를 장식했다. A면에서 B면으로 바뀌는 동안, 청자는 노래 밑에 깔려있는 슬픔이 단순한 슬픔이 아님을, 현실 속에서 싸워서 이겨낼 질문으로 바뀌는 것을 귀로 체감할 수 있었던 것이다. 노래의 힘은, 목소리의 힘은 그래서 재단할 수 없다. 목소리는 나눌 수 없다.  이런 노래 앞에서 장르는 무의미하다. '장르'는 듣는 이를 노래 근처에 데려다 주지만, 결국 노래는 듣는 사람의 몫인 것이다. 나는 단지 내 고민 속에 이 노래를 투영시킨 것에 불과하다. 왠지 내가 곡을 이용한 듯 보인다. 정말 좋은 곡에 대한 말을 아끼는 것은 그 때문인가 싶다.  

문 밖에서 더운 공기가 들어온다. 7월이다. 고통 속에서도 나무는 자라 숲을 만든다. 그렇게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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