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 운동 100주년 맞아 친일문학상 폐지 촉구 세미나 개최... ‘창비’, ‘문학과지성사’ 대상 비판의 목소리도 제기돼
3.1 운동 100주년 맞아 친일문학상 폐지 촉구 세미나 개최... ‘창비’, ‘문학과지성사’ 대상 비판의 목소리도 제기돼
  • 김상훈 기자
  • 승인 2019.05.24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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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페이퍼 = 김상훈 기자] 3.1 운동 100주년을 맞아 그 어느 때보다 친일잔재를 청산하는 작업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지자체와 시민단체가 앞장서 지역의 친일 역사를 청산하고 있으며 그 분야는 노래와 음악, 기념비, 지역 문화재까지 다양하다. 문학계에서 또한 친일잔재 청산을 위한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으며 특히 친일문인기념문학상(이하 친일문학상)에 대한 비판이 뜨겁다. 지난 2월에는 일제 침략기의 한국문학을 조명하는 행사가 진행됐으며 5월 11일에는 친일문학상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제기됐다. 5월 11일 서울시청 서소문별관에서 열린 “문단의 적페, ‘친일문인기념문학상 이대로 둘 것인가’” 학술세미나는 대표적인 친일문학상이라 불리우는 동인문학상, 팔봉비평문학상을 대상으로 폐지를 촉구했다. 또한 이날 행사에서는 80년대 문학계를 이끌었던 두 문학 집단인 ‘창비’와 ‘문학과지성사’에 비판의 목소리가 제기되기도 했다.

일제 침략기 한국문학사 재조명 정책 토론회 [사진 = 김상훈 기자]
일제 침략기 한국문학사 재조명 정책 토론회 [사진 = 김상훈 기자]

“문단의 적폐, ‘친일문인기념문학상 이대로 둘 것인가” 학술세미나는 한국작가회의 자유실천위원회와 민족문제연구소가 공동으로 주최했으며 김동인의 친일 행적과 자기합리화, 팔봉비평문학상의 폐지의 문제 등을 국내 학자들이 모여 논의했다.

맹문재 교수(왼쪽), 한창훈 사무총장(오른쪽) [사진 = 김상훈 기자]
맹문재 교수(왼쪽), 한창훈 사무총장(오른쪽) [사진 = 김상훈 기자]

행사의 사회를 맡은 맹문재 안양대 교수는 “조선일보사에서 시행하는 동인문학상과 한국일보사에서 시행하는 팔봉비평문학상을 폐지하기 위한 행사”라며 “유익하고 함께 연대하는 시간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행사 개최를 기념하여 한국작가회의를 대표해 행사장을 찾은 한국작가회의 한창훈 사무총장은 “탄생 100주년 문인을 기념하는 심포지엄을 지난 2일에 진행했다.”며 인사말의 운을 뗐다. 한창훈 사무총장은 “구상, 권오순, 김성한 등 이런 분들이시다. 이들은 1919년에 태어났는데 심포지엄에서는 이들이 몇 살 때 누굴 만났고 어디서 어떤 공부를 했는지 등 한 사람 한 사람의 흔적이 전부 밝혀진다.”며 “이런 사소한 것들도 밝혀지는데 하물며 반민주적이고 반민족적인 것은 말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하고 친일 행적은 밝혀지고야 마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번 세미나의 발표자로는 고인환 경희대 교수, 하상일 동의대 교수, 임성용 시인, 이명원 경희대 교수가 참여했으며 토론자로는 서영인 평론가, 이동순 조선대 교수, 손남훈 부산대 교수, 최강민 우석대 교수가 참여했다. 본격적인 발표에 앞서 임헌영 민족문제연구소 소장은 기조강연을 통해 친일문인들에 대한 개괄적인 설명과 민족문제연구소의 수난, 친일문학상 반대 운동의 흐름 등을 개괄적으로 설명했다.

​- 김동인의 자기 옹호와 문학사적 평가는 어떻게 이뤄졌나

​고인환 교수는 “김동인의(에 대한) 회고”에서 김동인을 바라본 기존 연구자들이 김동인을 평가하고 있는 방식을 살펴보며, 예술지상주의적 태도가 김동인 우상화에 기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고인환 교수는 예시로 김윤식 교수 등을 비롯한 연구자의 글을 인용했다.

