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예술센터, 제8회 벽산희곡상 수상작 '묵적지수' 2019 시즌 프로그램으로 무대 올려
남산예술센터, 제8회 벽산희곡상 수상작 '묵적지수' 2019 시즌 프로그램으로 무대 올려
  • 육준수 기자
  • 승인 2019.06.14 2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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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시대 폭력성의 실체 집중 조명해 승자 독식 체제의 모순 지적
- 젠더 프리 캐스팅 (Gender Free Casting), 2050 다양한 연령의 스태프 구성 , 360 도 무대 등 기존 연극적 관습 탈피
연극 포스터. 사진 제공 = 남산예술센터

서울문화재단(대표이사 김종휘) 남산예술센터는 2019년 시즌 프로그램 세 번째 작품으로 달과아이 극단과 공동 제작한 '묵적지수'(작 서민준/연출 이래은)를 오는 26일(수)부터 7월 7일(일)까지 공연한다.

제8회 벽산희곡상 수상작인 '묵적지수'는 ‘진짜 전쟁을 막기 위한 가짜 전쟁’을 다룬 작품이다. 초나라 혜왕 50년(기원전 439년), 춘추전국시대 사상가 묵자(본명: 묵적)가 초나라의 침략을 막기 위해 초혜왕과 모의전을 벌였다는 고사가 바탕이다. 모의전쟁에는 규칙이 있다. 실제 전쟁과 같되 한 사람도 목숨을 잃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작품은 2500년 전, 강대국에 맞서 전쟁을 막아내려는 의지를 다진 묵인들을 조명하여 ‘우리 시대에 마땅히 지켜야 할 가치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연극 "묵적지수"는 고대 중국을 무대 위에 재현하기보다 인간과 기술, 권력과 자본의 관계에 내재된 폭력의 실체를 포착하는 데 집중한 작품이다. 작품 속 위정자들은 권력을 얻기 위해 살육을 불사하고 백성들을 소모품으로 취급한다. 그 사이에서 묵자는 ‘사람을 두루 사랑하라’는 겸애를 실천하고자 고군분투한다. 이를 통해 작품은 우리 사회가 능력으로 간주한 ‘힘’의 정체를 의심하며, 승자독식 체제로 편성된 인간 사회의 모순을 짚어보고자 한다.

또한 "묵적지수"는 전쟁 서사를 담고 있지만 몇몇 영웅을 부각시키는 데 그치지 않고, 각 등장인물들을 입체적으로 그려낸다. 사회적 약자도 주체적으로 변화와 혁명을 주도할 수 있다고 인식한 묵가의 사상과도 맞닿는다. 2019년 현재의 한국 사회 안에서 기존 질서에 저항하며 폭력을 밝혀내고 있는 수많은 보통 사람들의 모습을 담아내 개개인의 가치와 연대의 의미를 되돌아보려는 의도다.

작품 안팎으로 고정된 관습에서 벗어난 다양한 시도를 했다는 점도 주목할만 하다. 전쟁 서사가 남성들의 전유물이라는 관념을 깨고 성별에 관계없이 배역을 정하는 젠더 프리 캐스팅(Gender Free Casting)을 진행했다. ‘왕은 반드시 남자일 것’이라는 고정된 이분법적 성별 규범에서 벗어나 젠더 스펙트럼의 확장도 도모했다. 특히 이번 공연은 관객의 입장부터 조금 다르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에게 동일한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휠체어 리프트 이용이 필요 없는 무대장치 반입구를 모든 관객의 객석 출입구로 사용한다.

"묵적지수"는 벽산희곡상 심사 당시 “섣불리 현대와 타협하지 않고 고문헌들에 대한 방대한 조사와 연구를 통해 그 시대의 역사성과 사상을 재현한 작품”이라는 호평을 받은 바 있다. 희곡을 쓴 서민준 작가는 현재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극작을 전공 중이며 2015년 신작희곡 페스티벌을 통해 등단했다. 2018년 두산아트랩 '종이인간'을 공연한 신인 극작가이다. 작품의 연출은 "서른, 엄마", "날개, 돋다", "고등어", "녹색광선" 등 청소년과 여성, 소수자에 대한 작품을 통해 섬세한 감각을 선보여온 이래은 연출가가 맡았다. 전쟁 장면에 의례적으로 사용되는 거대한 무대장치와 화려한 효과들을 배제하고, 무대와 객석 사이를 넘나드는 배우들의 역동적인 움직임으로 경쾌하면서도 생동감 있는 무대를 보여줄 예정이다. 

출연에는 배우 경지은, 민대식, 박훈규, 성수연, 오지나, 이미라, 임원옥, 최희진, 하지은 등이 함께 한다.

작품과 극장을 깊게 들여다볼 수 있는 부대 프로그램도 진행된다. 30일(일) 공연 종료 후에는 여성주의 연구 활동가로 활발히 활동하는 권김현영과 함께 연출가, 출연 배우들이 ‘한국 사회의 이분법적인 젠더규범과 젠더 스펙트럼 확장’이라는 주제로 관객과의 대화를 진행한다. 7월 6일(토) 공연 종료 후에는 서민준 작가와 함께 "묵적지수"에 대해 이야기 나누는 시간을 갖는다. 이밖에도 7월 7일(일) 오후 12시에는 남산예술센터의 역사와 무대 뒤를 엿볼 수 있는 ‘극장 투어’도 마련했다. 각각의 프로그램은 남산예술센터 홈페이지(링크클릭)를 통해 신청할 수 있다.

한편 6월 30일과 막을 내리는 7월 7일의 공연은 청각 장애인을 위한 자막해설과 수어(수화)통역, 시각장애인을 위한 음성해설이 제공되는 ‘배리어프리(Barrier-Free)’로 진행된다. 지체장애인을 위한 휠체어석은 모든 회차에서 예매 가능하다. 청각장애인의 경우 예매처 홈페이지 또는 문자 메시지로 예매할 수 있으며, 시각장애인과 지체장애인은 전화 예매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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