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국제도서전에서 한-스웨덴 작가와 함께하는 작품 낭독, 스웨덴 요나스 하센 케미리, 한강 소설가 참여
서울국제도서전에서 한-스웨덴 작가와 함께하는 작품 낭독, 스웨덴 요나스 하센 케미리, 한강 소설가 참여
  • 김지현 기자
  • 승인 2019.06.22 19:23
  • 댓글 0
  • 조회수 2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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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국제도서전에서 스웨덴 요나스 하센 케미리(Jonas Hassen Khemiri) 소설가, 한국 한강 소설가 각자의 작품을 낭독하고 작품세계에 대해 대화 나눠

[뉴스페이퍼 = 김지현 기자] 서울국제도서전 이틀째인 6월 20일 오후 3시 코엑스 B홀 이벤트홀1에서 ‘한-스웨덴 작가와 함께하는 소설 낭독’ 행사가 있었다. 스웨덴 대표 작가로는 요나스 하센 케미리 소설가가, 한국 대표 작가로는 한강 소설가가 참여하여 각자의 소설을 낭독하였다. 이 행사는 스웨덴 아테나 페로크자드 시인과 한국 김이듬 시인이 참여한 2시 시 낭독 행사에 이어 진행됐으며, 사회는 양경언 문학평론가가 맡았다. 

스웨덴 요나스 하센 케미리 소설가와 한국 한강 소설가 [사진 = 김지현 기자]
스웨덴 요나스 하센 케미리 소설가와 한국 한강 소설가 [사진 = 김지현 기자]

요나스 하센 케미리 소설가는 스웨덴에서 소설가와 극작가로 활동 중이며 한국에는 “몬테코어”(민음사), “나는 형제들에게 전화를 거네”(민음사)가 번역되어 소개되었다. 또 한강 작가는  94년부터 소설을 쓰기 시작하여 “채식자의자”(창비)로 맨부커상을 수상했으며, 소설 “소년이 온다”(창비), “흰”(문학동네) 등을 발표했다. 

요나스 하센 케미리 소설가 [사진 = 뉴스페이퍼]
요나스 하센 케미리 소설가 [사진 = 김지현 기자]

이번 행사에서 요나스 하센 케미리 소설가는 자신의 책 “몬테코어”의 ‘프롤로그’를 낭독했다. 요나스 하센 케미리의 “몬테코어”는 알제리인 아버지와 스웨덴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주변인으로 성장기를 보내며 혼란과 분노를 간직한 아들과 언어와 이름을 버리면서까지 스웨덴 사회에 편입해 성공하려 발버둥 쳤던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다

이야기는 어느 날 아버지가 사라지면서 시작된다. 프롤로그에서 아버지의 소꿉친구가 아들에게 ‘너의 아버지가 어디 있는지 안다’고 연락이 온다. 요나스 하센 케미리 소설가는 자신은 ‘사람을 잃었을 때의 상실감에 비춰서 글을 쓰는 것 같다’고 밝히며, 주로 가까운 친구나 가족을 잃었을 때 물리적으로도 사라지지만 심적으로도 얼마나 큰 공허함을 갖고 오는지에 초점을 맞추고 글을 쓴다고 했다. 그런 그에게 작품을 쓴다는 것은 가까운 사람을 잃고 난 후 공허함을 채우며, 떠난 사람을 느끼는 것을 의미한다. 

한강 소설가 [사진 = 김지현 기자]
한강 소설가 [사진 = 김지현 기자]

이어서 한강 소설가가 자신의 소설 “흰”을 낭독했다. 시작하기 전에 한강 소설가는 ‘오늘 아침까지 이 책을 다시 읽으면서 마음이 계속 흔들리는 경험을 했다’면서 자신의 소설을 오랜만에 읽은 감회를 밝혔다. 요나스 하센 케미리가 ‘상실’에 대한 이야기를 했을 때 그 단어가 마음에 박히는 것을 느꼈다고 했다. 한강 소설의 “흰” 역시 상실에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일 것이다. 자신이 태어나기 전 태어난 지 두 시간 만에 죽었다는 언니에 대한 회상에서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내 어머니가 낳은 첫 아기는 태어난지 두 시간 만에 죽었다고 했다. 달떡처럼 얼굴이 흰 여자아이였다고 했다. 여덞 달 만의 조산이라 몸이 아주 작았지만 눈코잎이 또렷하고 예뻤다고 했다

이날 서울국제전 행사에서는 느릿한 어조로 차분히 낭독한 한강 소설가의 목소리에서 애달픔이 느낄 수 있었다.  

두 소설가의 낭독이 끝난 후 서로의 시에 대한 감상을 이야기했다. 요나스 하센 케미리 소설가는 ‘한강 작가의 작품이 아름답다고 생각’ 한다며, 특히나 가족을 잃은 상실감에 대한 표현 방식에 매료되었다 밝혔다. 가족이 떠난 상실감이 심지어 죽은 후에 태어난 동생에게까지 남았다는 것이 ‘상실’에 대한 표현이 잘 드러난 부분이라 말했다.  

이에 대해 한강 소설가는 이날 낭독한 부분 다음에 이 책이 시도하는 것은 죽은 언니에게 나의 생명을 빌려준 것으로, 동생의 감각과 감정과 생명을 언니에게 빌려줌으로써 언니를 다시 살아있게 하는 것이라 전했다. 그렇지만 만약 언니가 살아있다면 동생이 태어나지 못했을 것이고 동생이 살아있다는 것은 언니가 죽었다는 증거이기 때문에 그 둘은 동시에 살아있을 수 없었다며, 그래서 그 둘은 결국 작별한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한강 작가는 “몬테코어”가 “흰”의 감정선과 비슷하다고 생각된다 했다. 사랑하는 사람, 아주 나에게 복잡한 감정을 일으키는 사람의 초상을 정교하게, 마음을 다해서 그릴 수 있다는 것이 놀랍게 느껴졌다고 감상을 밝혔다. 

이어 사회자 양경언 문학 평론가는 무언가 소중한 것을 ‘상실’한 사람에게 소설을 읽는 일은 어떤 의미가 있는지 물었다. 한강 소설가는 ‘가끔 소설을 쓰는 일이 너를 치유해주냐’는 질문을 받을 때가 있는데 그렇지 않은 것 같다며, 치유가 아니라 그냥 껴안는 것이라 말했다. 아마도 독자들도 비슷한 경험을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했다. 또 요나스 하센 케미리 소설가는 자신도 어렸을 때 독서를 통해서 ‘내가 그렇게 이상한건 아니구나’ 위안을 받았다며, 작품 안에 화자로 인해 더 자유로워지는 느낌이 들었고 독서를 통해서 느끼는 공감으로 인해 위안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서울국제도서전 한-스웨덴 작가와 함께하는 소설 낭독회는 한국과 스웨덴을 대표하는 두 작가가 상실이라는 주제를 가진 소설을 낭독하며 서로에게, 또 독자들에게 위안을 주는 자리가 되었다. 행사 끝에 한강 소설은 ‘언제나 밝은 소설을 쓰고 싶다고 생각한다’며, ‘항상 지금 시작하는 소설이 결국은 그 밝은데까지 도달할 거라고 믿는다’ 말해 새로운 어조로 독자들을 위로할 그의 책을 기대하게 했다.

이날 행사는 서울국제도서전에 참여한 많은 사람들의 호흥 속에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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