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49) / 측은지심 - 손동연의 ‘칭찬받은 지각’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49) / 측은지심 - 손동연의 ‘칭찬받은 지각’ 
  • 이승하 시인
  • 승인 2019.06.0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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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49) / 측은지심 - 손동연의 ‘칭찬받는 지각’ [이미지 편집 = 한송희 에디터]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49) / 측은지심 - 손동연의 ‘칭찬받은 지각’ [이미지 편집 = 한송희 에디터]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49) / 측은지심 - 손동연의 ‘칭찬받은 지각’ 

 

칭찬받은 지각

손동연

 

“차암 잘했다.
날마다 늦어도 좋다.”
우리는 귀를 의심했어요. 
호랑이 선생님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오다니…….

혼날 줄 알았던
지각 대장 명철이도
어리둥절 고갤 갸웃거려요.

“앞에
소아마비 아이가 걷기에 
그 뒤만 졸졸 따라오다 늦었어요.
목발 짚은 그 애를
앞지를 수가 없었어요.”

그 말밖에 안 했는데…….
그 일밖엔 한 게 없는데…….

-『참 좋은 짝』(푸른책들, 2015, 12쇄)

 

<해설>

지각 대장 명철이에게 선생님이 물어보았다. 오늘은 또 왜 늦었느냐고. 명철이의 말을 듣고 호랑이 선생님은 “차암 잘했다. 날마다 늦어도 좋다.”고 칭찬을 해주신다. 이 동시의 내용은 이것이 전부다. 그런데 제3연, 따옴표 속의 말은 여러 번 되풀이해서 읽게 된다. 나 자신, 뭐가 그리 바쁘다고 목발 짚은 사람을 앞지른 적이 여러 번 있었기 때문이다.

불가에서 최고의 덕목으로 치는 것은 자비(慈悲)다. 딱한 처지에 놓인 사람을 사랑하고 가엾게 여겨 돌봐주는 것이다. 그런데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으로서 남을 가엾게 여기는 것이 쉽지 않다. 돌봐주는 것은 더더욱 어렵다. 우리나라에 불자의 수, 천주교인과 기독교인의 수, 여타 이런저런 종교를 믿는 사람의 수가 천만은 넘을 것이다. 모두 매주 한 번은 두 손 모아 기도를 드렸을 텐데 왜 우리 사회는 이렇게 살벌할까. 우리가 이 동시 속 명철이처럼 측은지심을 갖고 산다면 세상이 아주 많이 따뜻해질 것이다. 목발 짚은 아이가 상처받을까봐 앞지르지 않은 명철이의 아름다운 동심에 큰 감동을 받는다. 

<이승하 시인 약력>

1984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1989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및 동대학원 졸업.

시집 『공포와 전율의 나날』, 『감시와 처벌의 나날』, 『아픔이 너를 꽃피웠다』, 『나무 앞에서의 기도』, 『생애를 낭송하다』 등과 소설집 『길 위에서의 죽음』을 펴냄.

산문집 『시가 있는 편지』, 『한밤에 쓴 위문편지』, 평전 『마지막 선비 최익현』, 『최초의 신부 김대건』 등을, 문학평론집 『세속과 초월 사이에서』, 『한국문학의 역사의식』, 『욕망의 이데아』, 『한국 현대시문학사』(공저) 등을 펴냄.

시창작론 『시, 어떻게 쓸 것인가』도 있음.

지훈상, 시와시학상, 가톨릭문학상, 편운문학상 등을 수상. 현재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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