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62) / 역사를 쓴 손 - 권갑하의 '전봉준—가시'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62) / 역사를 쓴 손 - 권갑하의 '전봉준—가시'
  • 이승하 시인
  • 승인 2019.06.15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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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62) / 역사를 쓴 손 - 권갑하의 '전봉준—가시' [이미지 편집 = 한송희 에디터]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62) / 역사를 쓴 손 - 권갑하의 '전봉준—가시' [이미지 편집 = 한송희 에디터]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62) / 역사를 쓴 손 - 권갑하의 '전봉준—가시'

 

전봉준
—가시 

권갑하

 

사초(史草)의 손톱 밑으로 깊숙이 파고들어
  
못물로 갈앉은 역사 불꽃처럼 깨운다

분연히 어둠을 긋고

스러져 간

유성



  
—『외등의 시간』(동학사, 2009)

 

<해설>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녹두꽃>을 볼 때마다 그 시대에 어떻게 저런 인물이 나왔나, 하는 생각이 든다. 단순한 민란이 아니었다. 조선조 500년사에 있어서 가장 자랑스러운 것이 임진왜란 때의 이순신의 3대첩과 동학농민운동이라고 생각한다. 보국안민(輔國安民), 제폭구민(除暴救民), 축멸왜이(逐滅倭夷), 광제창생(廣濟蒼生)의 동학정신을 내세운 전봉준(1855~1895)의 혁명은 왕조를 뒤집어엎는 역성혁명으로 이어지지 못했지만 썩은 사초의 손톱 밑으로 깊숙이 파고들어 못물로 갈앉는 역사를 불꽃처럼 깨웠던 장거였다. 

고부 군수 조병갑의 학정에 참다못해 일어난 민란인데 안핵사로 내려온 장흥 부사 이용태가 고부민란에 가담했던 농민들을 체포하고 참형을 일삼자 이에 격분, 1894년 3월 마침내 동학농민운동이 일어났던 것이다. 신식무기로 무장한 일본군과 관군이 합세하여 창을 든 동학군은 패배했지만 전봉준은 어둠을 분연히 긋고 스러져 간 유성이었다. 혁명의 실패 이후 임오군란, 을미사변, 을사늑약을 거쳐 우리는 일본의 식민지가 되고 만다. 쟁기 대신 죽창을 들었던 농민들의 창의(倡義), 그들의 희생을 생각하게 하는 시조다. 

<이승하 시인 약력>

1984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1989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및 동대학원 졸업.

시집 『공포와 전율의 나날』, 『감시와 처벌의 나날』, 『아픔이 너를 꽃피웠다』, 『나무 앞에서의 기도』, 『생애를 낭송하다』 등과 소설집 『길 위에서의 죽음』을 펴냄.

산문집 『시가 있는 편지』, 『한밤에 쓴 위문편지』, 평전 『마지막 선비 최익현』, 『최초의 신부 김대건』 등을, 문학평론집 『세속과 초월 사이에서』, 『한국문학의 역사의식』, 『욕망의 이데아』, 『한국 현대시문학사』(공저) 등을 펴냄.

시창작론 『시, 어떻게 쓸 것인가』도 있음.

지훈상, 시와시학상, 가톨릭문학상, 편운문학상 등을 수상. 현재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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