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별과 인종으로 인한 차별 다룬 판타지 소설 "누가 죽음을 두려워하는가", 황금가지에서 출간돼
성별과 인종으로 인한 차별 다룬 판타지 소설 "누가 죽음을 두려워하는가", 황금가지에서 출간돼
  • 육준수 기자
  • 승인 2019.05.11 2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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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죽음을 두려워하는가" 표지. 사진 제공 = 황금가지
"누가 죽음을 두려워하는가" 표지. 사진 제공 = 황금가지

거대한 잠재력을 지닌 소녀 마법사가 차별과 폭력으로 점철된 세계와 맞서는 내용의 판타지 소설 "누가 죽음을 두려워하는가"가 황금가지를 통해 출간됐다.

"누가 죽음을 두려워하는가"는 종말 후 아프리카를 배경으로 성별과 인종 불평등, 여성 성기를 절제하는 할례 의식과 제노사이드라는 묵직한 주제를 다루고 있다.

작품은 수단이 존재했던 지역에 자리한 '일곱 강 왕국'을 배경으로 한다. '일곱 강 왕국'은 부족 간의 우열이 명시된 '위대한 책'에 따라, 무력을 추구하는 누루족이 보다 약한 오케케족을 억압하거나 약탈해 온 역사가 오랜 기간 이어지고 있었다. 누루족은 별에서 와 태양과 같은 피부색을, 오케케족은 밤에 창조되어 새카만 피부를 가진 종족이다. 특히 누루족 남성과 오케케족 여성 사이에서 태어나는 혼혈아 '에우'는 확연하게 다른 외모를 지녔으며, 존재 자체만으로도 수치로 여겨져서 어느 집단에서 소속되지 못하고 천대받는다.

주인공 온예손우는 에우로 태나 차별을 받으며 살아왔다. 어머니와 함께 정착한 동부의 도시 '즈와히르'에서도 혼혈이란 이유로 백안시당했으며, 불명예스러운 자신의 존재를 인정받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할례 의식을 치르기로 결심한다. 그러나 이 성인식은 겉으로는 공동체에 속했다는 안정감을 주지만, 시간이 갈 수록 여성의 자유를 억압하는 전통임이 드러난다.

또한 온예손우는 잠재되어 있던 마법적 재능이 발현되기 시작하며 누루적 대마법사인 생부의 환각에 시달린다. 오케케족의 술법인 '신비의 요소'를 배우면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다고 하나, 도움을 청하러 간 마법사 아로는 온예손우가 여자라는 이유로 거부한다. 이처럼 작품 내내 혼혈과 여성이라는 이유로 이중적 차별을 겪는 온예손우는, 어려움을 떨쳐내고 일곱 강 왕국에서 희생당하는 사람을 구하고 생부와 맞서기 위해 여정을 떠난다.

작품의 저자인 은네디 오코라포르는 2004년 내전 중이던 수단 다르푸르 지역에서 여성을 타깃으로 자행되는 강간이 일종의 전쟁 무기처럼 인종 청소를 위한 수단으로 이용되는 참상을 취재한 기사에서 이 소설의 영감을 얻었다고 밝혔다.

이 작품은 세계환상문학상을 수상하고 네뷸러 상과 로커스 상 후보에 오른데다 SF와 판타지 분야에서 활동하는 유색인 작가들에게 주어지는 '칼 브랜든 킨드레드' 상을 수상했다. '퍼블리셔스 위클리', '리뷰어스 초이스', '라이브러리스쿨' 등의 도서 잡지나 리뷰 사이트에서 그해 최고의 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또한 HBO에서 드라마로 만든다는 소식과 함께 '얼음과 불의 노래'의 저자 조지 R. R. 마틴이 제작에 참여하기로 하여 더욱 화제를 모았다.

한편 저자 은네디 오코라포르는 나이지리아계 미국인 2세로 마블 "블랙팬서"의 스핀오프 코믹스 스토리 작가로서 활동할 뿐 아니라 SF 거장 옥타비아 버틀러의 "야생종" 드라마의 각본을 맡는 등 현재 할리우드에서 주목받고 있는 작가이다. 아프리카 지역의 역사와 신화, 언어, 문화를 바탕으로 한 미래상을 그린 작품을 꾸준히 집필해 왔다. 최근에는 ‘아프리칸퓨처리즘(Africanfuturism)’이란 제작사를 직접 세우면서 아프리카의 문화가 담긴 컨텐츠를 더욱 다방면에서 선보이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