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구산동도서관마을 신남희 관장으로부터 듣는 도서관의 역할, ‘도서관, 시민의 문제에 관심 갖고 공론장 역할 해야’
[인터뷰] 구산동도서관마을 신남희 관장으로부터 듣는 도서관의 역할, ‘도서관, 시민의 문제에 관심 갖고 공론장 역할 해야’
  • 김상훈 기자
  • 승인 2019.04.16 20: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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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성사진으로 본 구산동도서관마을(네이버 갈무리)과 구산동도서관마을 전경
위성사진으로 본 구산동도서관마을(네이버 갈무리)과 구산동도서관마을 전경

[뉴스페이퍼 = 김상훈 기자] 연립주택이 즐비한 골목길을 따라 구산동도서관마을을 찾으면 먼저 독특한 외견에 눈길이 향하게 된다. 2015년 개관한 마을 도서관인 은평구 구산동도서관마을은 건물을 완전히 새로 짓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개의 다세대 주택을 활용해 재탄생시킨 곳이다. 같은 건물이지만 다른 색과 질감으로 구성된 벽, 높이가 다른 건물을 잇고자 활용된 계단, 열람실과 서가, 복도 등이 크게 구분되지 않는 모습 등을 보면 어째서 ‘마을’이라는 이름이 도서관 다음에 붙었는지를 알게 된다. 마을이라는 큰 틀 안에 여러 모습의 사람들이 살아가듯 구산동도서관마을 또한 도서관이라는 틀 안에 마을의 모습을 온전히 담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서가와 열람실, 복도의 구분이 없는 구산동도서관마을 내부 [사진 = 뉴스페이퍼]
서가와 열람실, 복도의 구분이 없는 구산동도서관마을 내부 [사진 = 뉴스페이퍼]

또한 구산동도서관마을은 마을공동체로 이루어진 협동조합에서 운영하고 있는데, 협동조합이 공공도서관을 운영하는 사례는 이례적인 일이기에 여러 차례 언론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이는 구산동도서관마을의 설립 과정에서 주민들의 역할이 컸기 때문으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9월 도서관을 방문해 ‘지자체와 정부가 지원하는 주민참여와 협치의 대표 모델’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독특한 건물 디자인과 협동조합 운영은 구산동도서관마을의 가장 큰 특징이지만 상대적으로 구산동도서관마을의 문화적 역량은 주목을 받지 못했다. 구산동도서관마을은 2015년 개관 이후 수백 건의 문화프로그램을 진행하며 마을의 문화적 허브로 우뚝 자리 잡았다. 4월 한 달에만 성인과 청소년, 어린이에 이르기까지 여러 연령층을 대상으로 하는 30여 개 프로그램이 진행됐으며, 프로그램의 주제도 그림책, 웹툰, 애니메이션부터 인디 영화, 도시, 페미니즘, 연극, 과학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여기에 더해 도서관이 일종의 공론장 역할을 해야 한다는 의식을 보여주며 미래적인 도서관의 특정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구산동도서관마을 신남희 관장 [사진 = 뉴스페이퍼]​
구산동도서관마을 신남희 관장 [사진 = 뉴스페이퍼]​

뉴스페이퍼 이민우 대표는 구산동도서관마을 신남희 관장과 만나 구산동도서관마을의 다양한 문화프로그램과 도서관의 역할에 대해 들어보았다.

​- 신남희 관장 ‘도서관, 시민의 문제에 관심 가지고 있어야 공론장 역할 할 수 있어’

일반적인 도서관은 책을 읽고 빌리는 장소이며 문화프로그램이 운영되어도 사용자 위주로 꾸려진 경우가 많다. 책을 빌리는 곳, 공부하러 가는 곳, 어린이 교실 정도가 기존의 도서관에 시민들이 갖고 있었던 인식인 경우가 많다.

신남희 관장과의 인터뷰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 = 뉴스페이퍼]
신남희 관장과의 인터뷰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 = 뉴스페이퍼]

구산동도서관마을 신남희 관장은 도서관이 단순히 책을 읽고 빌려주는 정적이고 평면적인 공간이 아니라, 주민들의 삶과 더불어 숨 쉬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산동도서관마을은 먼저 시민들이 갖고 있는 문제에 관심을 갖고자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을 기획했는데, 음악, 미술, 철학, 도시, 문학 등 다양한 인문학 분야에서 여러 차례 강연 및 문화행사를 개최했다. 철학자나 작가 등 전문가들로부터 세상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듣고 공유함으로써 시민들의 의식 수준을 향상하고 소통하고자 한 것이다.

