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페이퍼 = 육준수 기자] 올해는 5.18 민주화운동 39주기가 되는 해로, 내년이면 40주기를 맞이한다. 광주전남작가회의는 5월 25일 5.18민주화운동기록관 강당에서 2019년 오월문학제 “오월, 촛불 넘어 평화와 통일의 벗이여!”를 개최했다. 문학제에는 백여 명에 달하는 광주와 전국의 작가들이 참여하여 광주 오월에 새겨진 저항의 역사를 환기했으며, 오월의 정신을 잊지 말고 통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월문학제는 작년까지 오월문학축전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됐으나 올해부터는 ‘오월문학제’로 이름을 바꾸었다. 이는 발포 명령 책임자와 암매장 등 5.18에 대해 밝혀지지 않은 사실이 많은 상태에서 축전을 올리기에는 아직 시기상조라는 판단으로, 5.18에 대한 진실이 밝혀진 다음에야 ‘축전’이라는 이름을 사용하겠다는 의지 표명이다.
이날 오월문학제에서는 본 행사와 오월문학 심포지엄과 5.18문학상 시상식 등이 진행됐으며 저녁에는 금남로 ‘춘추관’으로 장소를 옮겨 오월문학인의 밤 행사가 진행됐다. 다음 날인 5월 26일에서는 5.18사적지에 답사하여 추모식을 거행했다. 5월 한 달 동안 5.18묘역 일원에서는 걸개시화전이 진행되기도 했다.

문학제는 양기창 광주전남작가회의 자유실천위원장이 박봉우의 시 ‘휴전선’을 낭송하는 것으로 시작했으며 김완 회장의 인사말과 이경자 이사장의 축사, 김준태 고문의 환영사, 제주작가회의 이종형 지회장과 부산작가회의 이상섭 지회장의 연대사 등이 이어졌다. 내빈으로는 이경자 한국작가회의 이사장과 나종영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 조진태 5.18재단 상임이사, 김경윤 김남주 기념사업회 이사장, 고재종 시인 등이 방문했다.

김완 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평범한 시민들의 연대’의 상징인 촛불이 꺼지지 않고 계속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적폐청산에 대한 많은 노력이 있었지만 아직도 정치계에는 청산하지 못한 적폐세력이 남아 있기 때문에 일상의 민주주의가 회복될 때까지 촛불을 놓아선 안 된다는 것이다. 김완 회장은 “정치적폐세력을 이겨내지 못하면 우리는 촛불 이전으로 돌아갈 수 있다.”며 “평범한 사람들의 연대로 촛불 혁명이 만들어졌듯, 문학과 예술의 이름으로 다시 모이고 연대하여 촛불을 들고 당당히 맞서 싸워야 한다.”고 말했다.
김준태 시인은 이 땅의 모든 비극이 일제강점기의 식민문화와 남북 분단의 아픔에서 왔다고 진단했다. 광주의 학살 역시 나라를 지켜야 할 군인이 신군부세력의 도구가 되어 광주로 향했다는 점이 그렇다. 김준태 시인은 ‘과거는 현재와 내일의 이정표가 되기 때문에 진정한 의미에서 역사는 미래’라며 광주 오월이 가지고 있는 생명존중과 공동체의 정신은 “오월에서 통일로” 향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가져올 것이라 말했다.

연대사를 맡은 부산과 제주 작가회의 지회장들은 각 지역에 서린 아픔을 이야기하며 광주의 슬픔에 연대했다. 이상섭 지회장은 부산의 민주화운동인 ‘부마민주항쟁’을 언급하며 “부산민주화운동은 수많은 사상자를 낸 광주민주화운동과는 비교할 수 없다.”만 “홀로 선 대나무도 그 뿌리는 하나이듯이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만큼은 토대가 같았다고 자부한다.”며 함께 손을 맞잡고 평화와 통일의 길로 나아가자고 이야기했다.
이종형 지회장은 “아시다시피 제주의 4월도 거의 반세기에 가까운 세월동안 침묵을 강요받았다.”고 제주4.3을 언급하며 광주의 아픔이 자신에게는 더 선명하게 다가온다고 말했다. 또한 “광주시민들이 감내해야만했던 그 깊은 절망과 회한의 무게가 더 절실하게 체감되었던 까닭은 제주와 광주가 함께 겪은 역사적 연대감 때문이라 생각된다.”며 제주4.3과 광주민주화항쟁은 폭력에 굴종하지 않는 저항의 상징이자 자부심이라 말했다.

한편 이날 오월문학 심포지엄의 발제자들은 광주의 정신이 통일로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심포지엄에서는 정도상 소설가가 “오월문학과 통일담론”에 대해 기조발제를 했으며 오창은 문학평론가(중앙대 교수)가 “광주, 분단서사의 기억 이미지 정치에 대한 성찰을 위하여”에 대해, 장은영 조선대학교 교수가 “오월 이후 통일에 관한 시적 상상력의 전개 양상”에 대해 발표했다.
정도상 소설가는 80년 오월은 분단의 극단에서 왔다고 이야기하며 그렇기에 “오월은 분단체제가 끝나지 아니하면 그 끝이 나지 않는다. 80년대 오월의 항쟁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또한 2016년도의 촛불시위는 ‘광주 항쟁이 빛으로 드러난 것’이라고 말하며, 정도상 소설가는 오월문학의 정점은 통일문학으로 나아가는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이는 광주의 오월이 분단의 문제에서 기인했다고 보기 때문으로, 분단체제를 평화통일체제로 이해하는 것이 오월항쟁의 마무리이기 때문이다.

이어 오창은 평론가는 통일을 위해서는 광주, 분단 서사의 ‘기억 이미지 정치’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광주에 대한 막연한 불신감이 팽배했던 때처럼 현재 북한에 대해 가지고 있는 막연한 공포를 이겨내고 나서야 비로소 남북 통합을 위한 논의가 될 수 있으리라는 것이다. 장은영 교수는 광주의 오월 이후 통일에 관한 시인들의 시적 상상력이 어떻게 전개됐는지를 문익한, 김준태 시인의 시를 중심으로 살펴보았다.
오월문학제는 축하공연과 시인들의 시 낭송을 끝으로 마무리 되었다. 축하공연에는 박종화 광주민예총 이사장과 내벗소리 공연팀이 참여했으며, 시 낭송은 최광임, 이미숙, 서애숙, 홍경의, 임성용 등의 시인이 함께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