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71) / 소문만복래-이수니의 '웃음 난로'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71) / 소문만복래-이수니의 '웃음 난로'
  • 이승하 시인
  • 승인 2019.06.24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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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71) / 소문만복래-이수니의 '웃음 난로' [이미지 편집 = 한송희 에디터]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71) / 소문만복래-이수니의 '웃음 난로' [이미지 편집 = 한송희 에디터]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71) / 소문만복래-이수니의 '웃음 난로'

 

웃음 난로

이수니

 

웃는 얼굴에 두 손을 대면 따뜻하다
웃는 입에선 활짝 핀 입김이 호호 나오고
자칫, 깔깔거리는 웃음은 뜨겁다

불씨를 품은 색시 같은 화롯불 
다다닥 모여 웃는 모닥불 
엉덩이가 무거운 구들장 아궁이 군불 
화들짝 번개탄불, 은근히 미소 짓는 연탄불, 
이 모두가 웃음의 종류들

따뜻한 아랫목은 한 집의 웃는 얼굴이다
이불 밑으로 손을 넣으면 따뜻한 웃음이 번져나온다
웃음은 어느새 거미줄을 치고 
차가운 얼굴을 걸러낸다
 
활짝 핀 꽃들에게선 봄의 웃음들이 
실타래처럼 히죽히죽 풀려 나온다
꽃밭은 담장 안의 아랫목
불타는 아궁이 같은 꽃밭에선
보글보글 꽃이 끓는다

웃음은, 뒤뚱거리는 아기의 걸음마
무지개를 잡을 수 있을 거라고,
겨울을 따뜻하게 날 수 있는 방법은 
웃음 난로를 피워내는 거라고

웃음 환한 어머니의 얼굴엔
자글자글 열선들이 무수히 엉켜 있다

-잉걸족 동인지 '당신이 꿈꾸는 동안'(중앙대 문예창작전문가과정, 2018)

 

<해설>

기뻐도 슬퍼도 표정의 변화가 없는 사람이 있다. 무뚝뚝하다는 말을 듣는 것보다는 다정다감하다는 말을 듣는 것이 낫지 않을까. 옛 사람들은 소문만복래(笑門萬福來)라고 말했다. 웃는 집 대문으로는 온갖 복이 들어온다는 말이다. 예전에는 입춘이 되면 대문에 이 글귀를 써 붙여 한 해 동안 웃고 지내며 만복을 누릴 수 있기를 바랐다. 이수니 시인은 웃는 사람의 입에서는 꽃처럼 활짝 핀 입김이 호호 나온다고 한다. 화롯불, 모닥불, 군불, 번개탄불, 연탄불의 차이를 설명해놓은 제2연이 특히 재미있다. “불타는 아궁이 같은 꽃밭에선/ 보글보글 꽃이 끓는다”는 같은 표현도 놀랍지만 웃음을 뒤뚱거리는 아기의 걸음마라고 표현한 것이 특히 절묘하다. 그러다 시인은 화룡점정을 찍는다. 환히 웃는 어머니의 얼굴에 자글자글 열선들이 무수히 엉켜 있다고. 긴 세월, 산전수전을 넘기면서 어머니는 교훈을 하나 얻었으리라. 웃는 게 좋다는. 너의 환한 웃음이 사람의 마음을 따뜻하게 할 거라는. 냉소나 조소 대신 미소, 함소, 박장대소, 가가대소, 파안대소, 포복절도를!

<이승하 시인 약력>

1984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1989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및 동대학원 졸업.

시집 『공포와 전율의 나날』, 『감시와 처벌의 나날』, 『아픔이 너를 꽃피웠다』, 『나무 앞에서의 기도』, 『생애를 낭송하다』 등과 소설집 『길 위에서의 죽음』을 펴냄.

산문집 『시가 있는 편지』, 『한밤에 쓴 위문편지』, 평전 『마지막 선비 최익현』, 『최초의 신부 김대건』 등을, 문학평론집 『세속과 초월 사이에서』, 『한국문학의 역사의식』, 『욕망의 이데아』, 『한국 현대시문학사』(공저) 등을 펴냄.

시창작론 『시, 어떻게 쓸 것인가』도 있음.

지훈상, 시와시학상, 가톨릭문학상, 편운문학상 등을 수상. 현재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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