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평의 전진기지 역할 하길’ 국내 유일의 비평 전문 계간지 “오늘의 문예비평”
‘비평의 전진기지 역할 하길’ 국내 유일의 비평 전문 계간지 “오늘의 문예비평”
  • 김상훈 기자
  • 승인 2019.06.19 2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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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페이퍼 = 김상훈 기자] “오늘의 문예비평”(이하 오문비)은 그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비평 전문문예지이다. 1991년 창간되어 약 28년 동안 부산 지역의 문학을 활성화하고 지역문화를 육성해왔으며, 중앙집권적 권력 구조에 대한 비평 정신을 갖추고 묵묵히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문학잡지의 대부분을 시와 수필이 차지하고 있는 가운데 오문비는 유일한 비평 전문 계간지라는 점에서 돋보이며, 오문비의 활동이 부산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 또한 주목할만하다.

"오늘의 문예비평" 표지 [사진 = 뉴스페이퍼]
"오늘의 문예비평" 표지 [사진 = 뉴스페이퍼]

2016년 봄호를 기점으로 통권 100권을 넘긴 오문비는 2019년 봄호(통권 112호)를 내고 여름호 작업에 열중하고 있다. 뉴스페이퍼에서는 독특하거나 자기만의 색채를 갖춘 문예지를 독자들에게 소개하고자 박형준 편집주간을 만나 오문비가 지향하는 가치에 대해 들어보았다.

​- 비평이란 껄끄럽고 불편한 질문을 제시하는 것... ‘오문비’ 비평의 전진기지 역할 하길

​박형준 편집주간은 ‘오늘의 문예비평’이라는 이름이 원래는 ‘오늘의 비평’이었다고 설명했다. ‘오늘의 비평’이라는 이름으로 출판 신고를 하였으나 통과되지 못했기에 ‘문예’를 붙이게 되었다는 것이다. 박형준 편집주간은 “기득권에 비평이란 껄끄럽고 불편한 일이었으리라고 생각한다. 결국 ‘오늘의 문예비평’이 됐는데 제호의 ‘오늘’은 ‘오늘 이 순간 불편하고 껄끄러운 질문을 잘 만들고 있느냐’라는 의미로 생각해봐도 좋겠다.”고 이야기했다.

​박형준 편집주간은 오문비의 역할을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비평적 전초기지’라고 이야기했다. 엄청나게 뛰어난 평론가를 배출하거나 모두가 주목할만한 평론을 발표하는 것도 비평지의 중요한 가치겠지만, 비평의 지속성을 갖추고 다음 세대의 가능성을 만드는 것이 오문비의 역할이라는 것이다.

박형준 편집주간. 사진 = 뉴스페이퍼
박형준 편집주간. 사진 = 뉴스페이퍼

박형준 편집주간은 오문비 2011년 봄호에 “'말'하는 '입'으로서의 문학관”을 발표하며 데뷔했다. 이후 편집위원으로 일하다가 편집주간이 됐는데, 박형준 편집주간 또한 ‘오문비’를 통해 길러진 ‘다음 세대’라 할 수 있다. 박형준 편집주간은 “세대교체를 통해 비평의 가능성을 실험하는 면에서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비평전문지로 30년에 가까운 시간을 유지해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독자들에게 친숙하게 접근할 수 있는 시와 산문, 소설 문예지가 재정적인 부침을 심하게 겪고 있으며, 오문비보다 오래된 전통 있는 문예지들이 대거 발간을 중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형준 편집주간은 오문비 또한 시나 수필, 소설 등을 수록하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오문비에 시나 소설을 싣지 않는다는 박형준 편집주간은 “작품을 실으면 작가와 문예지 사이에 연결이 생기고, 연결로 인하여 건강하고 객관적인 비평이 가능할지에 대한 의문이 있었다.”고 말했다. 재정적으로 어려움을 겪을지언정 건전한 비평 정신을 유지하고자 한다는 것이다. 오문비가 긴 시간 동안 꾸준히 이어져 올 수 있었던 것은 비평의 자세를 견지하고 있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박형준 편집주간은 “부산을 ‘크리틱 시티’, 비평의 도시라 말할 수 있는 것은 오문비 덕분일 것”이며 “문학평론가 남성우 교수, 황국명 편집인을 비롯해 2, 3세대 평론가 선생님들부터 4세대까지 이어온 지속성이 오문비의 힘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한 “어려운 일이지만 선배세대 비평가의 노고와 독자의 관심, 후원자들의 마음 씀씀이, 수많은 필자의 공력이 ‘오문비’를 이어오는데 크게 기여했다.”며 “이분들이 연대의 파트너이며, 이 소중한 네트워크 속에서 ‘오문비’는 오늘을 유지함으로써 내일을 모색할 수 있게 되었다.”고 전했다.