​4월에만 다양한 예술가로부터 도시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 "도시를 보는 예술가의 눈" 강의를 비롯해 손희정, 최태섭 문화평론가 초청 페미니즘 강연, 정지돈 소설가의 에세이 쓰기 프로그램, 클래식 음악을 통해 인문학과 접하는 클래식 인문학 강연 등이 열렸다.

​신남희 관장은 심지어 사회적으로 의견이 첨예하게 갈리는 문제에 대해서도 도서관이 적극적으로 이야기하고 대안을 고민해보아야 한다고 말했다. 사회적으로 대립하거나 의견이 갈리는 문제를 피하지 않아야 도서관이 진정한 공론장의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공론장을 이루고자 구산동도서관마을은 다양한 사회적 문제를 여러 기획 프로그램을 통해 다뤄왔으며, 올해에도 페미니즘, 청년, 남북문제 등을 주제로 작가와의 만남, 대담, 특강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재작년부터 개최해온 페미니즘 강연은 올해에도 진행된다. 4월 17일에는 남성의 시각에서 바라본 페미니즘, 여성의 시각에서 바라본 페미니즘은 각각 어떤지를 논의해보자는 취지로 손희정, 최태섭 문화평론가와 함께 대담을 나누도록 기획됐다.

신남희 관장과 뉴스페이퍼 이민우 대표 인터뷰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 = 김상훈 기자]
신남희 관장과 뉴스페이퍼 이민우 대표 인터뷰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 = 김상훈 기자]

취업, 결혼, 주거 등 여러 문제를 갖고 있는 청년들과 관련해서도 프로그램을 기획 중에 있다. 신남희 관장은 “청년 이슈가 기성세대에 의해 청년수당을 주고 해결한다던가 직업이 문제라거나 하는 식으로 규정되고 있다.”며 “규정되지 않고 청년들이 스스로 말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도서관에 청년들이 와 사람들과 만나고 자기들의 이야기를 했으면 좋겠다는 취지에서 청년 기획 강좌를 연속해서 열 계획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밖에도 구산동도서관마을은 올해 남북한의 통일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룬 강좌를 마련한다. 다양한 각도에서 남북의 문화, 언어, 건축과 삶을 살펴보고 이야기한다. 신남희 관장은 “시민들의 갈망이 그만큼 컸다고 본다. 책을 읽는 공간인 도서관도 좋지만, 책 읽기만으로 도서관의 역할이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시민들이 모일 수 있는 곳, 소통할 수 있는 곳, 이웃을 만나는 공간으로 도서관이 확장되고 있기에, 올해는 더 다양한 주제로 심도 있는 프로그램을 선보일 예정.”이라고 전했다.

​사회적인 문제를 다루며 어려움은 없었을까? 신남희 관장은 페미니즘 강연을 열고 도서관 사용자인 한 20대 남성으로부터 항의를 받은 일이 있다고 이야기했다. 왜 페미니즘 강연 같은 것을 하느냐, 페미니즘은 나쁘다는 식의 항의에도 개의치 않은 신남희 관장은 오히려 “오셔서 들어보셨으면 싶다.”고 제안하기까지 한다. “피상적으로 이야기할 것이 아니라 서로가 함께 생각해보고 문제를 해결하려 노력해한다.”고 말한 신 관장은 도서관이 오히려 공론장으로서 시민들이 문제를 해결할 계기를 만들어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구산동도서관마을은 명실상부 지역에서 문화를 향유하고 다른 시민과 만날 수 있는 문화 허브로 자리잡았다고 할 수 있다. 나아가 공론장으로서의 도서관, 시민과 호흡하는 도서관을 지향하려 하고 있다. 신남희 관장은 “구산동도서관마을이 마을 사람들에게 따듯하고 의미 있고 편안한 곳이 되었으면 좋겠다.”라며 “도서관이 마을과의 소통의 매개가 되는 플랫폼의 역할을 잘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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