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56) / 아이들의 천국 - 이송현의 '우리 집에 없는 것'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56) / 아이들의 천국 - 이송현의 '우리 집에 없는 것'
  • 이승하 시인
  • 승인 2019.06.09 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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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56) / 아이들의 천국 - 이송현의 '우리 집에 없는 것' [이미지 편집 = 한송희 에디터]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56) / 아이들의 천국 - 이송현의 '우리 집에 없는 것' [이미지 편집 = 한송희 에디터]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56) / 아이들의 천국 - 이송현의 '우리 집에 없는 것'

 

우리 집에 없는 것

이송현

 

우리 집엔 없는데
할매 집엔 있다. 

검둥개
개구리, 그냥 개구리 말고
알록달록 무당개구리
방아 찧는 방아깨비
빨간 홍시
시원한 우물
두리두리 두레박
뭐든 다 있지, 할매표 마트
푸성귀 가득한 텃밭

집에 가면 심심해서
어쩌나
18층 위,
하늘만 보겠네.

—『호주머니 속 알사탕』(문학과지성사, 2012)

 

<해설>

도시의 아이들은 많이들 아파트에서 산다. 무엇을 보는가? 하늘과 아파트 벽체다. 이 동시를 쓴 이송현은 도시의 아이들이 불쌍하단다. 아이를 화자로 삼아서 우리 집에는 없고 할매 집에는 있는 것을 꼽아본다. 검둥개, 무당개구리, 방아깨비, 홍시, 우물, 두레박, 그리고 푸성귀 가득한 텃밭.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면 좋겠는데 시멘트 벽체 속에서 컴퓨터게임을 하며 살아가는 요즈음 아이들. 좀 자라면 방과후에 학원을 순례한다. 하늘을 보며 살아서 스카이 대학에 가는가.

초등학교와 중학교 때 방학이 되면 상주시 화산면 화산리의 외갓집에 갔었다. 이 동시의 모든 것이 바로 그곳에 있었다. 외할머니가 해주신 맛있는 증편이 있었고 외삼촌이 해주신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었다. 들판에는 메뚜기가, 논도랑에는 미꾸라지가 있었다. 

방학이 되면 아이들을 데리고 시골로 가자. 자연을 잘 보존하지 않고 파괴하며 살아가는 동안 행복이 사라지고 미세먼지가 온다. 집값을 잡겠다고 아파트를 이렇게 고층으로 지어대면 하늘조차 어두워질 것이다. 

<이승하 시인 약력>

1984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1989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및 동대학원 졸업.

시집 『공포와 전율의 나날』, 『감시와 처벌의 나날』, 『아픔이 너를 꽃피웠다』, 『나무 앞에서의 기도』, 『생애를 낭송하다』 등과 소설집 『길 위에서의 죽음』을 펴냄.

산문집 『시가 있는 편지』, 『한밤에 쓴 위문편지』, 평전 『마지막 선비 최익현』, 『최초의 신부 김대건』 등을, 문학평론집 『세속과 초월 사이에서』, 『한국문학의 역사의식』, 『욕망의 이데아』, 『한국 현대시문학사』(공저) 등을 펴냄.

시창작론 『시, 어떻게 쓸 것인가』도 있음.

지훈상, 시와시학상, 가톨릭문학상, 편운문학상 등을 수상. 현재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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