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국제도서전] 정우성이 말하는 ‘난민’, “관심을 통한 이해의 확장, 더 큰 담론으로”
[서울국제도서전] 정우성이 말하는 ‘난민’, “관심을 통한 이해의 확장, 더 큰 담론으로”
  • 김보관 기자
  • 승인 2019.06.21 22:1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유엔난민기구에서 ‘그만하시죠.’ 그럴 때까지 해야죠.”
강연 중 활짝 웃는 정우성 [사진 = 김보관 기자]
강연 중 활짝 웃는 정우성 [사진 = 김보관 기자]

[뉴스페이퍼=김보관 기자] 서울국제도서전 하이라이트 프로그램 중 하나인 ‘주제강연’은 총 다섯 명의 인사와 함께한다. 그중 정우성 배우의 “난민, 새로운 이웃의 출현”은 우리 사회에 새롭게 등장한 ‘난민’이라는 주제를 그가 겪은 생생한 체험과 함께 풀었다. 행사는 오후 2시부터 오후 3시 30분까지 코엑스 B홀 책마당에서 진행됐다. 강연 당일인 6월 20일은 국제연합 유엔이 정한 ‘세계 난민의 날’로 매년 각종 분쟁과 박해로 자신이 살던 땅에서 밀려난 난민들을 위해 지정된 날이다.

 

축사를 하는 프랭크 레무스 유엔난민기구 한국대표부 대표와 통역사 [사진 = 김보관 기자]
축사를 하는 프랭크 레무스 유엔난민기구 한국대표부 대표와 통역사 [사진 = 김보관 기자]

축사를 맡은 프랭크 레무스 유엔난민기구 한국대표부 대표는 ‘유엔난민기구 친선대사’인 정우성을 “나의 좋은 친구이자 난민의 든든한 지지자”라 칭하며 2014년 네팔의 부탄 난민촌에서 시작된 그들의 인연을 소개했다. 이어 작년 예멘 난민 수용에 대해 “한국, 특히 제주도민들의 따뜻한 환대로 그분들(난민들)이 빠르게 적응할 수 있었고, 현재 사회에 기여하는 구성원의 일부로 살아가고 있다”는 말을 했다. 프랭크 레무스 대표는 축사 끝에 “난민과 연대하여 이들이 살아 숨 쉴 수 있도록 도와주시길 바란다.”며 “그들은 모든 것을 남겨둔 채 피신할 수밖에 없었던, 평범한 사람”임을 강조했다.

 

대담을 나누는 정우성 배우와 한석준 아나운서 [사진 = 김보관 기자]
대담을 나누는 정우성 배우와 한석준 아나운서 [사진 = 김보관 기자]

사회자인 한석준 아나운서는 “(난민 수용에) 반대하는 분이든 찬성하는 분이든 서로를 증오하거나 미워하지 않고, 오늘 이야길 시작으로 더 많은 대화가 오고 가길 바란다.”는 소망을 밝혔다.

아나운서는 첫 질문으로 정우성의 근황을 물었다. 근래 정우성은 배우로서 값진 경험은 물론, 친선대사로서 방글라데시 ‘로힝야 난민촌’에 방문했다고 한다. ‘로힝야 난민촌’은 미얀마에서 넘어온 난민들이 모여 사는 곳으로, 1990년대부터 살던 이들과 2007년 폭력사태 이후 넘어온 이들을 합쳐 약 100만 명이 넘는 인원이 34구역에 흩어져 있다.

난민 캠프를 방문한 당시를 담은 몇 분짜리 영상이 끝나고, 둘의 대담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사람들이 왜 난민촌으로 몰리게 됐는지’에 대한 질문의 답으로 정우성은 “모든 난민은 자의적 선택에 의해 난민이 된 게 아니”라며 “어떤 경제적 목적이나 자의로 타국을 찾는 것과는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고 이야기 했다.

이어 “로힝야 지역의 이민족은 사실 제국주의 폭정에 의해 버려진 민족이다. 본인들은 긴 시간 동안 미얀마라는 땅에서 조국으로 믿고 생활했는데, 역사적 악연에 의해 미얀마 국민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사람들이다. 다른 많은 난민은 ‘분쟁이나 전쟁 끝나면 고국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희망으로 버티는 데 반해 로힝야 난민들은 미래의 희망조차 찾기 힘들다.”며 그들의 특수한 상황을 전했다.

