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동주 제대로 이해하려면 그의 산문 살펴봐야’ 김응교 시인 “나무가 있다” 출간
‘윤동주 제대로 이해하려면 그의 산문 살펴봐야’ 김응교 시인 “나무가 있다” 출간
  • 김상훈 기자
  • 승인 2019.06.03 19:36
  • 댓글 0
  • 조회수 2893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나무가 있다 표지
나무가 있다 표지

[뉴스페이퍼 = 김상훈 기자] 윤동주는 ‘서시’, ‘별 헤는 밤’, ‘쉽게 쓰여진 시’ 등의 명시를 남기며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시인으로 꼽힌다. 그가 쓴 110여 편의 시는 나이나 성별과 관계없이 모두에게 깊은 울림을 주고 있다. 윤동주의 시가 책으로, 음악으로, 극으로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한편 윤동주가 남긴 네 편의 산문은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했다. 

“처럼 – 시로 만나는 윤동주”에서 윤동주의 시를 중심으로 그의 사상과 삶을 복원해냈던 김응교 시인은 5월 초 윤동주의 산문에 주목한 책 “나무가 있다”를 펴냈다. 김응교 시인은 “윤동주가 쓴 산문 네 편은 우리에게 인생의 맛을 체험하게 한다.”며 윤동주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그의 산문에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산문에는 윤동주의 고뇌와 세상에 대한 시선이 고스란히 드러나며, 산문과 시가 쓰여진 시기를 통해 윤동주의 궤적을 추적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김응교 시인은 “윤동주의 산문은 굉장히 뛰어나며, 누구에게 뒤지지 않는 산문가인데 연구한 사람이 불과 두 사람밖에 없었다. 윤동주 산문을 연구하는 논문에서 끝나지 말고 사람들에게 알려야겠다고 생각했다.”며 논문과 강연 내용을 풀어 쓴 “나무가 있다”를 쓰게 되었다고 이야기했다.

- ‘종시’부터 ‘화원에 꽃이 핀다’까지 산문 네 편으로 읽는 윤동주의 삶

“나무가 있다”에는 윤동주의 산문 네 편과 산문을 그의 삶과 연결해 이해하게끔 돕는 해설이 수록되어 있다. 

책의 시작은 윤동주의 ‘종시’가 장식한다. ‘종시’는 윤동주가 연희전문 4학년 때 쓴 산문으로, 그가 학교에서 집으로, 다시 집에서 학교로 오갔던 경성 풍경을 상세하게 옮긴 글이다. 남대문 근처에서 보았던 서민과 밤늦게까지 철길에서 공사를 했던 노동자를 바라보면 윤동주 특유의 휴머니티가 담겨 있다. 김응교 시인은 “‘종시’를 읽으면 윤동주가 인간을 얼마나 세세하게 보았는가를 확인할 수 있다.”며 “시에서 느끼지 못할 감탄할 만한 부분을 산문에서 찾아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나무가 있다”에서 소개하는 두 번째 작품은 1939년 1월 발표된 ‘달을 쏘다’다. 김응교 시인은 ‘가을에 읽을 만한 산문’으로 “갈대로 화살을 삼아 무사의 마음을 먹고 달을 쏘다”는 마지막 문장이 산문 전체를 통합하는 ‘달을 쏘다’를 빼놓을 수 없다고 이야기한다. ‘달을 쏘다’는 연희전문 기숙사 핀슨홀에서 지내는 적막함과 그의 고요한 내면이 기록된 산문으로, 사람과 사람 사이의 미묘한 감정, 친구가 먼저 이별을 고했던 상황에 서러워진 심경이 드러난다. 또한 ‘달을 쏘다’에서 나오는 구절은 훗날 윤동주의 시 ‘자화상’에서 유사한 구조로 나타나기도 한다. 김응교 시인은 ‘달을 쏘다’와 ‘자화상’이 발표되기까지의 시간을 통해 “윤동주의 글쓰기 과정을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별똥 떨어진 데’는 ‘달을 쏘다’와 같이 윤동주의 강한 내면을 보이는 산문이다. 자신의 내면을 ‘어둠’으로 강렬하게 표현하면서 동시에 자신의 한계를 설명하며 자신을 객관화시키는 자세가 일상화되어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윤동주는 ‘내 몸을 어디에 던져 살아갈 것인지에 대한’ 기투를 보이며, 그가 좋아했던 “맹자”의 대장부 정신, 이웃과 벗이었던 나무와 숲의 풍경, “행동할 수 있는 행동을 자랑치 못”했던 자조와 반성의 목소리를 내비친다.

마지막 작품은 1941년 쓰여진 ‘화원에 꽃이 핀다’다. 봄부터 겨울까지 계절이 바뀌는 우주의 이야기로 시작하는 다소 추상적인 산문으로, 한학 공부도 게을리 하지 않았던 윤동주의 학구적 면모를 살펴볼 수 있다. 김응교 시인은 “주역” 사상을 풀이하여 쓴 것으로 보았으며 시대적 배경과 윤동주의 삶을 연관지어 해석한다. “서릿발에 끼친 낙엽을 밟으면서 멀리 봄이 올 것을 믿습니다.”라는 마지막 문장에는 겨울을 살았으면서도 봄이 오리라 믿는 윤동주의 성정을 확인할 수 있다.