​김윤식은 “김동인 연구”(민음사, 1987)에서 김동인의 내면 풍경을 쫓고 있다. 고인환 교수는 “김동인 연구”를 “그의 문학과 삶을 집대성한 역작”이라고 평하면서도 “김동인의 친일 행적을 웃지 못할 희극의 한 장면으로 희화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소설(문학)을 절대적 가치로 평가하는 김윤식의 시각으로 인해 “적나라한 친일 행적을 포함한 김동인의 문학 이외의 모든 행위가 문학이라는 이름으로 합리화되는 장면을 연출하고 있다.”는 것이다. 고인환 교수는 "문학적 진실이 삶에 앞선다는 논리, 혹은 삶이 예술을 모방(반복)한다는 문학지상주의적 태도는 김동인을 한국 근대문학사의 신으로 부활시키는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라고 보았다.

​또한 김동인의 미에 대한 집착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논문을 인용하며 “‘문학’과 ‘민족적 현실’을 분리한 김동인의 상상이 텍스트에 대한 끝없는 다시 쓰기를 추동했다는 사실을 긍정적으로 부각시키고 있다.”라고 보았는데, 이러한 “현실과 무관한 문학의 미적 가치(신문학)를 절대시한다는 것은 문학(문단)을 위해 그 어떤 비윤리적이고 반역사적 행위를 해도 무방하다는 논리로 비약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발표 중인 고인환 교수 [사진 = 김상훈 기자]
발표 중인 고인환 교수 [사진 = 김상훈 기자]

고인환 교수는 김동인이 “예술가가 창작을 위해 살인, 발광 등 일상적 금기를 깨뜨릴 수 있다”는 태도를 갖고 있었고 이를 일상생활에서 견지했다고 보았다. 때문에 순문학을 옹호하던 작가가 신문연재소설로 나아가고, 예술을 위해 일제에 협력하는 것도 문제가 되지 않았던 것이다. 고인환 교수는 “김동인에게는 조선어, 조선 문학, 문단, 글쓰기 그 자체만 있으면 하등 문제가 될 것이 없었다. 김동인에게는 무엇(내용)을 쓰느냐는 중요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를 “역사의식이 부재한 예술지상주의자의 초라한 몰골이 아닐 수 없다.”고 덧붙였다. 

하상일 교수는 “해방 이후 김동인의 소설과 친일 청산을 위한 자기합리화”에서 김동인이 쓴 소설이 친일행위를 어떻게 정당화하고 있는지를 살펴보았다. 김동인은 해방 이후인 1946년 10월 ‘반역자’에서 이광수를 주인공으로 등장시키고 친일 행적을 비판하였는데, 하상일 교수는 “일제 말 김동인 자신의 행적은 친일과 무관하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당시 친일 문인 비판의 중심에 있었던 이광수와의 철저한 거리두기를 시도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1947년 3월 발표한 ‘망국일기’, 48년 3월 발표한 ‘속 망국일기’를 통해 김동인 자신이 “평생을 정치적인 것과는 무관한 자리에서 문학이라는 순수성을 지켜오는 데 힘썼다고 주장”했고 보았다.

- 친일문학상 문제, 출판사 ‘창비’와 ‘문학과지성사’에게도 책임 있어

​이날 행사에서는 80년대 한국문학을 이끌었던 주요 문학집단인 ‘창비’와 ‘문학과지성사’에 비판의 목소리가 제기되기도 했다.

발표자로 참여한 한국작가회의 임성용 시인은 “16년부터 18년까지 친일문학이 굉장한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작가들이 글을 발표했다. 최종적으로는 2018년에 미당문학상이 중단됐다.”며 지난 수년 사이 친일문학상 문제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고 이야기했다. 임성용 시인은 “창비에서는 여러 문학상을 운영하고 있는데 미당문학상 심사위원이 그대로 문학상 심사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며 이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고 이야기했다.

발표 중인 임성용 시인 [사진 = 김상훈 기자]
발표 중인 임성용 시인 [사진 = 김상훈 기자]

친일문학상 반대 운동의 한 양상은 친일문학상 수상자 또는 심사위원이 다른 문학상의 심사위원으로 위촉되는 일을 막는 것이다. 이는 문학상이 문학계 권력 구조에서 일각을 맡고 있기 때문으로, 문학상 심사에 참여한 작가가 수상자와 돈독한 관계가 되고, 수상자가 다른 문학상의 심사위원으로 들어가 이전 심사위원에게 상을 밀어주는 등 문학상 ‘나눠먹기’가 암암리에 존재한다. 친일문학상 반대를 주장하는 이들은 친일문학상 관계자의 영향력 확대를 막고자 심사위원 위촉 등을 저지하는 것이다.