 

질문을 듣고 고민하는 정우성 [사진 = 김보관 기자]
질문을 듣고 고민하는 정우성 [사진 = 김보관 기자]

한석준 아나운서는 작년 예멘 난민 수용과 관련해 많은 이들이 우려한 ‘범죄’, ‘일자리’, ‘세금’ 등의 문제 또한 빼놓지 않았다. 이에 정우성은 난민들이 가진 언어적·제도적 한계를 언급하며 “체류에 대한 허가가 주어진 것이지 생계 자체는 난민들 스스로 이어가야 한다. 그들 또한 동정에 의한 도움보다는 자력으로 생활을 재건하고자 하는 욕구가 크다. 체류 허가와는 별개로 그들의 삶은 녹록지 않다.”고 말했다.

또한, “자극적이거나 극단적 우려는 충분히 할 수 있다. 근데 개개인의 일탈을 보편적 성향으로 도식화해선 안 된다. 특히 난민들은 타국에서 무언갈 잘못하면 그들 공동체에 어떤 악영향을 미칠지 자각하고 있으므로 오히려 더 조심스러운 경우가 많다. 반대로 난민의 사회보장 서비스나 아이들의 교육 권리보장, 생계 보장이 제대로 돼 있지 않아 범죄 노출에 쉽기도 하다.”는 등 자극적인 이슈 이면에 가려진 난민의 모습을 드러냈다.

정우성은 난민 관련 발언 이후 자신을 둘러싼 악플이나 부정적인 반응에 관해서 “무섭진 않았고 놀라긴 했다”며 되레 그런 댓글들을 차분히 들여다보았다고 했다. 개중에는 잘 알지 못하는 일에 대한 ‘순수한 우려’의 목소리도 많았기 때문이다. 그는 ‘순수한 우려, 여기에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는 게 이 담론을 좀 더 성숙한 담론으로 끌어 갈 수 있는 일이겠다. 나는 (친선대사로서) 어떤 역사의 아픔인지 이해하니까 더 차분히 보고 느끼고, 알고 있는 예를 공유해야 한다.’는 생각을 전했다.

 

질문에 대한 대답을 고민하는 정우성 [사진 = 김보관 기자]
질문에 대한 대답을 고민하는 정우성 [사진 = 김보관 기자]

“우리나라의 경우 전쟁을 겪고 비교적 빠르게 회복한 편이다. 이 부분과 난민 문제를 어떻게 엮을 수 있을까?” 하는 질문에 대해서는 “본인이 주장한다고 ‘난민’이 되는 게 아니라, 그 지위는 특정 나라에서 엄정한 심사를 거쳐 얻어지고 부여되는 것”이라며 6·25 때 유엔에서 파견한 ‘한국재건기구’의 이야기를 꺼냈다.

“당시 한국의 재건이 자력으로는 어려워 통신, 주택, 교육, 의료 등을 도와준 기구이다. 그들이 하던 일이 지금 유엔난민국에서 난민에게 하는 일과 같다. 그렇기 때문에난민이 우리와 전혀 무관하다고 말할 순 없다.”는 게 그의 입장이다.

대담 중간 한석준 아나운서는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난민 수용에)찬성하셔도 반대하셔도 되지만, 서로를 ‘인간말종’으로 보시지 말고 이 자리를 통해 더 큰 소통의 장이 열리길 바란다.”며 거듭 강연의 취지를 강조했다.

 

정우성의 신간 표지 “내가 본 것을 당신도 볼 수 있다면”
정우성의 신간 표지 “내가 본 것을 당신도 볼 수 있다면”

최근 집필한 정우성의 책 이야기도 빠지지 않았다. 그가 겪은 난민 이야기를 다룬 에세이집 “내가 본 것을 당신도 볼 수 있다면”은 서울국제도서전 ‘여름 첫, 책’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행사 당일 서울국제도서전에서 처음 선보였다. 유독 책 이야기에만 얼굴을 붉히던 정우성은 “이 책을 낸 건 (난민 수용에) 반대하는 분들에게 이해를 도모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나의 활동 자료를 모아 한 권의 책으로 만들면 의미 있겠다’는 막연한 생각에서 시작됐다.”고 했다.

집필 과정에서 뭐가 제일 어려웠냐는 질문에는 “절박한 감정을 담거나 무언가가 절대적으로 옳다고 강요하고 싶지 않았다. 감성적으로 비추어질 수 있는 부분을 최대한 배제하고, 지난 시간 동안 캠프에서 만난 사람들이나 그들에게 들었던 이야기에 집중했다.”며 자신의 책이 읽는 이들에게 소통의 창구 혹은 간접경험의 매개가 되길 바란다는 마음을 내비쳤다. 난민촌이라는 지역이 일반인들에게 가까운 곳이 아닌 만큼, 자신의 경험을 온전히 전달했을 때 “개별 독자가 느끼는 애매한 감정과 이해의 차이, 그리고 이를 통한 여러 생각의 돌출”이 그의 목표다.

