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편집 = 한송희 에디터]](/news/photo/201905/48872_28841_2552.jpg)
붉은 그네
이혜미(시인)
무릎이 저녁의 끝까지 당겨질 때
혼자의 형식이 완성된다
깊이는 자주 무너졌지
아름다운 것 앞에서
징그러운 것 속에서
숨이 닿을 수 있는 가장 먼 거리는 얼만큼일까
치솟을수록 더 멀리 뒤쳐질 것을 몰라서
사소해진 위치만큼 입꼬리를 올리고
어떻게든 되돌아오는 처음에 대해 생각했지
흐린 곡선 위에 앉아 조금씩 흔들렸지만
문득 돌아보면
높이가 각도로 바뀌는 세계
썰물처럼 마음이 빠져나간 곳에
깨진 유리들이 반짝이며 수북해질 것을 알아서
그네를 밀어주던 사람이
새로운 뒷모습을 얻는 시간에 대해
떠올리고
떠올랐지
그네줄이 손끝에서 점차 젖어가는 것도 모르고
멀리의 색을 미리 당겨 겪는 줄도 모르고
이혜미
시인
1987년생. 2006년 <중앙일보> 신인문학상으로 등단. 시집으로 《보라의 바깥》, 《뜻밖의 바닐라》가 있다. panpolove@naver.com
※ 위 시는 웹진 "문화 다"와 공동으로 게시한 작품입니다.
http://www.munhwada.net/home/m_view.php?ps_db=intre_etc&ps_boid=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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