임성용 시인은 창비에 미당문학상 심사위원을 기용한 것을 항의하였으나 창비로부터는 권한이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창비는 분단의 모순을 극복하고자 민족 문학에서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그렇기에 우리가 더 기대할 수밖에 없다.”며 주요한 출판사가 각성하여 친일문학상 문제에 앞장서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명원 교수 [사진 = 김상훈 기자]
이명원 교수 [사진 = 김상훈 기자]

이명원 교수는 팔봉비평문학상이 폐지되어야 할 여덟 가지 이유를 제시했다. 팔봉비평문학상은 김기진을 기리는 평론 문학상으로, 1990년 김현 평론가를 최초 수상자로 30년 동안 유지되며 독보적인 비평문학상으로 존재하고 있다.

이명원 교수는 먼저 김팔봉과 같이 “일제말기 적극적 명백한 친일 = 대일협력을 한 문인은 ‘기념’의 대상이 아니라 비판적으로 ‘기억’되어야 할 인물이라는 점”을 언급했으며 친일문학상으로 인해 기형적 상황이 야기됐다고 지적했다. 문인과 문학 활동에 대한 기억의 계승작업은 종합적인 비판과 성찰로 이뤄져야 하지만 “김팔봉과 같은 친일문인들에 대한 연구는 근대문학 초창기의 활동에만 초점이 맞추어져, 일제말기의 글쓰기와 행적은 저널리즘은 물론 문학사적 연구에서도 논의되지 않는 기형적 상황을 야기했다.”는 것이다.

또한 친일문학상의 존재로 인해 명백한 대일협력=친일의 사실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제도적으로 미화하고 있으며, 한국문학계에 글쓰기의 악무한성과 같은 낭만주의적 분열증을 곧잘 보인다는 점도 왜곡으로 보았다.

이명원 교수는 김기진이 의도적으로 신화화되었으며 그 신화화에는 “‘문지파’의 실질적 기원인 문학평론가 김현의 존재가 큰 영향을 끼쳤다.”고 보았다. 김현은 “전체에 대한 통찰”에 수록된 ‘뜨거운 상징을 찾으며’는 팔봉비평문학상 수상 소감문인데, 김현은 이 글에서 인민재판을 받고 있는 김기진의 “스페인 국경에서 나치에게 인도될 것이라는 국경수비대의 농담을 사실로 알아듣고 자살한 벤야민”과 비교하며 “더운 상징의 한 예”라고 표현한다. 이명원 교수는 “팔봉은 나치와 동맹을 맺은 일본의 천황제 파시즘에 적극적으로 협력했던 인사인데, 어떻게 그것이 파시즘의 박해를 피해 국경을 넘다가 절망해 자살한 발터 벤야민과 같다는 것인가. 김현의 역사에 대한 완전한 무지일 뿐만 아니라, 팔봉의 행위를 벤야민의 경지로 뛰어 자신의 팔봉비평상 수상을 정당화하는 기묘한 논법이 아니고 무엇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지적했다.

이명원 교수는 김현의 팔봉비평상 수상은 “이 상을 수상하는데 어떠한 자의식도 없이 영광스러워하게 만드는 기괴한 풍경을 만들게 된 계기가 되었다”며 “팔봉의 사후 ‘문학과지성’ 2세대 편집위원인 홍정선이 '김팔봉 문학전집'(문학과지성사, 1988)을 편집, 출간한 것을 생각해 보면, 이른바 ‘문학과지성 동인’들의 친일문학에 대한 방조/옹호/분식/무지와 같은 문학사적 과오는 오늘의 시점에서도 적극적으로 음미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고 지적했다.

​팔봉비평상이 문학 평론상에서 독보적 위치를 자리하는데 김현이 톡톡한 역할을 했다면, 그 이후 권위를 유지하는 일은 ‘문학과지성’ 동인들에 의해 기획, 진행되고 있다. 이명원 교수는 “수상자들의 면면을 보면 이른바 신구 세대 ‘문학과지성 / 사회 동인’ / ‘문학동네 편집위원’을 추축으로, 알 만한 자유주의 비평가들이 다수 수상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른바 ‘범창비’ 진영에 속하는 염무웅, 구중서, 최원식(수상거부)의 이름도 눈에 띈다며 “좌, 우, 중간파 비평가 모두를 포괄한다는 점에서, 사실상 김팔봉 비평상은 한국의 제도 비평계 모두를 상징적으로 장악하는 수여제도라고 할 수 있다.”고 보았다.

​이명원 교수는 “수상자나 심사위원의 면면을 검토해 보면 알겠지만, 이상하게도 이 상은 이른바 <문학과지성> 동인들에 의해 기획되고 진행되어 왔다.”며 “특정 문예지/출판사의 인사들이 한국의 문학비평계를 오도된 방향으로 좌지우지 하는 일은 극복되어야 한다. 이런 점에서 이 문학상은 폐지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단체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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