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57) / 늙은 아내가 불쌍하다 - 최휘웅의 '아내'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57) / 늙은 아내가 불쌍하다 - 최휘웅의 '아내'
  • 이승하 시인
  • 승인 2019.06.10 2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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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57) / 늙은 아내가 불쌍하다 - 최휘웅의 '아내' [이미지 편집 = 한송희 에디터]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57) / 늙은 아내가 불쌍하다 - 최휘웅의 '아내' [이미지 편집 = 한송희 에디터]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57) / 늙은 아내가 불쌍하다 - 최휘웅의 '아내'

 

아내

최휘웅

 

손 내밀면 펴지는 주름
피는 보조개

벚꽃 같은 뻐근한 통한  

눈가에 남은 시간의 흔적
그 험한 협곡을 지나
내 앞에 선 할미꽃이여

손잡고 일어서는 굽은 허리가
아, 아프다!

—『지하에 갇힌 앵무새의 혀』(빛남출판사, 2019)

 

<해설>

가족 간의 살해사건이 사흘도리로 보도되고 있다. “70대 여성, 남편 살해하고 112 신고… ‘화병’ 입원비 안 줘서”라는 타이틀을 보니 뭐 이런 경우가 다 있나 하는 생각에 한숨이 절로 나온다. 1944년생 최휘웅 시인의 연세를 헤아려보니 부인의 연세도 일흔이 넘었을 거라고 여겨진다. 몸이 불편한지 남편이 손을 잡아줘야 일어날 수 있다. 제2연 벚꽃의 이미지는 통한(痛恨)과는 잘 맞지 않아서 “일찍 지는 목련 같은 통한”이라고 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반세기쯤 되는 세월을 두 사람은 한 지붕 아래 살았으리라. 세파를 함께 헤쳐 나오면서 벚꽃은 허리 굽은 할미꽃이 되었다. 내 손을 잡고 일어서는 아내의 굽은 허리가 안타깝다. 고마운 마음에 주름살도 펴지고 보조개도 피지만 허리가 아파서 ‘아이고!’ 느닷없이 비명을 지른다. 노처를 바라보는 노시인의 눈가에 맺혀 있는 눈물이 바로 이 시다. 아내는 늙은 남편을, 남편은 늙은 아내를 연민해야 하거늘. 

<이승하 시인 약력>

1984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1989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및 동대학원 졸업.

시집 『공포와 전율의 나날』, 『감시와 처벌의 나날』, 『아픔이 너를 꽃피웠다』, 『나무 앞에서의 기도』, 『생애를 낭송하다』 등과 소설집 『길 위에서의 죽음』을 펴냄.

산문집 『시가 있는 편지』, 『한밤에 쓴 위문편지』, 평전 『마지막 선비 최익현』, 『최초의 신부 김대건』 등을, 문학평론집 『세속과 초월 사이에서』, 『한국문학의 역사의식』, 『욕망의 이데아』, 『한국 현대시문학사』(공저) 등을 펴냄.

시창작론 『시, 어떻게 쓸 것인가』도 있음.

지훈상, 시와시학상, 가톨릭문학상, 편운문학상 등을 수상. 현재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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