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의 불안과 고독을 담은 열두 가지 이야기 “무용수와 몸”, 민음사에서 출간돼
현대인의 불안과 고독을 담은 열두 가지 이야기 “무용수와 몸”, 민음사에서 출간돼
  • 김보관 기자
  • 승인 2019.06.15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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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용수와 몸" 표지 [사진 제공 = 민음사]
"무용수와 몸" 표지 [사진 제공 = 민음사]

지난 5월 31일, 현대인의 정신 불안, 인간과 자연의 관계, 부르주아의 위선적 삶에 대한 비판 등 다양한 주제를 절묘하게 엮은 독일 단편 소설집 “무용수와 몸”이 민음사를 통해 출간됐다.

단편집 “무용수와 몸”은 제목으로 삼은 ‘무용수와 몸’을 비롯해 표제작 ‘민들레꽃 살해’, ‘푸른 수염의 기사’ 등 총 열두 편의 소설이 실린 책이다. 독일 작가 알프레트 되블린은 객관적 사실 묘사나 완결성 같은 전통적 예술의 틀을 벗어나 내면의 감정과 에너지, 현대인의 체험을 생생하게 표현한다. 

되블린 스스로는 이 책을 “환상적이고 익살스럽고 그로테스크”하다고 표현했는데, 확실히 각 단편의 이야기는 대체로 비현실적이고 초자연적이다. 죽은 자의 환영이 산 자의 앞에 나타나고(‘항해’) 옛날 바다 괴물이 깨어나 난동(‘푸른 수염의 기사’)을 부리기도 하며 때로는 동화나 전설, 성경 속 모티프가 기묘하게 변주되기도 한다. 

또한, 작가는 정신 병원에서 근무했던 자신의 경험을 살려 어딘가 불안하고 위태위태한 인물들을 주로 등장시키고 그들의 비이성적이고 모순적인 행동과 광기, 분노, 우울, 공포와 같은 심층 감정을 끈질기게 파고든다. 그런 까닭에 이 책에서도 다양한 유형의 광인들이 등장한다. ‘변신’에서는 끝없는 우울 속에서 허우적대는 여왕과 부군을, ‘무용수와 몸’에서는 정신과 육체가 분열된 무용수 등을 그려낸다. 

 

그녀는 몸을 유폐하고 쇠사슬로 묶었다. 그것은 이제 그녀의 몸, 그녀의 소유물이었고 그녀 마음대로 할 수 있었다. 몸은 그녀가 사는 집이었다. 사람들은 그녀 집을 내버려 두어야 마땅했다. 매일 사람들은 망치로 가슴을 두드렸고 심장의 대화를 엿들었다. 모두가 볼 수 있도록 가슴 위에 그녀 심장을 그렸다. 그 속에 숨은 빛을 끄집어냈다. 아, 사람들은 그녀를 약탈했다. 
―‘무용수와 몸’ 중에서

 

이처럼 현대인의 불안과 고독, 공포와 절망을 각기 다른 열두 가지 군상으로 생생하게 묘파해낸 “무용수와 몸”은 비단 되블린이 살아 낸 시대뿐 아니라 지금을 살아내고 있는 독자에게도 분명한 공감을 끌어낸다.

한편, 전후 독일 문단을 대표하는 작가이자 노벨 문학상 수상자 권터 그라스는 일찍이 “되블린은 나의 스승”이라 칭하며 토마스 만, 베르톨트 브레히트, 프란츠 카프카와 같은 반열에 놓았다. 특히나 되블린의 대표작 “베를린 알렌산더 광장”은 현대 대도시의 비인간적이고 불안한 풍경을, 영화 몽타주 기법 등 지극히 당대적이고 혁신적인 방법으로 그려낸 걸작이다. 

20세기 독일 문학에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소설가인 되블린의 작품은 문학적 중요성과 가치에 비해 국내 대중에게 널리 읽힌 편은 아니다. 여기엔 그의 실험적이고 복합적인 서술 기법과 방대한 작품 분량이 큰 이유를 차지한다. 그러나 한 번 단단히 마음을 먹고 참을성 있게 책장을 넘긴다면 결코 후회 없이, 그만의 매력적인 문학 세계에 발 들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