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낭독공감’, 한국작가회의 주관 “연두에서 초록으로” 동화, 동시 낭독 행사 성료
‘수요낭독공감’, 한국작가회의 주관 “연두에서 초록으로” 동화, 동시 낭독 행사 성료
  • 김지현 기자
  • 승인 2019.07.02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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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페이퍼 = 김지현 기자] 6월 26일 7시 교보문고 광화문점에서 서울시, 대산문화재단과 교보문고가 주최하는 ‘수요낭독공감’ 행사가 열렸다. “연두에서 초록으로”라는 주제의 동시, 동화 낭독 행사였다. 이번 낭독회는 한국작가회의가 주관했으며, 신현수, 임근희, 동화작가와 장영복 동시인이 자신의 작품을 낭독했고 최형미 동화작가의 사회로 진행됐다. 

수요낭독공감에서 낭독된 작품들 [사진 = 김지현 기자]
수요낭독공감에서 낭독된 작품들 [사진 = 김지현 기자]

 

수요낭독공감에 참여한 신현수, 장영복, 임근희 작가 [사진 = 김지현 기자]
수요낭독공감에 참여한 신현수, 장영복, 임근희 작가 [사진 = 김지현 기자]

신현수 작가는 ‘내 이름은 이 강산’이라는 작품을 낭독했다. 이 작품은 일제강점기 창씨개명이 어린이들에게까지 강요된데 배경을 두고 있다.  

강산이는 가쁜 숨부터 가다듬었다. 그런 뒤 책보를 마루에 내려놓고는 할아버지 옆에 앉아 말했다. “할아버지 우리도 빨리 창씨개명 해요. 창씨개명 안하면 학교 못 다니게 한 대요.” “뭐라? 학교를 못 다니게 해?” 할아버지 표정이 싹 굳어졌다. 강산이는 할아버지 눈치를 보며 나직나직 말을 이었다. “네. 일주일 안으로 일본 이름 만들어서 적어 오래요. 일본 이름 만들어 주실 거죠?” 그런데 웬걸, 할아버지가 엄하게 꾸짖었다. “무슨 소리를 하는게냐? 우리집은 창씨개명 절대 안한다. 우리가 왜놈이냐? 조상님께 물려받은 조선 이름이 있거늘, 어찌 일본 이름으로 바꾼단 말이냐?” 
-'내 이름은 이강산' 일부

신현수 작가는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며, 어린이들에게 역사를 주입식으로 가르치기 보다는 사례를 바탕으로한 동화로 들려주고 싶었다고 전했다. 어린이들이 우리가 아픈 역사가 있었지만, 강산이 할아버지처럼 우리의 소중한 이름을 뺏기지 않고 저항했던 분들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의 대한민국이 있다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내 이름은 이강산’에는 일제강점기 시대 창씨개명뿐 아니라 강제 징역과 위안부에 관한 역사가 어린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실려 있어 어린이들에게 우리의 그늘진 역사에 대해서 알리기 좋은 동화다.  

수요낭독공감에서 ‘천사는 못 되지’ 동요를 부르는 장영복 작가 [사진 = 김지현 기자]
수요낭독공감에서 ‘천사는 못 되지’ 동요를 부르는 장영복 작가 [사진 = 김지현 기자]

이어서 장영복 작가는 자신의 동시집 “똥밟아봤어?” 중 ‘아따 좋겠네’와 ‘똥밟아봤어?’, ‘천사는 못되지’를 낭독했다.  

천사는 못 되지 
-장영복

 

내가 방을 치우면 당연한 거지 
동생은 만날 어리지 
어지르지 
알랑거리지 
그래도 천사 같다지 

그러려니 하다 화가 치밀지 
울쑥, 그래 봐야 나만 
불쑥 화내 봐야 나만 
못난이지 
못난 언니지 

오늘도 나는 천사는 못 되지 
혼자 방이나 치우지 
설거지나 하지 
어맘 없을 땐 
얄랑이는 동생 한 번 
꽁! 
쥐어박지

장영복 작가는 ‘이 시는 조카들이 모티브가 됐다’ 밝혔다. 중학생 조카와 그 동생 6살 조카를 보고 어른스러운 큰 아이가 안쓰러워 ‘이 아이 마음속에 얼마나 많은 결핍이 있을까’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이 시의 어두운 측면 때문에 발표를 망설였는데 발표 후 이 동시를 읽고 많은 첫째들이 공감하는 것 같다고 했다. 또 백창우 작곡가를 통해 동요로도 만들어졌다며, 장영복 작가는 자리에서 동요를 직접 불러주어 참석자들의 미소를 자아냈다. 

수요낭독공감에 참가한 임근희 작가 [사진 = 김지현 기자]
수요낭독공감에 참가한 임근희 작가 [사진 = 김지현 기자]

다음으로 임근희 작가의 낭독이 이어졌다. 자신의 동화 ‘내 짝꿍으로 말할 것 같으면’이었다. 

며칠 뒤 점심시간의 일이에요. 진후는 오줌이 마려운 걸 깜빡할 만큼 노는데 정신이 팔려 있었어요. 오줌보가 터지기 일보 직전에야 허겁지겁 화장실로 달려갔어요. “비켜! 비켜!” 진후는 금방이라도 오줌이 나올 것 같아 눈에 보이는 게 없었어요. 그래서 소변기로 막 다가간 누군가를 밀치고 황급히 소변기를 차지했지요. “후유, 살았다!” 진후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어요. 하마터면 바지에 실례를 할뻔 했잖아요. 바로 그때였어요. 누군가 진후의 뒷덜미를 확 잡아당기는게 아니겠어요? “뭐야!” 진후는 당황해서 그 누군가를 향해 눈을 흡떴어요. “왜 새치기해” 따져 묻는 건 다름 아닌 강기찬이었어요. 오줌은 멈추지 않지, 소변기에서는 떨어져 나왔지, 진후는 얼떨결에 화장실 바닥에 오줌을 뿌리는 꼴이 되었어요. 
-내 짝꿍으로 말할 것 같으면 일부

임근희 작가는 캐릭터 자체에 주제를 담기 위해, 매력적이고 강한 인상을 심어줄 수 있는 캐릭터를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강기찬’이라는 인물이었다. 강기찬은 어떤 상황에서든 상관없이 굳건하게 행동하는 캐릭터이다. 임근희 작가는 “우리가 선하고 옳은 행동을 해야한다는 것을 알고는 있지만 실제로 실천하며 살기는 쉽지 않다”고 말하며, 강기찬을 통해서 ‘기본적인 원칙이나 예의를 잘 지키며 살고 있는지 화두를 던지고 싶었다’고 전했다. 이 화두는 어린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유의미하게 다가올 것이다.  

이날 낭독회에서는 동화, 동시라는 말을 들었을 때 떠오르는 ‘그저 아름다운 이야기’가 아닌 다양한 소재와 주제의 동화, 동시를 들을 수 있었다. 이를 통해 앞으로도 어린이들의 세계를 통해 다채로운 이야기를 전할 아동 문학에 대한 기대를 모았다. 행사를 마치며 사회를 맡은 최형미 작가는 작가란 직업이 혼자 하는 작업을 하기에 동료작가와 함께 하는 일이 뜻깊고 감회가 새롭다고 전했다. 또한 자리를 함께한 참석자들에게 감사의 인사말을 전하고 행사를 마쳤으며, 이어서 사인회를 진행했다.