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작홍사용문학관, 최초의 문학관 문예지 “시와 희곡” 창간호 출간
노작홍사용문학관, 최초의 문학관 문예지 “시와 희곡” 창간호 출간
  • 육준수 기자
  • 승인 2019.04.26 2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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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예지 "시와희곡" 표지. 사진 제공 = 노작홍사용문학관
문예지 "시와희곡" 표지. 사진 제공 = 노작홍사용문학관

경기도 화성시에 위치한 ‘노작홍사용문학관’이 반연간지 “시와희곡”의 창간호를 출간했다. “시와희곡”은 문학의 두 장르인 시와 희곡을 중심으로 기획되었다. 이외에도 잘 알려지지 않은 화성시의 여러 이야기를 소개하는 등 다양한 지면을 꾸리고 있다. 또한 "시와희곡"은 대한민국 문학관 최초의 문학잡지로 볼 수 있는데, 동리목월문학관에서 펴내는 계간 동리목월이 있으나 발행 주체가 기념사업회라는 점에서 차이를 보인다.

‘노작홍사용문학관’은 근대 낭만주의 문학과 신극운동을 이끌며 시 ‘나는 왕이로소이다’에서 “이 세상 어느 곳이든지 설움이 있는 땅은 모두 왕의 나라”라고 노래한 노작 홍사용 선생의 문학사적 업적을 두루 발굴하고 계승하기 위해 2010년 개관했다.

손택수(노작홍사용문학관) 관장은 창간호 발간사를 통해 “문학 장르 중에서도 권력이나 황금과는 무관한 두 장르의 첫 만남은 사실 무력하기 짝이 없다”라며 “지하철 스크린 도어에 걸려 있는 시는 스크린 도어 너머의 죽음을 애써 잊고 있으며 연극 무대로 옮겨간 희곡은 문학으로서의 아우라를 상실해버린 느낌마저 든다.”고 전했다. 또한 “세상을 전복시킬 물리적 힘은 비록 갖지 못했지만 혁명과 사랑의 유전자를 내장한 이 불우한 장르들은 미약한 언어로 세상을 재구성하고 재질서화한다”며 “시와희곡” 창간을 통해 두 장르의 약진에 보탬이 되고자 하는 뜻을 내비쳤다.

이번 “시와희곡” 창간호 특집에는 새롭게 발굴된 노작 홍사용의 시 4편을 정우택 교수의 글로 소개하는 한편, 첫 시집을 준비하고 있는 16명의 젊은 시인들의 시를 실었다. 한국 시단의 최전선에 서 있는 젊은 시인들의 시에 대해 평론가 신진숙은 “시를 쓴다는 것은 언제나 고독한 작업이며, 이 고독한 글쓰기를 통해 시인은 타자의 삶을 이해하는 특별한 통로들을 개발해 왔다”고 강조하고, 시를 넘어선 보다 본질적인 글쓰기의 형식에 집중하며 그들의 시를 읽었다.

이어 눈여겨볼 만한 지면은 ‘천의 얼굴을 한 화성’을 통해 소개되는 ‘발안만세시장’의 이야기다. 해당 코너에서는 올해 3.1만세의거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화성 지역에서 가장 강렬하게 만세운동이 일어났던 발안만세시장을 조명했다. 천여 명이 운집해 벌인 3.1만세의거에 일본 수비대는 총칼을 휘둘렀고, 분노한 화성 민중은 일본 주재소를 박살내다시피 했다. 멀리 도망간 일본군은 전열을 가다듬고 피의 보복을 시작했지만 화성 민중들은 또다시 2천여 명이 궐기해 각 면사무소를 부수고 화수리 주재소로 몰려가 불태우는 한편 순사 가와바타를 처단하기까지 했다. 대부분 평화적으로 만세만 불렀던 3.1만세의거의 모습과 대조되는, 격렬하고 조직적인 무력항쟁 성격을 띤 시위운동이었다.  

또한 ‘천의 얼굴을 한 화성’에 소개된 가지야마 도시유키(梶山季之)의 ‘이조잔영(李朝殘影)’이 눈에 띈다. 가지야마 도시유키는 일제강점기 ‘창씨개명 문제’와 ‘제암리 학살사건’을 소설 작품 속에서 다룬 작가로 알려져 있다. 1930년 서울 태생인 그는 패망 이후 히로시마로 귀환하여 본격적인 창작활동을 시작했다. 1952년 한국 관련 소설을 다수 발표했으며, 1963년에는 그의 대표작 ‘이조잔영’이 나오키상(直木賞)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이조잔영’은 서울의 여학교 미술교사 일본인 노구치(野口)와 궁중 무용을 추는 조선 기생 김영순을 매개로 한 멜로드라마의 형식을 갖고 있다. 내용적으로는 ‘제암리학살사건’이 소설의 전환점을 이루는데, 부모 세대의 오욕을 적나라하게 그리며 식민지 2세의 고뇌와 갈등을 묘사한 뛰어난 작품이다.

한편 혼합 장르로서의 가능성을 볼 수 있는 시극이 흥미롭게 다가온다. 양안다 시인의 ‘마흔아홉 번째 밤’은 절제된 언어로 극을 진행하며 독자로 하여금 여러 가지 상상력을 자아내게 하는 작품이다. 모든 걸 다 말하지 않고, 다 보여주지 않아도 전해지는 것이 있다. 극이 진행될수록 시가 가지는 절제의 미가 증폭되어 하나의 이야기로서 높은 완성도를 보여주고 있다. 다소 실험적인 양안다 시인의 ‘마흔아홉 번째 밤’은 시극의 현주소와 미래를 두루 통찰할 수 있는 작품이다.

노작문학관에서 발행하는 “시와희곡”은 화성 지역의 특색과 함께 시와 희곡이라는 두 개의 문학 장르가 만나 어우러지며 기존 문예지와는 다른 독창성을 가지고 있다. 독자들로부터 점점 외면 받아 외로운 싸움을 이어가고 있는 작가들과, 그들을 기다리는 소수의 독자들에게 “시와희곡”이 가뭄에 단비 같은 지면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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