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호 여사님은 정의와 역사 앞에서 강인하셨던 분’ 신극정 이사장, 사회장 추모식에서 슬픔 표해
‘이희호 여사님은 정의와 역사 앞에서 강인하셨던 분’ 신극정 이사장, 사회장 추모식에서 슬픔 표해
  • 육준수 기자
  • 승인 2019.06.19 0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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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페이퍼 = 육준수 기자]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영부인이자 여성 인권 운동에 힘써온 이희호 여사가 이달 10일 노환과 지병 악화를 원인으로 세상을 떠났다. 지난 14일 국립현충원 현충관에서는 이희호 여사 사회장 추모식이 개최되었으며, 이희호 여사를 기억하는 많은 정치인 및 일반인이 참여하여 슬픔을 나눴다.

추모식장에서 본지 기자는 신극정  이사장과 만났다. 신극정 이사장은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 당시 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장남 故 김홍일 전 의원과 함께 투옥됐던 인물로, 65년 미국 뉴욕에서 이희호 여사와 처음 만났다. “이희호 여사님은 어떤 분이셨냐.”는 기자의 질문에 신 이사장은 “여사님께서는 인간적으로는 굉장히 따뜻하고 어머니 같은 느낌을 주시지만 정의와 역사 앞에서는 가장 강인한 성품을 지니신 분”이라고 답했다. 특히 남북관계에 대해서는 “강한 소신가로서 평화와 통일이 오기를 가장 바라셨으며, 김대중 대통령이 이 시대 남북통일의 가장 큰 지도자로 성장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신 분”이었다고 설명했다.

신극정 너겟교육문화원 이사장. 사진 = 육준수 기자
신극정  이사장. 사진 = 육준수 기자

이희호 여사는 1922년 생으로 서울대학교 사범대를 졸업하고 미국 스카렛대학교 대학원에서 사회학 석사를 취득했다. 신 이사장의 말마따나 이희호 여사는 한국전쟁이 벌어지고 피난을 하던 와중에도 대한여자청년단, 여성문제연구원 등의 단체를 창설하는 등 운동가로서의 면모를 보였다. 김대중 전 대통령과 처음 만난 것도 1951년 부산 피난 시절 모임에서였다. 1954년 유학길에 오른 이희호 여사는 귀국 후 이화여대 강사, 여성문제연구원 간사, 대한YWCA의 초대 총무, 한국여성단체협의회 이사 등으로 활동했다. 1962년에 김대중 전 대통령과 결혼했으며 2000년 남북정상회담 당시에는 김대중 전 대통령과 동행하여 평양에 방문하기도 했다.

신극정 이사장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나 이희호 여사의 가문은 대외적으로 빛났을지 모르지만 가정적으로는 힘들고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고 이야기했다. 이는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으로 인해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홍일 전 의원이 투옥되며 많은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이다. 당시 김대중 대통령은 신군부로부터 사형을 언도받았다. 신극정 이사장은 “여사님께서는 오늘 마지막 날이 될 지도 모른다는 아픈 마음을 안고 면회를 가셨다. 이희호 여사님은 어려운 환경 속에서 가족을 책임지고 끌어오신 분이고, 인생에 길이 본받아야 할 분”이라고 강조했다.

신극정 너겟교육문화원 이사장이 이희호 여사 관련 영상물을 보며 생각에 잠겼다. 사진 = 육준수 기자
신극정  이사장이 이희호 여사 관련 영상물을 보며 생각에 잠겼다. 사진 = 육준수 기자

그 시대의 엄혹함은 김대중 대통령이 이희호 여사에게 보낸 ‘옥중서신’에도 드러난다고 신극정 이사장은 이야기했다. ‘사랑하는 당신에게’라는 문구로 시작하는 이 편지에는 절절한 사랑고백의 목소리가 눈으로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작은 글씨로 빽빽하게 채워져 있다. 신극정 이사장은 당시 많은 사람들이 “이 문서를 한 장씩 복사하여 외로울 때마다 읽어봤다”며, 자신 역시 감옥에 투옥되고 고문을 당했던 사람으로서 편지를 볼 때마다 “불운한 시대의 참 아픔”이 떠오른다고 말했다.