그는 “책을 덮었을 때 느껴질 감정과 이해가 온전히 여러분들의 것이기 때문에 더욱 중요하다”며 책 속에서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것을 명확히 주장하고 싶진 않았다고 했다. 이에 사회를 맡은 한석준 아나운서는 비로소 “내가 본 것을 당신도 볼 수 있다면”이라는 책 제목이 이해가 된다고 말했다. 우리는 아마 정우성의 책을 통해 그가 본 것을 간접적으로 보게 될 것이다.

 

공연 중인 호란과 기타리스트 [사진 = 김보관 기자]
공연 중인 호란과 기타리스트 [사진 = 김보관 기자]

한편 강연 중간 공연을 선보인 가수 호란은 2년 전 카렌족 난민과의 경험을 떠올리며 막연히 ‘난민’이라 알던 존재를 실제로 만나는 것의 ‘힘’에 대해 언급했다. “사실, 난민을 누구나 만날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그런 창을 열어줄 수 있는 책, 물론 창을 열 수도 아닐 수도 있는 거지만, 오늘 이 자리가 일말의 영향을 끼치기를 바라요.”라는 마음을 전한 그녀는 자신도 언젠가 난민들과 함께 노래를 부르고 싶다고 했다. 그런 의미에서 ‘기타보다 해외에 들고 다니기 용이한’ 우쿨렐레로 첫 공연을 선보였다.

호란은 첫 곡 이후 “마리와 나”라는 노래를 부르기에 앞서 “모두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났지만, 모두가 사랑받는 인생을 사는 건 아니더라고요. 그런 우리 모두를 위한 곡이에요.”라는 소개를 덧붙였다. 이후 마지막 곡 비틀즈 “Hey Jude” 또한 언젠가 ‘먼 나라의 난민들도 쉽게 따라부를 수 있는 노래’를 생각하며 골랐다고 말했다.

 

대답하는 정우성 [사진 = 김보관 기자]
대답하는 정우성 [사진 = 김보관 기자]

공연 이후 이어진 막바지 강연에서 정우성은 2014년 처음 유엔난민기구의 제안을 받아들일 당시부터 “될 수 있으면 오래 하고 싶었다.”며 막연한 바람이 이루어질진 몰랐다는 소감을 밝혔다. 5년 지난 지금 돌아보니 ‘나름 열심히 했나?’, ‘5년은 채웠네.’ 하는 생각 등이 든다며 수줍어했다.

그는 배우 생활 사이 열정적으로 친선대사 활동을 한 원동력이나 이유를 묻자 “사명감으로 크게 이야기하고 싶진 않고요. 제가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을 바라봤을 때, 같은 인간이잖아요. 이 세상엔 많은 이들이 다양한 환경 속에 살고 있는데 누군가는 어려운 상황에 직면한 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전해야 하지 않을까. 해마다 그런 생각이 커졌어요.”라고 답했다. 그가 방문한 난민촌에서 본 해맑은 아이들의 얼굴과 굳건한 어른들의 표정을 떠올리며 정우성은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인간의 굳건함’을 보았다고 한다.

‘2014년의 정우성과 2019년의 정우성’의 차이로는 ‘늘 감사하는 점’을 꼽았다. “그전에도 뭐, 직업적 특성 때문에 일상의 아름다움에 대한 갈구는 많았는데... 여러 사람을 만나면서 우리가 누리고 있는 일상이 어느 것 하나 감사하지 않은 것이 없구나. 시시각각의 값어치나 우리가 맺고 있는 관계의 값어치에 더 소중하고 감사하게 됐다.”는 게 2019년의 정우성이다.

끝으로 한석준 아나운서가 서울국제도서전을 찾은 ‘독자들에게 한 마디’를 부탁하자 다시 얼굴을 붉힌 정우성은 감사 인사와 함께 거듭 ‘편히 읽어주시길’ 당부했다. 특정 의견을 강요하기보다는 ‘난민의 삶’ 자체를 공유하고 싶다는 것이다. 행사 말미 한 난민활동가로부터 “우리 한국 사회 시민들이 난민을 위해 함께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뭘까요?”라는 질문을 받은 그는 현장활동가분들의 노고와 인내, 관대함과 숭고함에 감사를 표하며 ‘관심’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현시대, 지금, 삶의 이 시간에 무엇을 할 수 있나? 생각하면 ‘관심’이다. ‘이렇게 들려오는 이야기가 사실이야? 내 생각이 맞아?’하고 본인 스스로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확장이 일어난다”는 의미이다. 그는 “이 자리조차 관심의 표현이다. 관심의 깊이를 계속해서 넓혀간다면 좀 더 나은, 혹은 다른 실천을 찾을 수 있을 거라 믿습니다.”라는 멘트와 함께 강연을 마쳤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