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은 ‘문단 내 성폭력’, 경희대학교 정문 및 문과대학 앞에서 1인 시위 열려...
끝나지 않은 ‘문단 내 성폭력’, 경희대학교 정문 및 문과대학 앞에서 1인 시위 열려...
  • 김보관 기자
  • 승인 2019.06.17 2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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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리는 손끝으로 부여잡은 피켓
경희대학교 정문 앞에서 1인 시위 중인 피해자 윤 모 씨(가명) [사진 = 김보관 기자]
경희대학교 정문 앞에서 1인 시위 중인 피해자 윤 모 씨(가명) [사진 = 김보관 기자]

[뉴스페이퍼 = 김보관 기자] 6월 17일 오전 9시, 경희대학교 정문 앞에서 1인 시위가 진행됐다. 피해자 윤 모 씨(가명)는 ‘문단 내 성폭력’ 고발 운동 이후 약 5년간 역 고소에 휘말려 고통받고 있다. 그동안 그녀가 엮인 고소는 총 일곱 건으로, 항소 및 상소, 민·형사 등을 모두 포함하면 총 스무 건이 넘는다. 시위를 앞둔 그녀는 “과연 잘 해낼 수 있을지 모르겠다. 시간이 다가올수록 의기소침해진다.”라며 입술을 깨물었다. “그래도 해야죠. 다시는 저와 같은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말을 마친 윤 모 씨(가명)는 피켓을 다잡았다.

 

경희대학교 정문 앞에서 1인 시위 중인 피해자 윤 모 씨(가명) [사진 = 김보관 기자]
경희대학교 정문 앞에서 1인 시위 중인 피해자 윤 모 씨(가명) [사진 = 김보관 기자]

경희대학교 정문 앞 1인 시위는 오전 9시부터 시작됐다. 별도의 성명문이나 추가 발언은 없었다. 간혹 사진을 찍고 가거나 서서 피켓의 글을 읽는 사람도 있었으나, “학교의 명예를 실추시킨다. 차라리 실명을 공개하라.”는 중년 남성도 있었다. 기말고사 기간을 맞은 학생들은 드문드문 눈길을 주다가도 이내 발걸음을 재촉했다. 시위는 약 한 시간 반 동안 계속됐다.
 

경희대학교 문과대학 앞에서 1인 시위 중인 피해자 윤 모 씨(가명) [사진 = 김보관 기자]
경희대학교 문과대학 앞에서 1인 시위 중인 피해자 윤 모 씨(가명) [사진 = 김보관 기자]

이후 윤 모 씨(가명)는 학생들이 많이 볼 수 있는 문과대학 앞에서 시위를 이어갔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몇몇 제한된 국가기관 앞이거나 교통에 방해가 되는 등 과격한 행위를 하지 않는 이상 어느 곳에서든 시위 가능하다.
 

경희대학교 문과대학 앞에서 1인 시위 중인 피해자 윤 모 씨(가명)와 이를 지켜보는 학생들 [사진 = 김보관 기자]
경희대학교 문과대학 앞에서 1인 시위 중인 피해자 윤 모 씨(가명)와 이를 지켜보는 학생들 [사진 = 김보관 기자]

장소를 옮기고 나서 관심을 보이는 이들이 늘었지만, 농담처럼 읊고 지나가는 이들도 있었다. 사건을 이미 알고 있는 학생이 있는가 하면 처음 듣는다는 반응도 다수였다.

해당 학과에서 졸업을 앞둔 한 학생은, “이미 몇 년이 지난 시점이라 다들 졸업하거나 학교에 남아 이른바 ‘아는 사람만 아는’ 게 다다. 해당 교수는 태연히 전공필수와 전공선택 과목을 강의하고 있다. 신입생들은 해당 사건에 대해 전혀 모르는 경우가 대다수다.”라며, 속상함을 토로했다.

 

경희대학교 정문 앞에서 1인 시위 중인 피해자 윤 모 씨(가명) [사진 = 김보관 기자]
경희대학교 정문 앞에서 1인 시위 중인 피해자 윤 모 씨(가명) [사진 = 김보관 기자]

한편, ‘문단 내 성폭력’ 문제는 2016년 10월 트위터를 중심으로 퍼진 ‘#오타쿠_내_성폭력’에 이어 ‘#문단_내_성폭력’, ‘#문화계_내_성폭력’과 같은 해시태그를 통해 알려졌다. 당시 공연, 영화, 미술 등 문화·예술계 전반은 물론 교육, 스포츠, 법조계 등 다양한 업종에서 가해진 성폭력 사건들이 ‘ㅇㅇ_내_성폭력’ 등의 해시태그를 통해 고발됐다. 커뮤니티 내에서 관련 트윗을 올리고 이를 리트윗하여 널리 퍼뜨리는 운동이 이어진 것이다.

 

손을 마주 잡는 두 사람과 이를 지켜보는 또 다른 학생의 모습 [사진 = 김보관 기자]
손을 마주 잡는 두 사람과 이를 지켜보는 또 다른 학생의 모습 [사진 = 김보관 기자]

시위가 끝날 무렵엔 문과대학 신입생 한 명이 울먹이며 윤 모 씨(가명) 앞으로 찾아왔다. “오래전부터 사건을 지켜봐 왔다. 다 잘 되시길 바란다.”는 말로 어렵게 운을 뗀 그녀는 근처에서 급히 사 온 듯한 간식거리를 전했다.

떨리는 학생의 손끝을 마주 잡은 윤 모 씨(가명) 또한 함께 눈시울을 붉혔다. “저 어린 학생이, 날 응원하겠다고. 이렇게 먹을 걸 다 사서...” 손을 꼭 맞잡은 두 사람은 물론 이를 지켜보던 또 다른 학생 모두 제대로 말을 잇지 못했다.

 

윤 모 씨(가명)가 준비한 피켓 일부 [사진 = 김보관 기자]
윤 모 씨(가명)가 준비한 피켓 일부 [사진 = 김보관 기자]

‘문단 내 성폭력’이 한바탕 문단을 휩쓸고 간 지 어느덧 몇 년이 흘렀다. 여전히 이 문제를 기억하고 있는 이들이 있는 반면, 기억 저편에 묻어둔 이들도 있다. 그러나 여전히 피해자들은 존재한다. 피해자 윤 모 씨의 피켓 말미에는 아래와 같은 문구가 적혀있다. “나는 교내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게 끝까지 싸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