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엽 시인의 일대기 다루며 ‘인간 신동엽’ 주목하는 “좋은 언어로 – 신동엽 평전”
신동엽 시인의 일대기 다루며 ‘인간 신동엽’ 주목하는 “좋은 언어로 – 신동엽 평전”
  • 김상훈 기자
  • 승인 2019.06.03 19: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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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언어로 - 신동엽 평전 표지
좋은 언어로 - 신동엽 평전 표지

[뉴스페이퍼 = 김상훈 기자] 2019년은 ‘껍데기는 가라’로 알려진 신동엽 시인이 세상을 떠난 지 50년이 되는 해이다. 신동엽을 기리는 심포지엄, 문학 기행, 세미나 등 다양한 행사가 펼쳐지고 있는 가운데 “좋은 언어로–신동엽 평전”이 소명출판을 통해 출간됐다. “좋은 언어로–신동엽 평전”은 그동안 사회 비판적 성향이 짙은 민족 시인으로 알려져 있었던 신동엽 시인을 어린 시절부터 사후에 이르기까지 생애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며 인간 신동엽이 누구였는지를 보여준다.

평전의 탄생

“좋은 언어로–신동엽 평전”은 총 여섯 파트와 에필로그, 후기, 부록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시인이 태어난 1930년부터 청 · 장년기를 지나 1969년 4월 7일 세상을 뜰 때까지의 과정을 어릴 적 시절의 통지표, 입학허가서부터 결혼식, 가족, 직장에서의 모습 사진 등 다양한 자료를 활용하여 보여주고 있다. 특히 사랑하는 아내에게 러브레터를 쓴 로맨틱한 남편의 모습과, 딸과 아들에게는 그의 따뜻한 손길이 여전히 느껴질 정도로 자상했던 아버지였던 모습은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새로운 신동엽의 모습이다. 신동엽이 단순히 비판 정신으로만 시를 쓴 시인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좋은 언어로 – 신동엽 평전”은 2005년 발간됐던 “시인 신동엽”의 틀린 부분을 바로 잡고 내용을 보강하여 새로이 출간한 것이다. 신동엽 시인의 부인인 인병선 여사가 자료를 제공하며, 당시 와세다대학 교수로 있던 김응교가 부여의 신동엽 지인들을 취재하여 집필했고, 다시 인병선 여사가 고증을 거쳐 출판한 책이다. 유족의 도움이 없었다면 절대 쓸 수 없는 책이었다는 말이다. 인간 신동엽을 조명하는 신동엽 평전이 나오기까지는 약 30년에 걸친 우여곡절이 있었다. 뉴스페이퍼에서는 김응교 교수와 만나 신동엽과의 인연을 들어보았다.

김응교 교수는 스무 살 때 야학에서 “신동엽 전집”을 읽고 신동엽에 몰두하게 된다. 김응교 시인은 “신동엽 전집을 펼치곤 그대로 빠져 들어 야학 자료실이 어두워질 때까지 정신없이 읽었다.”며 당시를 회상했으며, 이후 석사 논문의 주제를 신동엽으로 정하게 된다.

지금은 신동엽 논문을 누구나 쓸 수 있지만 김응교 교수가 대학에서 공부하던 80년대는 신동엽을 읽고 연구하기 어려운 시절이었다. 신동엽이 1950년 인민군 치하 부여에서 민주청년동맹 선전부장을 했기 때문이다. 그가 정말 공산주의자였는가에 대해서는 오늘날에도 의견이 분분하지만 당시에는 신동엽을 연구하기 어려웠고, 김응교 교수는 “신동엽을 발표했더니 ‘이런 사람을 연구하면 취직 못한다’고 만류하는 분위기였다.”고 회상했다.

김응교 시인 [사진 = 김상훈 기자]
김응교 시인 [사진 = 김상훈 기자]

좋은 언어를 위하여 

김응교 교수는 “학계에서 인정받지 못한다면 대중에게라도 알리겠다.”는 생각으로 1994년 위인전 풍의 글 “금강을 노래한 민족시인 신동엽”을 써서 도서출판 사계절에서 출판한다. 이 책 초고를 썼을 때 김 교수는 신동엽 시인의 아내 인병선 여사를 처음 찾아갔다. 김응교 교수는 잊지 못할 말을 듣는다. 

“당시에 인병선 여사는 큰 슬픔이 있으셨고, 내가 신동엽을 연구할 수 있을지 염려하셨다. 김윤식 교수 정도 돼야 신동엽을 이해할 수 있다고 하셨는데 그 말이 지금도 마음에 박힌다.”

맞는 말이었다. 김 교수는 너무도 부족하여 괴로웠다고 한다. 30년이 지난 지금도 신동엽이 읽은 책을 모두 못 읽었고, 신동엽 수준에 이르지 못한다고 고백했다. 그래도 인병선 여사는 “부족한 초고를 빨간색으로 체크하여 지적해주셨다.”고 회상했다. 신동엽 시인을 공산주의자로 비난하는 사회적 분위기는 1987년 월북 문인 해금 이후에도 쉽게 사라지지 않았던 것이다.

신동엽에 대한 평가가 바뀐 것은 정권이 바뀌고 북한과의 국면이 전환되면서이다. 신동엽 시인은 2003년에는 대한민국 은관문화훈장 서훈 대상자로 선정되었으며, 2005년 4월에는 문광부가 제정한 ‘4월의 문화인물’로 선정됐다. 신동엽에 대한 평가가 비로소 제대로 이루어지며 한국 현대사에 빼놓을 수 없는 인물로 인정받은 것이다.

