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이듬 시인, ‘시를 쓰는 것은 소외된 변방의 존재에 주목하는 것’ 연세대학교 특강에서 독자들과 만나
김이듬 시인, ‘시를 쓰는 것은 소외된 변방의 존재에 주목하는 것’ 연세대학교 특강에서 독자들과 만나
  • 육준수 기자
  • 승인 2019.04.13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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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강혁신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 = 육준수 기자
공강혁신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 = 육준수 기자

[뉴스페이퍼 = 육준수 기자] 대학교 공강 시간을 이용하여 문학인과 만나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는 특강이 열렸다. 연세대학교 고등교육혁신원 ‘공강혁신’은 지난 3월 27일 오후 3시 연세대학교 백양누리 헬리녹스홀에서 개최했다. 이번 행사의 제목은 “3월의 한 시간, 김이듬 시인과 함께하는 오후 세 시”로 행사의 주제는 ‘나와 타자, 사회에 관한 이야기’였다.

‘공강혁신’은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지나갈 수 있는 공강 시간을 의미 있게 활용하고자 시작한 기획이다. 첫 초청 작가인 김이듬 시인은 2001년 ‘포에지’를 통해 데뷔했다. 시집으로는 “별 모양의 얼룩”과 “명랑하라 팜 파탈”, “말할 수 없는 애인”, “히스테리아”, “표류하는 흑발” 등이 있으며 장편소설 “블러드 시스터즈” 등을 펴냈다. 시와세계작품상과 김춘수시문학상 등을 수상한 경력이 있다. 현재는 한양여자대학교 문예창작과에 출강하고 있으며 ‘책방이듬’을 운영 중이다.

김이듬 시인. 사진 = 육준수 기자
김이듬 시인. 사진 = 육준수 기자

이날 김이듬 시인은 세 편의 시 ‘사과 없어요’, ‘마지막 미래’, ‘시골창녀’를 낭독하고 각 시의 사연에 대해 이야기했다. 또한 이를 통해 자신이 생각하는 시란 무엇인지에 대해 강연을 펼쳤다. 

김이듬 시인은 자신에게는 친어머니가 아닌 새어머니와 살아야 했던 시간들이 있었다고 고백하며 그 때문에 언제나 ‘자아가 모서리에 몰린 듯했다.’고 이야기했다. 자신은 언제나 변방의 존재라는 생각을 해왔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김이듬 시인은 소외된 사람, 떠밀려진 존재에 대한 애정이 있으며 시에도 그런 성향이 발화되는 듯하다고 이야기했다. 잘못됐다고 말해지거나 남들로 인해 제거되는 존재들에게 시선이 간다는 것이다.

시 ‘사과 없어요’는 불안감으로 가득 차 있는 소심한 화자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시에서 화자는 “짜장면 시켰는데 삼선짜장면이 나왔”으나 종업원이 꾸지람을 듣거나 쫓겨날지도 모른다고 걱정하며 어찌할 바를 모르게 된다. 미안하다는 사과 한 마디면 흔쾌히 용서하고 그냥 먹을 생각이지만 종업원은 단무지조차 가져다주지 않는다. 김이듬 시인은 이 시는 경험담이며 시에 등장하는 화자도 자기 자신이라고 이야기했다. 불안과 불만을 느끼면서도 타인의 사정을 고민하고 이해하고자 노력했던 경험이 시가 된 것이다.

이 시는 소심함과 불안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김이듬 시인이 시를 쓰는 이유가 결국 타인을 이해하기 위함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김이듬 시인은 ‘어떻게 하면 타인을 이해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종종 던진다며, 시를 쓰다 보면 도저히 이해할 수 없을 것만 같던 상대도 이해할 수 있게 될 때가 있다고 말했다. 심지어는 용서가 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작품을 낭독하는 김이듬 시인. 사진 = 육준수 기자
작품을 낭독하는 김이듬 시인. 사진 = 육준수 기자

