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의 풍경과 동심 너머 새로운 문학의 세계로 갈 것... 이준관 아동문학가, 문학의 집 서울에서 독자와 만나
자연의 풍경과 동심 너머 새로운 문학의 세계로 갈 것... 이준관 아동문학가, 문학의 집 서울에서 독자와 만나
  • 육준수 기자
  • 승인 2019.05.24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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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페이퍼 = 육준수 기자] 매달 1회 문학행사 ‘수요문학광장, 이 작가를 말한다’ 행사를 진행하고 있는 ‘문학의 집 서울’은 22일 오후 3시 아동문학가 이준관 작가를 초청하여 그의 삶과 작품을 조명했다. 이준관 작가는 자신의 문학이 자연의 풍경과 아이들의 동심을 지나왔으며, 이제는 새로운 문학의 세계로 가고자 한다고 이야기했다. 

이준관 아동문학가. 사진 = 육준수 기자
이준관 아동문학가. 사진 = 육준수 기자

이준관 작가는 교직에 근무하던 중 1971년 동시 ‘초록색 크레용 하나’가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당선되고, 74년 ‘심상’ 신인상에 시가 당선되어 작가로 데뷔했다. “크레파스화”, “씀바귀꽃” 등 9권의 동시집과 “황야”, “가을 떡갈나무 숲” 등 5권의 시집, 그밖에 여러 동화책을 집필했다. 한국동시문학회 회장과 한국아동문학인협회 부회장직을 맡고 있으며 대한민국문학상과 한국아동문학작가상, 방정환문학상 등 다수의 문학상을 수상했다. 

이번 ‘수요문학광장’은 이준관 작가로부터 문학에 바탕이 된 유년 시절의 이야기와 문학 세계에 대해 들어보는 시간으로 구성됐으며 사회는 신수진 아동문학가가 맡았다. 행사 중간에는 이준관 작가의 동시를 바탕으로 한 동요 공연이 진행되어 흥미를 돋구었다. 

- 삶의 감동은 가까운 곳에 있다. 일상의 감사함을 배운 이준관 작가의 어린 시절 

이준관 작가(좌)와 신수진 작가(우). 사진 = 육준수 기자
이준관 작가(좌)와 신수진 작가(우). 사진 = 육준수 기자

이준관 작가는 어린 시절 무척 조용한 성격이었다며 ‘빗자루 같은 아이’라고 표현했다. 걸레로 바닥을 닦으면 그곳에는 물기가 남아 걸레로 닦았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빗자루는 먼지 위로 비질한 자국만이 있을 뿐이고 그나마도 먼지를 전부 털어내면 흔적이 남지 않는다. 이준관 작가는 “저는 교실 귀퉁이에 있는 존재였다.”고 말하면서도 그런 존재일수록 “없으면 빈자리가 금방 눈에 띈다.”며 지금도 그런 존재로 남고 싶다고 말했다. 

평범하기 그지없던 이준관 작가가 아동문학을 하게 된 계기는 국어 교과서에 실린 한 편의 동시였다. 이전까지 따로 문학 교육을 받은 적이 없었지만 이준관 작가는 동시를 읽으며 큰 울림을 느끼게 된다. 동시에 “동시라는 게 우리 농촌 풍경이나 생활과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을 하여 자신 주변의 일들을 관찰했고 성장해서는 그것들을 글로 담았다. 

문학의 집 서울 행사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 = 육준수 기자
문학의 집 서울 행사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 = 육준수 기자

“제 문학 족보는 학교(교실)가 아니라 실습장에 있습니다.” 이준관 작가에게 문학 교육과 문학의 교과서가 되어준 것은 교실이 아닌 실습장이었다. 실과 시간이 되면 이준관 작가는 실습장에 나가 들판을 뛰놀고 풀꽃과 잠자리, 메뚜기 등을 관찰했다. 이준관 작가는 “저는 공부는 무지하게 안 했지만 제 문학의 고향은 그 들녘이라고 말할 수 있다.”며 “지금은 71세가 됐는데도 그 장면이 잊히질 않는다.”고 이야기했다. 일상에서 발견한 값진 순간이 오래도록 머릿속에 남아 문학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것이다. 

이준관 작가에게 일상의 모든 것은 감사의 대상이다. 어린 시절 구멍가게 집에서 어려운 시절을 겪으며 성장한 이준관 작가는 당시 동네 어른들로부터 “준관아, 다 없어도 열 개 손가락, 발가락만 있으면 배곯지 않고 산다.”는 격려를 받곤 했다. 이준관 작가는 “지금 생각해보면 그 말들이 전부 시”와 같다며, 현재는 “열 개 손가락으로 글을 써서 시가 되고, 열 개 발가락으로 교직에 서서 학생들을 가르친 것”이 무엇보다도 감사하다고 전했다. 