한편 현충관 안에서는 ‘여성지도자 영부인 故 이희호 여사 사회장 추모위원회’가 주관하는 사회장 추모식이 열렸다. 추모식에서는 진선미 여성가족부 장관이 진행을, 손숙 전 환경부 장관이 약력 보고를, 이낙연 국무총리(장례위원장)이 조사를 각각 맡았다. 문희상 국회의장과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당대표, 자유한국당 황교안 당대표, 바른미래당 손학규 당대표, 민주평화당 정동영 당대표, 정의당 이정미 당대표, 장하진 전 여가부 장관, 김상근 목사는 고인을 기리며 추도사를 읊었다.

조사를 읊은 이낙연 국무총리(장례위원장). 사진 = 육준수 기자
조사를 읊은 이낙연 국무총리(장례위원장). 사진 = 육준수 기자

장례위원장인 이낙연 국무총리는 이희호 여사의 강직함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낙연 총리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감옥에 투옥하거나 해외에 망명 중일 때에도 “여사님께서는 남편에게 늘 하느님의 뜻에 따라 투쟁하라고 독려했다.”며 “훗날 김대중 대통령께서 아내에게 버림 받을까봐 정치적 지조를 바꿀 수 없다고 고백할 정도”였다고 회상했다. 또한 “어떤 외신은 노벨평화상의 절반은 부인 몫이라고 논평하기도 했다.”며 “여사님은 평생의 꿈을 남편을 통해 하나씩 이뤄나갔다.”고 이희호 여사를 칭송하기도 했다.

문희상 국회의장과 이정미 정의당 당대표는 이희호 여사가 보여준 ‘여성 인권 신장’에 대한 의지가 현재까지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말했다. 먼저 문희상 국회의장은 “여사님께서는 아내와 영부인이기 이전에 시대를 앞서간 선구자셨다. 시대의 흐름을 읽어낸 지도자셨다.”며 “여성 인권을 높이는 데에 평생 애쓰신 대한민국 여성운동의 씨앗이자 뿌리”라고 이야기했다. 이정미 의원은 “당신께서는 김대중 대통령의 영원한 동반자이지만, 저에게는 대한민국 여성에게 삶의 희망을 심어준 분이셨다.”며 “여성 지식인으로서 힘든 길 걸으시며 마지막까지 따뜻한 미소와 용기를 잃지 않으셨다. 소외된 차별 받는 이들의 안식처가 되어주셨다.”고 이야기했다.

정동영 당대표가 계단을 내려오고 있다. 사진 = 육준수 기자
정동영 당대표가 계단을 내려오고 있다. 사진 = 육준수 기자

이밖에 이해찬, 황교안, 손학규, 정동영 당대표 역시 이희호 여사의 민주주의에 대한 의지를 기억하며, 김대중 대통령과 함께 편히 잠들기를 기원했다.

북한에서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보내온 조전은 김덕룡 민주평화통일 자문회의 수속위원장이 대독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리희호 여사가 서거하였다는 슬픈 소식을 접하여 유가족들에게 심심한 애도와 위로의 뜻을 보낸다.”며 “리희호 여사가 김대중 전 대통령과 함께 온갖 고난과 풍파를 겪으며 민족의 화해와 단합, 나라의 통일을 위해 기울인 헌신과 노력은 자주통일과 평화 번영의 길로 나아가고 있는 현 남북관계의 흐름에 소중한 밑거름이 되고 있다.”는 말을 전했다.

유족들의 헌화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 = 육준수 기자
유족들의 헌화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 = 육준수 기자

행사가 끝나고 상주와 유족, 장례위원, 외교사절, 내빈들은 차례로 이희호 여사에게 헌화 및 분향을 했다. 추도사를 읊은 당대표들은 물론 여성운동에 힘쓰고 있는 심상정 정의당 의원과 신극정 이사장 등도 함께했다.

헌화 중인 신극정 너겟교육문화원 이사장. 사진 = 육준수 기자
헌화 중인 신극정 이사장. 사진 = 육준수 기자

추모식이 폐회하고 상주와 유족, 장례위원들은 장지로 이동하여 안장식을 진행했다. 이희호 여사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잠든 자리에 합장되었다. 이날 추모식은 이희호 여사가 우리 사회를 얼마나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었는지, 여성을 포함한 약자들의 권리를 위해 얼마나 애쓸 수 있었는지 알 수 있는 자리였다. 이희호 여사는 비록 세상을 떠났지만 그의 의지를 잇는 이들이 약자를 존중하고 더불어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가길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