그러나 나 스스로의 자아만 중요해지면 타인을 이해하기는커녕 타인 자체가 그다지 중요하지 않게 된다. 김이듬 시 ‘마지막 미래’도 타인에 대한 이해에 대해 쓴 작품이다. 김이듬 시인은 미국에서 시집이 나왔을 때 낭독투어를 했으며 아이오와 대학과 뉴올리언스, 시카고 뉴욕 등을 돌고 한국으로 돌아와 이 시를 썼다고 밝혔다. 시 ‘마지막 미래’에서 화자는 “내가 한 발짝만 더 그 정원에 접근했다면, 버지니아 주의 사우스밴드에서 나는 그 집 남자가 쏜 총에 맞아 합법적으로 죽었을지 모른다. 몇 안 되는 주민이 아니므로 늙은 흑인에게도 일어났던 일.”이라고 말한다. 김이듬 시인은 미국에서 사유지에 침입한 한 흑인이 총을 맞아 죽었던 사건이 있었다며 자신이 그 대상이 됐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폭풍처럼 밀려왔다고 말했다.

김이듬 시인은 우리가 “타자랑 자아를 너무 구분하는 듯하다.”며 프랑스의 작가 모리스 블랑쇼는 ‘나 바깥을 사유하는 것’을 강조했다고 말해주었다. 자신 위주로만 생각하고 타인이 어떻게 되든지 신경을 끄고 사는 것은 쉬운 일이다. 하지만 김이듬 시인은 자신의 내면에는 “엄마라 불러야 하는데 ‘저기요’라고 해서 문 앞에 쫓겨나 발발 떠는 어린애”가 있다며 그 안의 분노와 슬픔으로 사회를 증오하며 살았다면 지금의 자신은 없었을 것이라 말했다. 시를 쓰면서 자신의 바깥을 사유한 덕분에 슬픔을 느끼고 폭력을 가한 존재와 입장을 바꿔 생각해볼 수 있었다는 것이다 됐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김이듬 시인은 “저는 시가 아니면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을 종종 한다.”고 이야기한다. 같은 이유로 일산에서 운영하고 있는 책방에서 진행하는 시 창작 강의의 이름도 ‘시가 아니면 아무것도 아닌 나’이다.

김이듬 시인. 사진 = 육준수 기자
김이듬 시인. 사진 = 육준수 기자

시가 아니면 자신이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있기 때문에 역으로 김이듬 시인에게는 모든 것이 시가 될 수 있다. 시가 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에 명확한 경계는 없다. 마지막으로 김이듬 시인이 낭독한 시 ‘시골창녀’는 김이듬 시인이 고향과 가족 이데올로기에 대해 쓴 시인 동시에 시에 대한 쓴 메타 포엠이다. “진주에 기생이 많았다고 해도/우리 집안에는 그런 여자 없었다 한다”는 구절로 시작하는 시 ‘시골창녀’는 자신의 집안 조상 중 창가에 달이 오르면 가야금을 뜯거나, 술자리 시중이 싫어 자결하거나, 국란 때에도 기생으로 팔려간 딸 하나 없다는 사실이 오히려 쓸쓸하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화자는 “내 마음의 기생은 어디서 왔는가”를 묻고 글을 쓰는 자신을 창녀라 자청한다.

김이듬 시인은 이 시는 “시가 아니다.”라는 욕을 많이 들었으며 큰 규모의 컨퍼런스에서 낭독한 후 모욕을 당한 적도 있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나 멕시코의 작가 ‘옥타비아 파스’는 ‘활과 리라’라는 저서에서 “시의 기능은 세상을 변화시키는 것이며 시적 행위는 본래 혁명적인 것이지만 정신의 수련으로서 내면적 해방의 방법이기도 하다.”는 말을 했다며, 김이듬 시인은 “시가 아니라면 변방으로 내버려진 존재들을 어떻게 포섭하고 함께 대화할지에 대한 대안이 없을 듯하다.”고 말했다.

김이듬 시인이 시집에 사인을 해주고 있다. 사진 = 육준수 기자
김이듬 시인이 시집에 사인을 해주고 있다. 사진 = 육준수 기자

행사를 끝마치며 김이듬 시인은 “혹시 묘비에 쓰고 싶은 말이 있냐.”는 관객의 질문에 “시를 써서 행복했다.”는 짤막한 말을 남기고 싶다고 답변했다. 이날 김이듬 시인이 함께한 특강은 질의응답 및 시집 사인본 증정 이벤트를 끝으로 마무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