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73) / 우정은 따뜻하다-노수옥의 '작설차'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73) / 우정은 따뜻하다-노수옥의 '작설차'
  • 이승하 시인
  • 승인 2019.06.26 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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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73) / 우정은 따뜻하다-노수옥의 '작설차' [이미지 편집 = 한송희 에디터]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73) / 우정은 따뜻하다-노수옥의 '작설차' [이미지 편집 = 한송희 에디터]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73) / 우정은 따뜻하다-노수옥의 '작설차'

 

작설차

노수옥

 

보성 친구가 녹차 밭을 보내왔다
택배상자에서 참새의 울음이 쏟아진다

참새의 혓바닥 같은 여린 순에
구름이 떨어뜨린 봄비가 묻어 있다

차나무가 밀어올린 첫순
다관에 날개를 펼친 찻잎에는
허공의 투명한 힘줄이 들어있다

가마솥에 덖은 잎, 하늘을 쥐고 있던
연둣빛 손을 펴고 바람소리를 풀어놓는다

물에 풀어지는 몇 그램의 초록 향
참새의 울음을 혀끝에 올려놓고
귀는 굶기고 눈으로 마신다

-『미래시학』(2019년 여름호)

 

<해설> 

커피에 밀려 국산차가 뒷전이지만 작설차의 ‘초록 향’을 노수옥 시인이 우리에게 선물하고 있다. 보성의 녹차 밭을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다. 이 시의 화자는 보성에 사는 친구가 보내준 작설차를 받고 참새의 울음소리와 바람소리를 듣는다. 구름이 떨어뜨린 봄비도 맞고 하늘을 쥐고 있던 연둣빛 잎도 보여준다. 초록 향을 눈으로 마시게 하니, 완벽한 공감각적 표현이다.

이 시가 참으로 따뜻한, 잘 우러난 보성의 작설차가 된 이유는 우정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이다. 친구 사이란 데면데면해서 택배로 선물을 챙겨 보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지만 이 시의 화자는 차를 마실 때마다 친구의 따뜻한 정을 느낄 것이다. 삭막한 이 세상을 그나마 살아가게 하는 힘이 친구 사이의 정, 즉 우정일 것이다. 그것을 느끼게 해준 시가 바로 이 「작설차」다. 

<이승하 시인 약력>

1984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1989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및 동대학원 졸업.

시집 『공포와 전율의 나날』, 『감시와 처벌의 나날』, 『아픔이 너를 꽃피웠다』, 『나무 앞에서의 기도』, 『생애를 낭송하다』 등과 소설집 『길 위에서의 죽음』을 펴냄.

산문집 『시가 있는 편지』, 『한밤에 쓴 위문편지』, 평전 『마지막 선비 최익현』, 『최초의 신부 김대건』 등을, 문학평론집 『세속과 초월 사이에서』, 『한국문학의 역사의식』, 『욕망의 이데아』, 『한국 현대시문학사』(공저) 등을 펴냄.

시창작론 『시, 어떻게 쓸 것인가』도 있음.

지훈상, 시와시학상, 가톨릭문학상, 편운문학상 등을 수상. 현재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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