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절논란 불렀던 신경숙 소설가, "창작과비평" 여름호에 중편소설 발표... 칩거 4년 만에 활동 재개
표절논란 불렀던 신경숙 소설가, "창작과비평" 여름호에 중편소설 발표... 칩거 4년 만에 활동 재개
  • 김상훈 기자
  • 승인 2019.05.23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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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숙 소설가의 중편이 발표될 창작과비평 여름호
신경숙 소설가의 중편이 발표될 창작과비평 여름호

 [뉴스페이퍼 = 김상훈 기자] 2015년 한국 문학계의 화두였던 표절 사건의 당사자인 신경숙 소설가가 칩거 4년 만에 활동을 재개한다. 창비는 계간 문예지 "창작과비평" 2019년 여름호에 신경숙 소설가의 중편 소설이 수록된다고 밝혔다.

'신경숙 표절 사태'는 2015년 6월 이응준 소설가가 허핑턴포스트에 신경숙 소설가가 미시마 유키오의 '우국'을 표절했다고 주장하며 시작됐다. 신경숙 소설가와 창비는 표절을 부인했으나 이는 논란을 키우는 불씨를 제공한다. 신경숙 소설가의 표절은 곧 대형 출판사가 특정 작가를 '스타화'하는 과정에서 문제점이나 비판을 모두 무용하게 만든다는 '문단권력 비판'으로 이어졌다. 문제를 제기할 수 없는 폐쇄적 공동체, 수직적 구조, 특정 작가에게 권력이 집중되는 구조 등이 크게 비판을 받았으며, 이후 한국문학장에 대안 작업이나 매체가 등장하는 계기가 된다.

4년 만에 작품을 발표하며 활동을 재개한 신경숙 소설가는 "작품을 발표하며"라는 입장문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신경숙 소설가는 "작품을 발표하며"에서 "지난 4년은 30년 넘게 이어진 제 글쓰기에 대해 처음부터 다시 생각해본 길고 쓰라린 시간"이었다며 "젊은 날 한순간의 방심으로 제 글쓰기에 중대한 실수가 발생했고 그러한 일이 있었다는 사실 자체를 망각한 채 오랜 시간이 흘렀다. 지금 돌아보면 아무것도 아닌 저의 작가로서의 알량한 자부심이 그걸 인정하는 것을 더디게 만들었다."라고 전했다. 이어 "한 사람의 작가로서 좋은 글을 쓰게 하는 대상이 되지 못하고 비판의 글을 쓰게 하는 대상으로 혼란과 고통을 드렸다. 모두 저의 잘못이고 불찰"이라고 전했다.

신 소설가는 지난 4년 동안 "새로운 작가들의 새로운 글쓰기에 의해 많은 가치들이 새롭게 무장되고 새롭게 출발하는 것도 조용히 지켜봤다."며 "이후의 시간이 저를 어디로 데려갈지는 저도 모르지만 저는 읽고 쓰는 인간으로 살며 제 누추해진 책상을 지킬 것"이라고 했다.

글을 쓰는 일로 "다시 부서진 것들을 고치고, 떠내려가는 것들을 건져내고, 닫힌 문은 열고, 사라지는 것들을 애도하고, 메마른 것들에게 물을 주려고 한다."며 "지면을 통해 만나게 될 독자들의 눈빛과 음성이 떠오른다. 제가 죽을 때까지 지켜야 할 것이 있다면 바로 이것이라고 생각한다. 저는 쓰는 것밖에 할 수 없는 사람이니 차근차근 글을 쓰고 또 써서 저에게 주어진 과분한 기대와 관심, 많은 실망과 염려에 대한 빚을 조금씩 갚아나가겠다."고 전했다.

신경숙 소설가가 4년 만에 활동을 재개했지만 문학계는 못다한 숙제가 그대로 남은 상태다. 문학 창작물 표절에 대한 가이드라인은 제대로 만들어지지 못했고, 문학권력의 주체는 여전히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4년 전과 같은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을지 주목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하는 신경숙 소설가의 "작품을 발표하며" 입장문 전문이다.

오랜만에 새 작품을 발표합니다.

지난 4년은 30년 넘게 이어진 제 글쓰기에 대해 처음부터 다시 생각해본 길고 쓰라린 시간이었습니다.

벼락 속에 서 있는 것 같았던 그 시절 많은 비판과 질책을 받으면서도 제일 마음이 쓰였던 것은 어디선가 글을 쓰고 있는 것 자체만으로도 든든했던 동료들과, 제 작품을 아끼고 사랑해준 동지 같았던 독자들께 크나큰 염려와 걱정을 끼쳤다는 점입니다. 그것이 가장 아프고 쓰라렸습니다. 젊은 날 한순간의 방심으로 제 글쓰기에 중대한 실수가 발생했고 그러한 일이 있었다는 사실 자체를 망각한 채 오랜 시간이 흘렀습니다. 지금 돌아보면 아무것도 아닌 저의 작가로서의 알량한 자부심이 그걸 인정하는 것을 더디게 만들었습니다. 4년 동안 줄곧 혼잣말을 해왔는데 걱정을 끼쳐 미안하고 죄송합니다,였습니다. 저의 잘못을 지적하고 비판해온 분들께도 마찬가지 마음입니다. 한 사람의 작가로서 좋은 글을 쓰게 하는 대상이 되지 못하고 비판의 글을 쓰게 하는 대상으로 혼란과 고통을 드렸습니다. 모두 저의 잘못이고 불찰입니다.

지난 4년 동안 제가 사랑하거나 존경하는 분들 가운데 여럿이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럴 때마다 기다려주지 않는 시간 앞에 망연자실했습니다. 새삼스럽게 작은 호의, 내민 손, 내쳐진 것들의 사회적 의미, 별것 아닌 것 같은 일상의 소중함을 절절히 깨닫기도 했습니다. 새로운 작가들의 새로운 글쓰기에 의해 많은 가치들이 새롭게 무장되고 새롭게 출발하는 것도 조용히 지켜봤습니다. 감사하고 설레고 고마운 일이었습니다. 이후의 시간이 저를 어디로 데려갈지는 저도 모르지만 저는 읽고 쓰는 인간으로 살며 제 누추해진 책상을 지킬 것입니다. 제 자리에서 글을 쓰는 일로 다시 부서진 것들을 고치고, 떠내려가는 것들을 건져내고, 닫힌 문은 열고, 사라지는 것들을 애도하고, 메마른 것들에게 물을 주려고 합니다. 이것이 앞으로의 저의 소박한 꿈이며 계획입니다.

오랜만에 문학계간지의 교정지를 대하니 가슴이 뛰는 것은 어쩔 수 없었습니다. 지면을 통해 만나게 될 독자들의 눈빛과 음성이 떠오릅니다. 제가 죽을 때까지 지켜야 할 것이 있다면 바로 이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쓰는 것밖에 할 수 없는 사람이니 차근차근 글을 쓰고 또써서 저에게 주어진 과분한 기대와 관심, 많은 실망과 염려에 대한 빚을 조금씩 갚아나가겠습니다.

2019년 5월 신경숙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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