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69) / 자연을 섬기는 행위 - 구중서의 '세족례'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69) / 자연을 섬기는 행위 - 구중서의 '세족례'
  • 이승하 시인
  • 승인 2019.06.22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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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69) / 자연을 섬기는 행위 - 구중서의 '세족례' [이미지 편집 = 한송희 에디터]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69) / 자연을 섬기는 행위 - 구중서의 '세족례' [이미지 편집 = 한송희 에디터]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69) / 자연을 섬기는 행위 - 구중서의 '세족례'

세족례

구중서 


냇물이 맑으면 갓끈을 씻으라
그 물이 흐리면 발이나 씻으라
그 누가 물을 가리켜 가려서 말했던가 

최후의 만찬에서 대야에 물을 떠서 
예수는 제자들의 발을 씻어주었네
스승이 제자의 발을 씻어주고 있다니 

북한산 계곡에는 맑은 물이 흐른다
물가에 앉은 내게 그 무슨 뜻으로
흐르는 물살이 굳이 내 발을 씻어주네 

-『세족례』(고요아침, 2012)


<해설>

북한산 계곡물이 이렇게 맑다니, 안도의 한숨을 내쉬게 된다. 문학평론가이자 시조시인인 구중서 선생이 북한산 계곡을 찾아가 물에 발을 담근 적이 있었던가 보다. 흐르는 물살이 왜 ‘굳이’ 선생의 발을 씻어주었을까. 세속도시의 인간은 청정한 공간에 가서 자연을 섬기는 법을 배워야 한다. 최후의 만찬 직전, 예수는 왜 제자들의 발을 씻어주었을까. “내가 너희를 사랑하였듯이 너희도 서로 사랑하여라”(요한 13:34)란 말을 본받아 우리는 타인을 섬기는 법을 배워야 한다. 또한 우리는 자연도 섬길 줄 알아야 한다. 자연은 인간에게 온갖 혜택을 다 주었는데 우리는 자연을 마구 파괴하고 있다. 깨끗한 북한산 계곡물이 사라지면 우리는 세족례를 할 수 없다. 

<이승하 시인 약력>

1984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1989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및 동대학원 졸업.

시집 『공포와 전율의 나날』, 『감시와 처벌의 나날』, 『아픔이 너를 꽃피웠다』, 『나무 앞에서의 기도』, 『생애를 낭송하다』 등과 소설집 『길 위에서의 죽음』을 펴냄.

산문집 『시가 있는 편지』, 『한밤에 쓴 위문편지』, 평전 『마지막 선비 최익현』, 『최초의 신부 김대건』 등을, 문학평론집 『세속과 초월 사이에서』, 『한국문학의 역사의식』, 『욕망의 이데아』, 『한국 현대시문학사』(공저) 등을 펴냄.

시창작론 『시, 어떻게 쓸 것인가』도 있음.

지훈상, 시와시학상, 가톨릭문학상, 편운문학상 등을 수상. 현재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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