​현재 오문비는 편집위원 체제로 꾸려지고 있다. 편집장은 오현석 평론가가 맡으며 편집위원으로는 김필남, 손남훈, 양순주, 최성희가 참여하고 있다. 박형준 주간은 “예전에는 편집 동인 형태였고 지금은 편집위원 체제다. 동인체제에서 위원체제로 왔다는 것은 세대교체를 이뤘다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다음 세대의 육성에는 다소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지역에서는 인적 인프라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박형준 주간은 “저 같은 경우도 올해가 9년 차이고 편집위원 선생님 중 10년을 넘은 분들이 두 분이나 계신다. 세대를 교체하려면 새로운 편집위원이 두 분 정도 들어와야 하는데 어려움이 많이 있다.”고 안타까운 지점을 토로했다.

​- ‘오늘의 문예비평’의 오늘은 오늘(Today)이 아니라 동시대(Contemporary)

​오문비는 시대적 화두를 논의하는 ‘특집’, 공간에 대한 기억을 다루는 ‘이후의 기억’, 릴레이 비평, 문화비평, 에세의 창으로 구성된 ‘비평공간’, 작가의 작품 세계와 대담을 소개하는 ‘주목할 만한 시선’, 로컬과 글로벌에 대해 사유하는 ‘글로컬의 경계에서’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박형준 편집주간과 인터뷰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 = 뉴스페이퍼
박형준 편집주간과 인터뷰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 = 뉴스페이퍼

박형준 주간은 특집이나 각 꼭지의 내용을 토론을 통해 정할 때 “동시대적 가치를 담을 수 있도록 노력한다.”고 말했다. ‘오늘의 문예비평’에서 ‘오늘’은 단순히 ‘투데이(Today)’가 아니라 ‘컨템포러리(contemporary)’인 것이다.

​‘이후의 기억’은 지나간 기억에 관한 기억을 다루는 코너다. 박형준 주간은 “장소나 도시에서 잊어서는 안 되는 폭력을 복원해 기억하고 투쟁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그동안은 형제복지원, 소록도, 밀양 등 역사적 폭력의 현장을 다뤘으며 19년 봄호에서는 3.1 운동 100주년을 기념하여 부산 지역의 독립운동가들이 활동한 장소를 살펴보았다.

​비평 전문지로서의 정체성에서 가장 중요한 ‘비평공간’은 올해 들어 ‘비평, 문’이었던 코너를 확장했다. 비평의 내용과 형식이 충돌하는 장의 개념에 입안했으며, ‘릴레이 비평’과 ‘문화비평’, ‘에세의 창’으로 구성되어 있다. 박형준 주간은 공간 감각을 중요시했기에 하나의 장을 만들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공간이 있어야 담론이 생기고 충돌하며 비평적 이슈를 생산해낼 수 있으며, 담론의 충돌로 인하여 생긴 갈등과 쟁투에서 새로운 조화가 만들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19년 봄호에 처음 도입된 ‘에세의 창’은 기존의 비평 문법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로운 사유와 표현을 담아내고자 했다.

​박형준 주간은 “편집장을 역임한 임명선 평론가가 2019년 여름호부터 편집위원으로 합류해 '보다 더 젊고 역동적인 목소리'를 내줄 것으로 기대한다.”며 “‘오늘의 문예비평’의 재정 상황이 매우 열악하지만, 그래도 저희는 포기하지 않고 한호 한호 최선을 다해 비평의 목소리를 내고자 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