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77) / 농부의 마음-김현숙의 '마음은 콩밭'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77) / 농부의 마음-김현숙의 '마음은 콩밭'
  • 이승하 시인
  • 승인 2019.06.30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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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77) / 농부의 마음-김현숙의 '마음은 콩밭' [이미지 편집 = 한송희 에디터]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77) / 농부의 마음-김현숙의 '마음은 콩밭' [이미지 편집 = 한송희 에디터]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77) / 농부의 마음-김현숙의 '마음은 콩밭'

 

마음은 콩밭 

김현숙 

 

할아버지
산밭에 콩 심어 놓고
산비둘기 파먹지는 않나
싹은 잘 올라오나
날마다 밭에 가신다

경운기 탈탈탈
쫄랑쫄랑 강아지도
따라간다

다리 아픈 할아버지
날마다 불러내는
콩밭

집에 계셔도
마음은 콩밭 

  

-『특별한 숙제』(섬아이, 2014)

            

<해설>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이란 말이 그냥 나온 것이 아니다. 농부의 마음은 늘 콩밭에 가 있다. 콩은 들짐승도 좋아하고 산비둘기도 좋아하니 수확 전에 몽땅 그놈들 차지가 될 수 있다. 이 동시의 재미는 제3연의 의인화에서 정점을 이룬다. 신경통인지 다리가 아프지만 할아버지는 콩밭에 나가보지 않을 수 없다. 싹이 잘 올라오고 있는지 마구 파헤친 불청객이 없는지 경운기를 몰고 콩밭으로 나가는 할아버지를 강아지가 쫄랑쫄랑 따라간다. 이렇게 아름다운 풍경화를 그려 보여준 김현숙 동시인은 경북 상주가 고향이라고 한다. 내 외갓집이 있는.

거의 매년 가슴 아파하면서 보는 텔레비전 뉴스가 있다. 수확기에 농부들이 다 자란 작물을 갈아엎는 장면이다. 봄에 씨를 뿌려 여름에 거름 주고 잡초 뽑으며 기른 작물의 가격이 추락하여 수확하지 않는 것이 낫겠다고 갈아엎는 것이다. 그때 농부의 마음은 어떨까? 실망을 넘어 분노에 사로잡혔을 것이다. 올해는 이런 일이 없기를 간절히 바란다. 

<이승하 시인 약력>

1984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1989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및 동대학원 졸업.

시집 『공포와 전율의 나날』, 『감시와 처벌의 나날』, 『아픔이 너를 꽃피웠다』, 『나무 앞에서의 기도』, 『생애를 낭송하다』 등과 소설집 『길 위에서의 죽음』을 펴냄.

산문집 『시가 있는 편지』, 『한밤에 쓴 위문편지』, 평전 『마지막 선비 최익현』, 『최초의 신부 김대건』 등을, 문학평론집 『세속과 초월 사이에서』, 『한국문학의 역사의식』, 『욕망의 이데아』, 『한국 현대시문학사』(공저) 등을 펴냄.

시창작론 『시, 어떻게 쓸 것인가』도 있음.

지훈상, 시와시학상, 가톨릭문학상, 편운문학상 등을 수상. 현재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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