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63) / 가장 고운 손 - 전미선의 '내 손'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63) / 가장 고운 손 - 전미선의 '내 손'
  • 이승하 시인
  • 승인 2019.06.16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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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63) / 가장 고운 손 - 전미선의 '내 손' [이미지 편집 = 한송희 에디터]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63) / 가장 고운 손 - 전미선의 '내 손' [이미지 편집 = 한송희 에디터]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63) / 가장 고운 손 - 전미선의 '내 손'

 

내 손 

전미선(부산 당평초등학교 5학년)

 

내 손은 
왜 다른 아이들과 다를까?
부드럽지도 않고 하얗지도 않다.

우리 주인 집 언니는 
일을 많이 해서 그렇다고 한다.
하지만 나는
어머니 일을 도와야 한다.
  
어머니는 매일 공장에 일하러 나가,
내가 다 해야 하기 때문이다.

내 손은 이렇지만
내 마음만 고우면 된다고
어머니께서 늘 말하신다. 

—『엄마의 런닝구』(도서출판 보리, 1995)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63) / 가장 고운 손 - 전미선의 '내 손' [이미지 편집 = 한송희 에디터]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63) / 가장 고운 손 - 전미선의 '내 손' [이미지 편집 = 한송희 에디터]

<해설>

어머니는 매일 공장에 일하러 나가기 때문에 미선이가 집안일을 해야만 한다. 밥하고 설거지하고 청소하고 빨래한다. 그래서 손이 거칠어졌다면 짜증을 내고 투정을 부릴 텐데 미선이는 어머니의 말을 생각하며 이 상황을 받아들인다. 네 손은 그렇지만 마음만 고우면 된다고. 살림을 제대로 살 수 없는 어머니가 왜 딸이 안쓰럽지 않았을까. 미안하기도 하지만 기특하기도 할 것이다. 이 시가 말해주는 것은 모녀간의 진한 정이다. 동시를 쓰면서 미선이는 다짐한다. 어머니 일을 내가 도와야 한다고. 내 손보다는 그것이 더 중요하다고. 1990년에 5학년이었다면 지금은 40대 초반이겠다. 어머니가 되어 딸을 키우고 있으려나. 

<이승하 시인 약력>

1984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1989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및 동대학원 졸업.

시집 『공포와 전율의 나날』, 『감시와 처벌의 나날』, 『아픔이 너를 꽃피웠다』, 『나무 앞에서의 기도』, 『생애를 낭송하다』 등과 소설집 『길 위에서의 죽음』을 펴냄.

산문집 『시가 있는 편지』, 『한밤에 쓴 위문편지』, 평전 『마지막 선비 최익현』, 『최초의 신부 김대건』 등을, 문학평론집 『세속과 초월 사이에서』, 『한국문학의 역사의식』, 『욕망의 이데아』, 『한국 현대시문학사』(공저) 등을 펴냄.

시창작론 『시, 어떻게 쓸 것인가』도 있음.

지훈상, 시와시학상, 가톨릭문학상, 편운문학상 등을 수상. 현재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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