2005년 와세다대학 객원교수로 있던 김응교 교수는 인병선 여사를 찾아간다. 당시 2만 권 정도 팔린 "민족시인 신동엽"(사계절)의 3퍼센트 인세와 신동엽이 읽고 공부했을 아나키스트 “오스키 사카에 자서전”(실천문학사)을 인 여사에게 전한다. 인병선 여사와 찾아뵌 날, 김응교 교수는 여사로부터 신동엽 자료가 쌓여있는 자료실을 소개받는다. 김응교 교수는 그 방에서 며칠 자료를 보아도 된다는 허락을 받고, “집에 가지 않고 그 자리에서 사흘 동안 오백 매 정도 원고를 썼다.”며 그 방에서 “만나보지도 못했던 신동엽을 꿈에서 볼 정도였다.”고 회상했다. 그렇게 해서 출간된 것이  2005년 현암사를 통해 나온 "시인 신동엽"이다. “좋은 언어로 – 신동엽 평전”은 “시인 신동엽”에서 오랫동안 신동엽 생가를 지켰던 부여문화원 김인권 국장도 검증에 참여하여, 틀린 이름, 지명 등 고유명사를 수정하고, 새로이 내놓은 평전이다. ‘좋은 언어로’라는 제목은 신동엽 시인의 시 ‘좋은 언어’에서 비롯됐다. 부패세력의 비루한 막말이 판치는 이 시대에 이 제목을 의도적으로 썼다고 한다. 

외치지 마세요
바람만 재티처럼 날려가 버려요.
조용히
될수록 당신의 자리를
아래로 낮추세요.

 

그리구 기다려 보세요.
모여들 와도

 

하거든 바닥에서부터
가슴으로 머리로
속속들이 구비돌아 적셔 보세요.

 

하잘 것 없는 일로 지난 날
언어들을 고되게
부려만 먹었군요.

 

때는 와요.
우리들이 조용히 눈으로만
이야기할 때

 

허지만
그때까진
좋은 언어로 이 세상을
채워야 해요
- ‘좋은 언어’ 전문

김응교 교수는 신동엽 시인이 말하는 ‘좋은 언어’의 정체를 같은 시기에 발표한 산문에서 찾아볼 수 있다고 이야기했다.

“지금은 싸우는 시대다. 언어가 민족의 꽃이며 그 민족의 공동체적 상황을 역사 감각으로 감수 받은 언어가 즉 시라고 할 때, 오늘처럼 조국과 민족이 그리고 인간이 굶주리고 학대받고 외침되어 울부짖고 있을 때, 어떻게 해서 굶주리고 학대받고 외침되어 울부짖고 있을 때, 어떻게 해서 찡그림 속의 살 아픈 언어가 아니 나올 수 있을 것인가” - ‘60년대의 시단 분포도’, “조선일보”, 1961.3.30~31

김응교 교수는 “싸움의 시대에 시인이 해야 할 일은 ‘살 아픈 언어’를 쓰는 것”이며 “그러려면 ‘민중 속에서 흙탕물을 마시고, 민중 속에서 서러움을 숨쉬고 민중 속에서 민중의 정열과 지성을 직조 구제할 수 있’어야 한다고 신동엽 시인은 썼다. 그래서 ‘바닥에서부터 / 가슴으로 머리로 / 속속들이 굽이돌아’ 시를 ‘좋은 언어로’ 써야 한다고 신동엽은 말했다.”고 설명했다.

2005년 “시인 신동엽”에서 2019년 “좋은 언어로 – 신동엽 평전”이 나오기까지 14년 동안 많은 변화가 있었다. 신동엽 학회가 구성되어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고 2013년에는 신동엽기념사업회가 설립되고 부여에 신동엽문학관이 들어섰다. 신동엽 시인에 대한 조명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신동엽 평전이지만, 김응교 교수는 또 한 권의 신동엽 평전을 내고 싶다고 밝혔다. 

신동엽시인전국고교생 백일장에 접수하고 있는 학생들. 사진 제공 = 신동엽문학관
신동엽기념사업회가 주최하는 신동엽시인전국고교생. 신동엽의 이름을 걸고 진행되는 이 백일장은 벌써 17년 째를 맞이했다. 사진 제공 = 신동엽문학관

아직 미완성인 신동엽 평전

“좋은 언어로 – 신동엽 평전”이 인병선 여사의 증언을 살려 신동엽의 일대기를 사실 그대로 알기 쉽게 담으려 했기에, 작품 분석이나 김 교수 자신의 생각을 일부러 쓰지 않았다고 한다. 이번 책은 “신동엽의 삶을 알리는 데 목적이 있었다”며 새로이 낼 신동엽 평전은 신동엽의 작품을 세밀하게 분석해 작품 분석이 주가 되어 입체적인 ‘신동엽 인문’을 담으려 한단다. 현재 1,500매 정도 써서 다듬고 있는 중이라 한다. 김응교 교수는 “신동엽을 작품 분석과 함께 삻과 역사와 그의 독서체험까지 다룬 입체적인 평전을 마지막으로 내고 싶다.”며 “민족시인 신동엽”, “좋은 언어로 – 신동엽 평전”, “다시 쓰는 신동엽 평전(가제)”로 ‘신동엽 3부작’을 완료하고 싶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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