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68) / 가고 싶은 포구-송상욱의 '와온'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68) / 가고 싶은 포구-송상욱의 '와온'
  • 이승하 시인
  • 승인 2019.06.21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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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68) / 가고 싶은 포구-송상욱의 '와온' [이미지 편집 = 한송희 에디터]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68) / 가고 싶은 포구-송상욱의 '와온' [이미지 편집 = 한송희 에디터]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68) / 가고 싶은 포구-송상욱의 '와온'

와온 

송상욱

마을 뒷산이 누워 계신 와불 같다
몸 안의 젖내음 나는
짐승들 누운 산이 따스하다
빈 속 쓸어내는 저녁답, 이맘때면 으레 그러듯
동네 삽살개 한 마리가 나룻배 닿는 갯가로 내려가
저만치서 뻘밭을 나오는 아낙들을 마중한다
바다 건너 화포 마을 포구에는 닻을 내린 어부들이
막사발 부딪는 소리, 뱃전에 끼룩거리는 갈매기들 소리
귓전에 아련히 들려오다 파도에 쓸린다
해 저물어 누울
바다의 잠자리 와온(臥溫)
속옷 갈아입는 듯
맨살 드러낸 뻘밭에 바닷물이 든다
갯벌에서 조개를 잡던 아낙들이
갯가로 나온 갯바구니 속, 바지랭이들이 
뻘물 짜뜰름에 숨결 보챈다
밤이 되면 포구에 든 바다는
밤새 깊은 고뇌에 찬 듯 쏴아 쏴아
한숨을 내쉰다. 그러다
아침이면 고기잡이배들 제 등에 둥둥 싣고 떠난다

-『송상욱 시』제17집(도서출판 맷돌, 2003)

 

<해설>

순천 근처 바닷가 마을 와온의 풍경은 더없이 아름답지만 거기 사는 사람들의 삶은 고달픈가 보다. 전반부에는 와온이라는 포구의 풍경이 손에 잡힐 듯이 그려져 있다. 산이 따스하다고 했으니, 아마도 그 마을을 둘러싸고 있는 산들이 다 나지막한가 보다. 먹이를 찾아 나룻배 닿는 갯가로 내려가는 삽살개와 닻을 내린 어부들의 막사발을 부딪는 소리가 포구의 저녁 풍경을 더없이 따뜻하게 한다. “해 저물어 누울 바다의 잠자리/ 와온” 같은 시행은 한자 지명과 어울려 참으로 절묘하다. 시는 중반부로 접어들면서 노동 현장을 보여준다. 아낙들은 갯바구니 속에다 바지랭이를 잡아 담는 데 여념이 없다. 소낙비가 내려도, 저녁이 와도. 그 힘든 노동의 현장을 지켜보는 이가 있으니, 바로 바다다. 그런데 시인이 보건대 그 바다는 애비를 삼킨 바다다. 그래서인지 바다의 물굽이가 마치 “작년 이맘때 죽어 뭍에 오르려는/ 뼈잔등 아픈 애비” 같다고 여겨지는 것이다.

지명만으로는 한가롭게 누워 있는 마을인 듯하지만 기실 가혹한 생존의 장이 펼쳐지는 포구가 와온이다. 짜뜰름은 바닷물에서 건져진 조개가 물을 내뱉는 것이다. 사전에 ‘짜뜰름’은 없고 ‘짜뜰름짜뜰름’이 있는데, 그 뜻은 ‘한목에 다 주지 않고 여러 차례에 걸쳐 조금씩 나누어주거나 주다 말다 하는 모양’이라고 한다. 노래하는 송상욱 시인의 근황이 궁금하다. 

<이승하 시인 약력>

1984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1989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및 동대학원 졸업.

시집 『공포와 전율의 나날』, 『감시와 처벌의 나날』, 『아픔이 너를 꽃피웠다』, 『나무 앞에서의 기도』, 『생애를 낭송하다』 등과 소설집 『길 위에서의 죽음』을 펴냄.

산문집 『시가 있는 편지』, 『한밤에 쓴 위문편지』, 평전 『마지막 선비 최익현』, 『최초의 신부 김대건』 등을, 문학평론집 『세속과 초월 사이에서』, 『한국문학의 역사의식』, 『욕망의 이데아』, 『한국 현대시문학사』(공저) 등을 펴냄.

시창작론 『시, 어떻게 쓸 것인가』도 있음.

지훈상, 시와시학상, 가톨릭문학상, 편운문학상 등을 수상. 현재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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