- 자연에서 동심으로, 이제는 새로운 문학의 세계로 나아갈 것 

신수진 아동문학가. 사진 = 육준수 기자
신수진 아동문학가. 사진 = 육준수 기자

신수진 아동문학가는 이준관 작가의 특징은 “매번 시집을 내실 때마다 선생님의 뚜렷한 지향점이 있다는 것”이라며 아동문학가로 활동한 긴 시간 동안 작품 세계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물었다. 

이준관 작가는 첫 번째 동시집인 “크레파스화”와 두 번째 동시집 “씀바귀꽃”은 어린 시절부터 보아온 고향 자연의 풍경에 대해 쓴 시집이라고 이야기했다. 첫 시집에서는 그림을 그리듯 고향의 풍경을 아름답게 그려내는 데에 집중했으며, 두 번째 시집에서는 과도한 이미지 대신 자연의 재발견과 참신하고 새로운 발상에 중점을 두었다. 

자연물에서 벗어나기 시작한 것은 1988년 직장을 옮기면서부터이다. 이준관 작가는 사당동 골목길 초등학교 후문 지척에 전세로 집을 얻어 살며 “아침 일찍부터 저녁 늦게까지 신나게 노는 아이들”의 일상과 접하게 되었다고 이야기했다. 언제 만나도 즐겁고 목소리가 낮아질 일이 없다는 아이들의 모습을 발견한 것이다. 고척동에 한 차례 더 이사하면서부터는 실제 퇴근을 하면 골목길에 달려가 아이들과 함께 놀기도 했다. 이준관 작가는 “제 애칭이 아찌였다.”며 “이때 드디어 책에서 본 동심이 아니라 진짜 동심을 찾았다.”고 말했다. 붉게 물든 노을이 질 때 집으로 돌아가는 이준관 작가의 마음에는 작은 행복이 자리 잡았다. 

이준관 아동문학가. 사진 = 육준수 기자
이준관 아동문학가. 사진 = 육준수 기자

아이들과 접하며 이준관 작가는 “어른들은 새로운 것도 낡게 만들지만 아이들은 낡은 것도 늘 새롭게 받아들인다.”며 그 작은 감동들 안에 ‘시심’이 들어있다고 말했다. 또한 아이 하나만 다쳐도 나머지 아이들이 먼저 아파하고 울어주는 ‘공감의 마음’은 아이들에게서만 발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리하여 이준관 작가는 아이들의 일상과 생활, 말과 행동을 동시의 소재로 차용하기 시작했다. 작품에도 자연히 아이들을 바라보는 시각이 스며들어 마치 동화처럼 이야기하는 듯한 어투의 시를 쓰기 시작했다. 

이후 이준관 작가는 “2018년에 골목길 아이들에 대한 졸업”을 선언했다며 “이제는 새로운 세계를 찾아가려 한다.”고 이야기했다. 자연물이나 아이들의 삶에서 머물지 않고, 다른 방식의 아동문학을 해나가겠다는 것이다. 이준관 작가는 “세상 모든 것은 저희들에게 삶의 지혜와 방법을 깨닫게 해주는 존재이다. 세상에 쓸모없는 건 없다.”며 현재는 “생물도 사람처럼 의미 있는 존재로 만드는 것이 시인의 일”이라는 생각으로 작품을 집필 중이라 전했다. 

행사를 마치며 신수진 작가는 “선생님이 최근에 낸 시집에는 아주 작은 것, 보이지 않는 것들이 얼마나 가치 있는지”를 알게 해준다며 “선생님은 정념에만 사로잡히지 않고 정념과 이성의 시선을 다 보유한 듯해서 존경스럽다.”고 이야기했다. 또한 매 작품집의 충실한 기획력과 자기관리가 놀랍다며 감탄의 뜻을 전했다. 

행사 단체사진. 사진 = 육준수 기자
행사 단체사진. 사진 = 육준수 기자

한편 이날 행사에서는 이준관 작가의 동시와 시로 만든 노래를 부르는 축하 공연도 진행됐다. 축하 공연을 맡은 김다영 학생은 시 ‘가만히 눈을 감으면’과 ‘구부러진 노래’를 바탕으로 제작된 동요를 불러 관객의 큰 호응을 받았다. 이중 ‘구부러진 길’은 탄탄대로도 좋지만 구부러진 오솔길에 사람 사는 느낌이 담겨있다고 말하는 시로, 신수진 아동문학가는 “이준관 선생님의 가치관을 담은 시”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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