“나무가 있다”는 김응교 시인의 읽기 쉬운 문장과 정성스러운 해설로 윤동주의 삶을 우리 앞에 데려다 놓는다. ‘등불을 밝혀 시대처럼 올 아침’을 기다렸던 윤동주 문학의 순수는 오늘날에도 유효하다.

금각사 앞, 사진작가 이정은 제공
김응교 시인 [사진작가 이정은]

- 김응교 시인 윤동주로 인해 인식의 지평 넓어져...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하는 실천까지 이어져야

김응교 시인은 윤동주 연구자로 알려져 있으며, 윤동주를 알리는 강연이나 저술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그러나 김응교 시인이 처음부터 윤동주를 긍정적으로 바라봤던 것은 아니었다. 김응교 시인은 “과거에는 윤동주 시인이 너무 과대평가된 것이 아니냐고 비판하고 다녔던 적이 있다.”고 이야기했다. ‘너무 수준 낮은 시’, ‘소녀풍, 청소년풍의 쉬운 시’를 썼다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스승인 오무라 마스오 와세다대학 교수가 1993년 북한에서 나온 윤동주에 관한 평론 등 여러 자료를 김 시인에게 주었는데도 그리 신경쓰지 않았다 한다. 윤동주에 관해 몇 편의 글을 쓰기는 했지만 잘 모르고 썼다 한다. 김응교 시인이 윤동주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기 시작한 것은 2007년대 일본에서 한국 현대시를 다룬 책 『한국현대시의 매혹(韓國現代詩の魅惑)』(도쿄, 신칸샤)를 내면서부터다. 책에는 윤동주에 관한 이야기가 없었는데, 책을 낸 후 일본인 독자들에게서 윤동주에 대해 강연해달라는 요청이 지속적으로 들어온다. 김응교 시인은 요구에 맞춰 조금씩 윤동주를 공부하기 시작했고 곧 윤동주가 ‘큰 존재’라는 사실을 깨닫기 시작했다고 이야기했다.

김응교 시인이 윤동주의 시를 낮게 평가했던 것은 직유법에 대한 고정관념 때문이었다. 윤동주 시에는 직유법이 많았다. 직유법은 비유법 중 가장 쉬운 방식으로, 윤동주가 시를 쉽게 써버렸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러나 윤동주의 시를 찬찬히 살펴보던 도중 원관념과 보조관념을 바꾸거나 화자를 분리시키는 등 문학적 기교가 탁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윤동주는 일반적으로 추상적 대상을 원관념으로 사용하는 시적 비유법을 뒤집어 활용했다. ‘쉽게 씌어진 시’에는 “등불을 밝혀 어둠을 조금 내몰고, / 시대(時代)처럼 올 아침을 기다리는 최후(最後)의 나,”라는 시구가 등장한다. 일반적으로는 ‘아침처럼 올 시대’라고 표현했을 것을 윤동주는 ‘시대처럼 올 아침’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자화상’에는 “가을이 있고 추억처럼 사나이가 있습니다.”는 시구가 등장하며, ‘사나이가 추억처럼’이 아니라 ‘추억처럼 사나이가’라고 표현하고 있다.

김응교 시인은 “윤동주의 시를 살펴보니 특이하게 썼다는 걸 알게 되었다.”며 ‘십자가’가 결정적이었다고 이야기했다. ‘십자가’의 4연은 “괴로웠던 사나이 / 행복한 예수 그리스도에게 / 처럼 /십자가가 허락된다면”이다. 김응교 시인은 “‘처럼’은 조사이기 때문에 붙여야 하는데 한 행으로 쓰고 있다. 예수처럼 산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처럼’을 내려버렸다.”며 “죽어서라도 예수의 길을 좇아야 한다는 시구였기에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자화상」 등에서 보이는 ‘나’의 분신 나누기, 접속사의 사용 등에서 탁월한 능력을 보여주는 윤동주에게 감탄했다는 김응교 시인은 이후 윤동주를 연구했으며 윤동주를 알리는 데 이바지하게 된다. 김응교 시인이 쓴 윤동주 평전의 이름이 ‘처럼–시로 만나는 윤동주’인 것도 윤동주가 ‘처럼’이라는 조사를 탁월하게 쓴 시 ‘십자가’에 나오는 한 행에서 비롯된 것이다.

백사마을에서 연탄 나르기를 한 '윤동주가 만난 어진 사람들', 숙명여자대학교 학생, 공릉청소년정보문화센터 관계자들
백사마을에서 연탄 나르기를 한 '윤동주가 만난 어진 사람들', 숙명여자대학교 학생, 공릉청소년정보문화센터 관계자들

김응교 시인은 윤동주로 인해 인식의 지평이 넓어졌으며, ‘죽어가는 것에게 젖을 먹이시오’,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라고 했던 윤동주의 다짐을 실천하고자 한다고 전했다. 실천의 일환으로 매년 2월 16일 무렵 윤동주 기일에 맞춰 김응교 시인을 비롯해 윤동주 시를 좋아하는 사람 60여 명은 낙후지역의 독거노인에게 연탄을 배달하는 일을 하고 있다. 김응교 시인은 “엉뚱한 일 같지만 이것도 윤동주의 시를 몸으로 체험하고 함께하는 한 방식이라고 생각한다.”며 자아 성찰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실천까지 이어져야 한다고 전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